일본 경제지 ‘프레지던트’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로 ‘위시리스트 쓰기’를 추천했다. 요컨대 “소원목록을 하나씩 적다보면 놀라운 변화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새해 목표를 세우고, 올해야말로 꼭 이룰 것이라며 다짐한 사람도 많을 터. 유명 심리상담사 나카시마 테루가 제안하는 위시리스트를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목표도 즐겁게 달성하는 법을 알아보자.
20분 안에 100가지 소원을 적어보자. ‘위시리스트 쓰기’는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간호사로 10년을 일해 온 사토 씨는 근무처를 여러 번 옮겼다. 거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일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면 ‘여기서 나는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반복해왔다.”
나카시마 상담사는 “사토 씨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사토 씨에게 “위시리스트를 작성해보라”는 처방을 내렸다. 위시리스트란 자신의 소원을 노트에 항목으로 적는 걸 말한다.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 관심 가는 것 등등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 가면 된다.
이때 시간제한을 두면 좋다. 가령 20분 이내에 되도록 많이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덧붙이자면 위시리스트는 소원 3~4개를 적는 노트가 아니다. 나카시마 상담사가 추천하는 건 소원 100가지다. 억지로 짜낸 목록이라도 괜찮다. 평소에는 놓치기 쉬운, 잠재의식 속의 생각들이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잊고 지냈던 예전 꿈이랄지, 어린 시절의 소망 등이 되살아날 수 있다.
사토 씨가 작성한 위시리스트를 살펴보면 대략 이러하다. ‘해외에서 간호사로 일해보고 싶다’ ‘채광이 좋은 집으로 이사하고 싶다’ ‘함께 있으면 편안한 남자친구를 원한다’ ‘어릴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뉴질랜드를 여행하고 싶다’ ‘도예공방에 다니고 싶다’ ‘동료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등등.
심리학 용어 중에 ‘기능적 자율성’이란 게 있다. 쉽게 말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흥미나 관심을 자각할 경우, 우리 마음은 그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높인다”는 얘기다. 즉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즐기고 싶은 것을 자각하면 마음이 설레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어진다.
특히 소원을 이미지화시키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합을 앞둔 운동선수들이 이미지트레이닝으로 마음을 다잡거나, 유명 아티스트가 무대에 오르기 전 눈을 감고 완벽하게 연주해내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러한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예를 들어, 즐거운 이미지를 떠올리면 뇌에서는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이라 불리는데, 많이 분비될 경우 우리 뇌는 ‘어라, 그렇게 즐겁다면 현실로 만들자’고 판단해 의욕이 생기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다. 나카시마 상담사는 “영상화, 이미지화할수록 도파민의 분비가 촉진된다”며 “단순히 위시리스트를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읽어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자존감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면 사고 정리가 잘 안 된다. 그 결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자각할 수 없게 된다. 위시리스트를 작성하면 이러한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인정받고자 하는 ‘존중 욕구’도 균형이 잡힌다.
존중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자기 존중 욕구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사회적 존중 욕구로 나뉜다. 물론 두 가지가 적절하게 충족된 상태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저하된 사람은 자기 존중 욕구가 결핍된 상태라 사회적 존중 욕구에 더 매달리게 된다. 즉,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이다. 앞서 사토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기 존중이 부족했던 터라 ‘가치 없는 나’는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하면, ‘이곳에 있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나카시마 상담사는 덧붙여 “회사일 혹은 가정사로 쫓기는 사람도 자존감이 떨어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쁘다보니 정작 ‘자신’을 아끼는 일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그런 사람일수록 위시리스트를 시도해보면 좋을 듯하다.
지난 일들을 아쉬워하기보다, 다가올 시간을 위해 위시리스트를 작성해보자. 분명 당신의 인생은 훨씬 즐거운 일들로 가득찰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위시리스트를 적다 보면 ‘나는 이런 데서 기쁨을 느끼는구나’ ‘이런 일도 하고 싶어 했구나’ ‘즐거운 일이 의외로 많구나’ 등 다양한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목록화된 소원을 보는 시간은 곧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시간,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이어진다. 일 외에도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많다는 걸 깨닫고, 자신의 존재 가치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어놓은 위시리스트는 그냥 덮어둘 게 아니라 매일 펼쳐서 읽도록 하자. 뭐든 반복적으로 볼 경우 우리 뇌는 ‘중요한 일’이라고 인식하며, 위시리스트에 적혀 있는 것처럼 행동하려고 준비한다. 되고자 하는 내 모습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끔 계발시켜주는 것이다.
나카시마 상담사는 한 남성의 사례도 들려줬다. 회사원 A 씨는 위시리스트를 확대복사해서 늘 수첩 사이에 끼워 다녔다. 틈틈이 열어보곤 했는데, 특히 출근하기 싫은 월요일 아침 리스트를 보면서 정서적 안정을 얻었다. 그리고 습관을 시작한 지 10개월 후. “그는 위시리스트에 적은 소원대로 진짜 승진을 했으며, 수입도 늘어났다”고 한다.
위시리스트가 목표 달성에 효과적인 것은 나열한 항목이 본인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주고, 일종의 투 두(To Do) 리스트(해야 할 일) 역할을 겸해서다. ‘이대로 괜찮을까’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바쁘게 사는 거지?’라는 회의감을 들 때도 리스트를 읽어보면 좋다. 미래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이미지화할 수 있으며, 이루고 싶은 소원을 위해 ‘지금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지난 일들을 아쉬워하기보다, 다가올 시간을 위해 위시리스트를 작성해보자. 분명 당신의 인생은 훨씬 즐거운 일들로 가득찰 것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위시리스트 작성 포인트 셋 ① 가급적 20분 이내로, 100개 정도 써볼 것 ‘100개는 무리다’ 싶겠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당신의 잠재의식에 있는 소원이나 꿈이 표출된다. ② 리스트 작성을 마치면 전체를 훑어볼 것 다시 한 번 훑어보면 비슷한 항목을 발견하게 된다. 실은 그것이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의 성향, 혹은 지금 필요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온천, 바다, 해외여행 등이 많으면 레저를, 자격증 취득이나 합격 등이 많으면 공부를 해야 할 때다. ③ 리스트에 우선순위를 매길 것 특별히 두근거리는 항목에는 별 마크를 붙인다든지, 설레는 순서대로 숫자를 다는 등 우선순위를 매겨보자. 또 이루어진 소원에는 특정 표시를 하면 성취감이 높아진다. 이러한 노트는 바라만 봐도 자존감이 향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