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해킹 후 사생활 메시지가 유포된 배우 주진모. 사진=MBC 뉴스화면 캡처
1월 16일 주진모가 법무법인을 통해 처음으로 공식입장과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11월께 신원을 알 수 없는 해커에게 스마트폰 클라우드 계정을 해킹당한 주진모는 자신의 전화 속 주소록, 사진, 문자메시지 등 개인정보와 자료들이 전부 해커의 손에 넘어간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이후 해커가 거액을 요구하며 협박했으나 응하지 않자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자료가 유포됐다는 것이다. 이 중 일부는 대중에도 전해졌다. 지난 10일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와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등을 통해 유포된 ‘주진모 메시지’는 이런 과정을 거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단순히 사적인 대화 내용이었다면 논란은 이 정도로 심각해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문제는 유포된 메시지에서 주진모가 다수 여성을 상대로 성접대를 연상케 하는 말을 한 부분이 부각됐다는 점이다. 이 대화의 상대가 주진모의 절친으로 알려진 장동건(47)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에 더욱 기름을 부었다. 문제의 대화가 오간 시점이 2013년 말~2014년 9월 사이인데, 장동건은 이 당시 유부남이었으며 부인인 고소영이 임신한 기간과 맞물린다.
만남이 예정된 여성들의 헐벗은(?) 사진을 보낸 뒤 얼굴과 몸매를 성적으로 평가한 부분도 문제가 됐다. 마치 여성들을 ‘공급’해 오는 것 같은 말투와 외모 품평이 합쳐지면서 “성접대나 성매매가 아니냐”는 지적이 인 것. 이 대화에서 언급된 여성 중 다수는 연예인 지망생이었기 때문에 주진모 또는 장동건이 유명 스타의 반열에 있는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지난 1월 10일 디시인사이드 등을 중심으로 유포된 주진모의 문자 메시지 캡처본. 상대는 장동건으로 지목됐다. 사진=디시인사이드 캡처
대화의 전체 맥락이나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소속사인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측도, 주진모 본인도 암묵적으로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배우들의 이미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아지도록 앞뒤 정황을 자르고 일부 편집을 가한 부분이 있긴 하나 최소한 허위사실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주진모가 단 하나 사실과 다르다고 정정한 것은 희롱의 대상이 된 사진을 자신이 불법 촬영한 게 아니고 이를 유포하지도 않았다는 것뿐이다. 이 같은 공식입장이 나오면서 아예 완전히 조작된 내용이길 바랐던 팬들의 탄식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주진모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극단적으로 양분되고 있다. 16일 공식입장을 낸 주진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측은 주진모와 마찬가지로 이 사건은 사생활 침해를 기반으로 한 해킹 및 공갈 범행이며, 주진모는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문제가 된 대화에서 언급된 여성들과 관련한 이야기는 입장문에서 제외됐으며 단지 “해커가 문자메시지를 악의적으로 조작해 유포함으로써 배우의 사생활에 관한 오해를 유발한 것”이라고만 짧게 밝혔다. 실제로 주진모가 불법 해킹 피해를 입은 당사자인 것은 사실이고, 유포를 미끼로 거액을 요구받는 등 협박받은 것도 맞는 말이니 이 사건에서 그가 피해자라는 법무법인 측 주장은 물론 일리가 있다.
배우 주진모. 사진=연합뉴스
이미 법적으로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한 일대일 대화라 하더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이 충족된다는 판례가 있다. 이런 이유로, 단순히 ‘사적인 대화 내용’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대중의 비판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이들의 대화가 유출되면서 일부 남성 회원 위주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저 대화에 나온 여성이 누구인지 알 것 같다”는 댓글이 달리고, 일부 여성의 인적사항이 빠르게 유포되기도 했다. 피해 여성들의 주진모에 대한 고소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 관계자는 “정준영도 들키기 전까지 사생활이었다”며 “이들의 대화 내용을 단순히 사생활로 치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개된 대화만 보면 여성들을 연예인에게 ‘공급’하는 제3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전에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연예인 지망생의 성접대 논란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