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은 1월 15일 국회에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을 만나 안 전 의원을 둘러싼 여러 추측과 전망들에 대해 물었다. 이태규 의원은 안 전 의원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통한다. 정작 이 의원은 “내가 안 전 의원 속을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평가들에 대해 손을 내저었다. 이 의원은 “합리적 개혁을 통해 정치와 세상을 바꾸자는 데 뜻이 맞아 안 전 의원과 자주 소통하면서 내 역할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을 만났다. 안철수 전 대표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 의원은 최근 정계복귀를 예고한 안 전 대표의 귀국일정과 정치적 포부 등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사진=이종현 기자
―4년간의 의정활동이 끝나간다.
“처음 등원했을 때 ‘성실하게 일을 해서 밥값 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정치개혁에 미력이나마 보태고 싶다’는 두 가지 마음을 품었다. 20대 국회는 오랜만에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이 출현하면서 구성원들이 혁신, 새로운 정치 문화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고 본다. 그런데 20대 국회 평가는 사상 최악의 국회, 일 안 하는 국회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 진영의 정치가 극심해졌다.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는 배제의 정치가 판쳤다. 국민들께 송구스러웠던 국회였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도 4년 차로 접어들었다.
“내가 야당이어서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좋은 평가를 하긴 어렵다. 제대로 된 성과가 무엇인가. 외교, 안보는 소리만 요란했지 상황은 더 엄중해졌다.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 정책은 서민들만 어렵게 했다. 부동산 정책은 극단적인 자산 양극화로 몰고 있다. 국정 운영 스타일도 독선과 독주만 있었다. 끼리끼리 운영으로 같은 편이면 어떤 잘못이든 덮어주고 가려고 하고 윤석열 검찰총장 등 반대파에는 인사 불이익을 주는 권력의 사유화를 보여줬다고 본다. 좋게 평가할 만한 요소가 없다.”
―바른미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4+1 협의체를 꾸리지 않았나.
“이렇게 말하기 송구스럽지만 바른미래당은 현재 정상적인 지도 체제가 아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체제는 모든 당원에게 불신 받고 있다. (손 대표가) 물러나길 원하는데 실질적인 불신임 제도가 없어서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런 상황에서 4+1은 손 대표와 당권파 일부가 추진한 것이지 전체 의원 생각과는 다르다. 난 여당의 위성 정당으로 들러리를 섰다는 점에서 4+1 체제를 명백히 반대했다. 표결에서 반대나 의사표시 하지 않는 것으로 반대 표시를 했다.”
―손학규 대표가 2019년 12월 ‘안철수 돌아오면 대표직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최근 ‘내 입으로 대표직 내려놓겠다고 말한 적 없다’며 선을 그었다.
“워낙 말 바꾸길 잘해서 의원들 사이에서 손 대표 신뢰도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지난해) ‘추석에 정당 지지율 10% 안 되면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묵살하고 갔다. 최근 손 대표가 의원들에게 ‘안철수 돌아오면 미련 없이 물러나겠다’고 했고 이에 ‘물러나서 최고위원회 해체하고 비대위를 꾸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번복했다. 이 상황에서 손 대표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없다. 당내에서는 안 전 의원이 복귀해서 당을 재건하길 바라는 마음이 많다. 재건하려면 그에 맞는 권한과 역할을 줘야 한다. 손학규 체제 지도부는 역량이 없다고 평가가 끝났으니 먼저 물러나고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 다만 바람이 있다면 정치 원로로서 후배들과의 약속은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안철수 전 의원 정치 행보를 두고 관심이 뜨겁다.
“정확히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다만 설 전에는 들어올 것이다(안 전 의원은 19일 귀국한다고 16일 알려졌다). 정치를 재개하려는 이유는 안 전 의원이 해외에서 봤을 때 ‘대한민국은 미래로 가고 있는 것인가’란 질문에 ‘미래로 가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 나와서다. 싸우는 정치, 규제에 묶여 허덕이는 기업, 정의와 공정이란 보편적 가치마저 무너진 사회를 봤을 때 ‘이건 아니다’란 결론을 내리고 미래와 혁신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갖고 어떻게 정치를 바꿔나갈 것인지 국민들께 말씀드릴 것으로 예상한다.”
