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카가 들어 설 노자산 정상에서 바라 본 석양
[일요신문] 거제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케이블카가 테마 없는 ‘속 빈 강정’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시가 케이블카를 랜드마크로 만드는 데 인색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거제는 해금강을 비롯한 외도, 바람의 언덕 등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지가 자연경관과 어울려 관광산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요즘 관광패턴이 스토리텔링 없이는 관광객의 입맛을 충족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추세이다 보니, 새로운 관광 콘텐츠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오는 12월 준공 예정인 거제케이블카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된다. 특히 거제케이블카가 들어서면 거제의 해안 절경을 한눈에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노자산에 자리 잡게 됨에 따라 멀리 대마도까지 보이는 절경이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거제케이블카가 인근 통영·사천에 비해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남해안의 절경’이라는 비슷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관광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케이블카만 만들어 놓으면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라는 낙관적 예측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아름다운 노자산만 훼손되고 천만 관광객 유치는 거제의 꿈으로 남을 공산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케이블카만 조성할 게 아니라 추가 인프라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케이블카를 테마로 하는 타 지자체의 관광객 유치 노력을 살펴보면 우선 부산 송도케이블카는 부산서구청이 구름다리 및 해안 데크로드를 조성했다. 목포 해상 케이블카는 목포시가 유달산에 데크로드 등산로 및 해안 데크로드, 카페 등을 설치했으며,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시유지를 주차장으로 제공해 머무는 관광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맑은 날 대마도가 보이는 노자산은 남해안 절경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에 비해 거제시의 노력은 초라해 보인다. ‘명품 등산로’를 만들겠다는 게 전부다. 고작 등산로만 개설해 관광객의 선택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 관광개발사업자들의 지적이다.
관광개발사업자 정 아무개 씨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관광산업은 이제 사양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관광지를 둘러보면 테마가 없는 관광지는 전부 관광지로서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관광지는 꿈을 꾸는 것처럼 해야 한다. 거제케이블카를 찾는 이들은 노자산 정상에 앉아 자연이 준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연인과 가족들이 따뜻한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고 싶어 한다. 젊은 연인들은 짚 라인을 타고 몽돌해변의 하늘을 날아보고, 구름다리를 건너 임도를 따라 등산을 즐기길 원한다”며 “다양한 테마를 조성하는 길만이 거제 관광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거제시의 관광 인프라 구축 미비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대명리조트에서 최근 이름을 바꾼 소노캄 거제리조트는 숙박형 리조트로 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성장했다. 소노캄이 있는 지세포는 동양의 나폴리로 불릴 만큼 급성장을 이뤘다. 최근 새롭게 개장한 한화리조트도 관광객이 끊임없이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기반시설 확충은 미비하다. 관광객을 위한 최소화의 기본 서비스망 확충으로 거제를 다시 찾게 만드는 발판이 돼야 함에도 불구, 소노캄 진입도로 확충은 개장한 지 7년여가 지나서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화리조트 연결도로는 기약조차 없다.
거제시민 A 씨는 “타 지자체는 지금도 단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거제시의 노력은 너무 미흡하다”며 “거제케이블카가 개장에 따른 특수를 누리기도 전에 인기가 사그라지는 비운을 맞을까봐 우려된다”고 전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