―안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을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
“그건 야권이 통합되길 바라는 분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안 전 의원과는 관련이 없는 얘기다. 안 전 의원은 스스로 보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이 중도 실용에 합리적 개혁파라고 생각한다. 야권이 혁신적으로 재편되고 합리적 개혁 세력으로 바뀌면 모를까, 현재 한국당 중심으로 안 전 의원에게 들어오라는 건 관심사도 아니고 수용할 이유도 없다. 야권은 통합보다는 혁신이 우선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 운영 실패에도 불구하고 국정 지지율 4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일관되게 집권 여당이 야당보다 앞서고 있다. 지금 야당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자유나 보수를 이야기하지만 대중들 사이에선 기득권, 수구, 부패, 꼰대 이미지로 인식된다. 젊은층으로부턴 외면 받고 있다. 한국당은 이 부분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야당의 또 다른 축인 우리도 경쟁적으로 쇄신해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노력 없이 저쪽에 진보, 좌파 모였으니 이쪽에 보수, 우파 다 모이자는 건 안 전 의원이 말한 낡은 정치, 이념과 진영의 정치고 미래로 가는 정치가 아니다.”
이태규 의원은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자유한국당 간 연대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현실적으로 야당이 분열하면 총선은 힘들지 않겠나.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단일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말도 일리는 있다. 그 단일 전선이 뭔지가 중요하다. 그게 보수 통합이라면 국민들에게 어떤 감동도 줄 수 없다. 현재 보수 통합은 단순한 문재인 안티를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들은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대안을 내놓아야 국민들에게 ‘야당이 문재인 정부를 견제하고 미래를 만들어가겠다’란 믿음을 줄 수 있다.”
―총선까지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다.
“언론에서는 안 전 의원의 추후 일정을 얘기한다. 안 전 의원이 우선하는 건 그게 아니다. 안 전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국회의원이나 대선 주자가 되려고 돌아오는 게 아니다’며 ‘대한민국이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나라가 되도록 진심과 선의로 호소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은 복귀 이후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다.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의견 수렴 과정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본다.”
―4년 전 출범한 국민의당은 결국 실패한 것 아닌가.
“바른정당과 통합했지만 실제로는 이질감이 너무 컸다. 이런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서둘러 통합한 오류가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당이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고 양당 기득권 탈피를 주장했지만 이를 같이 도모해 나갈 정치 인적 자산 확보에 실패했다는 게 컸다. 총선 직후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어찌 됐건 안 전 의원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당을 맡은 분들이 안 전 의원이 추구하던 새로운 정치보다는 기성 정치에 익숙했던 분들이었다. 똑같이 당을 운영하니까 다른 당과의 차별점이 없어지고 존재 의미가 없어졌다.”
―안 전 의원 복귀 파급력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나도 그게 궁금하다. 국민의당 창당 당시와 비교해 바람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오류와 시행착오가 있었고 반대파에 의해 이미지도 훼손됐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전 의원 중심으로 신당 창당되면 지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약 17%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80% 가까운 분들이 찬성을 안 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 정도만 관심 가져주셔도 바로 제3당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정도 지지율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진정성과 소명 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국민과 소통하면 좋게 평가해주리라 생각한다. 과거의 안철수와 다시 돌아온 안철수가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8년 전에 불러냈을 때와 어떻게 다른가 비교해 보고 나온 국민의 평가를 기다려야 한다.”
이태규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가 복귀 이후 달라진 모습을 ‘다시 한 번 평가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국가대개조는 국가혁신과 사회통합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가 미래로 가기 위해서 정부는, 기업은,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미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 정부 개혁, 세대교체 등 정치 혁신을 해야 한다.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 혁파를 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선수는 무한정 자유롭게 뛰도록 하되 심판은 반칙을 하느냐만 봐야 한다. 기업의 창의와 도전 정신을 붙잡아선 안 된다.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와 갈등만 커지는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 안 전 의원이 처음 정치로 불려 나왔을 때와 지금은 상황이 별 차이 없다. 다만 안 전 의원이 이번에 돌아왔을 때는 제도 정치 시행착오는 줄고 이해가 늘어난 상태가 아닐까 한다.”
―안 전 의원이 지나치게 우유부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본인 성향이 태생적으로 선한 사람이다. 착하기만 하면 안 되는 정치권에 들어와서 국민들에게 우유부단하게 보였던 측면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안 전 의원이 마라톤을 열심히 했고 책도 냈다.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다. 마라톤을 하면서 의지도 단단해졌다. 전에 독일에서 안 전 의원과 만났을 때 과거와 비교해 의지가 굳어졌다는 게 느껴졌다.”
―안 전 의원은 총선에 출마하나.
“당이 제대로 서야 출마 준비를 할 수 있다. 현재 출마하겠다고 나서 봐야 국민들에게 ‘당이나 제대로 해라’는 말이 나올 텐데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나. 당이 무너져 있으니 원외 인사들도 손 놓고 있는 상태다. 안 전 의원은 출마 문제는 항상 당에 맡겨 왔다. 서울시장 출마도 본인은 크게 원하지 않았다. 대선 출마 이후 지쳐 있는 상태에서 당에서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자의 반 타의 반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당의 뜻에 따라 출마 여부도 결정하리라 본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