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응한 보좌진을 우선 소개한다. 1994년생으로 2019년 6월 국회에 들어와 현재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입법보조원인 구재연 씨, 1995년생으로 2014년 새누리당 중앙대학생위원회에서 당직을 시작해 현재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실 인턴비서인 권용태 씨, 1992년생으로 2016년 국회에 들어와 현재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 9급 정책비서인 이재훈 씨, 1991년생으로 2016년 국회에 들어와 현재 정병국 새로운보수당 의원실 8급 정책비서인 박영준 씨, 그리고 1995년생으로 2018년부터 국회 생활을 시작해 현재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인턴비서 장석호 씨 등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 새로운보수당에서 일하고 있는 1990년대생 국회보좌진 5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일요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국회의원 보좌진을 선택한 계기는.
구재연(구) : “세월호 사건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을 겪으면서 생명과 민주주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지킬 수 있는 직업을 고민했다. 시민단체, 언론도 비슷하지만 궁극적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법’을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다. 법은 변화를 이끄는 근본적인 힘이다. 국회는 그 변화의 시작점이다.”
권용태(권) : “처음엔 대외활동이라 생각하고 당에 들어왔다. 그러다 정책이 담긴 행사가 개최되고, 내가 생각한 부분이 실현되는 것을 보면서 보좌진의 매력에 빠졌다.”
이재훈(이) :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들어 일반 국민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직업이 무엇인가 고민했다. 우연히 대학생 때 보좌진 채용공고를 보고 들어왔는데 국회가 꿈을 실현하기 적합한 곳이라 느꼈다.”
박영준(박) : “대학생 학보사 기자 시절 정병국 의원을 인터뷰했다. 그때부터 인연이 이어져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 국회는 제가 가진 역량과 시간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쏟을 수 있는 직장이 아닐까 싶다.”
장석호(장) : “청소년 참정권, 청년주거문제 등을 중심으로 사회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추혜선 의원이 국회에 들어와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저의 역량을 마음껏 키워보라고 제안해주셔서 보좌진을 시작하게 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구재연 입법보조원. 사진=고성준 기자
―청년 보좌관의 역할은 무엇인가.
권 : “모든 보좌진의 업무는 비슷하다. 질의서 및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법안을 기획한다. 현재 국방부 관련 정책을 다루고 있다. 각 의원실 상임위나 프로세스에 따라 다양하다. 다만 20대이다 보니까 평상적인 업무에 트렌드를 입히고 색다른 관점을 제시할 때도 있다.”
박 : “보좌진은 의원의 강점을 부각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청년 계층과의 소통부터 함께 시너지를 내는 방안까지 모색한다. 특히 의원실은 단어 하나하나까지 고민하며 청년들에게 진심이 전달되는지 제게 질문한다. 전 청년층을 만나서 의견을 취합해 전달하는 소통창구다.”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느낀 현실 정치는.
구 : “2016년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청년기본법이 1월 9일 본회의에서 4년 만에 통과됐다. 외부에선 법안이 발의된 지가 몇 년인데 왜 노력하지 않느냐고 비판하기 바빴다. 그런데 국회에서 일하면서 법안 통과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의원과 보좌진이 법안 통과를 위해서 헌신해도 좋은 법안이 그냥 버려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 : “밖에서 국회는 싸운다고 생각했는데 들어와서도 비슷하다. 국회의원은 역량이 뛰어나고 의정활동·지역구 활동 등으로 바쁘게 일한다. 하지만 현 정치 시스템에서는 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언론이 촬영하기 시작하면 지지층을 위해서 국회의원의 액션이 더 과해진다.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진영 논리만 존재한다.”
장 : “의원실에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찾아오는 이가 많아서 놀랐다. 정부기관, 기업 등과 밤새 씨름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현실 정치라 느꼈다. 또 국회 권력이 청년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구조에 실망했다. 권력을 중점으로 보면 안과 밖이 다르지 않았다.”
박 : “처음에는 실망감이 컸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세싸움, 수싸움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국회의원 300명이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 같아 의아했다. 하지만 보좌진 생활을 하면서 유권자와 정당, 그리고 정치인 개인으로 이어지는 수많은 의사결정의 무게를 알게 됐다. 그때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국민 수용성은 다른 문제다. 의사결정이 무겁다고 하더라도 제로(0)베이스에서 생각해보며 국민이 국회를 신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병국 새로운보수당 의원실 박영준 8급 정책비서. 사진=고성준 기자
―청년 이슈를 하나씩 꼽아본다면.
구 : “공정한 사회에 대한 기대감이다. 흙수저, 금수저 얘기가 만연해 있다. 출발점이 다르다는 불만과 자포자기 심정을 대변한 단어다. 물론 모두 똑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할 순 없다. 기성세대는 우리도 노력했다고 말하겠지만, 지표를 보면 빈부격차가 과거와 다르다. 노력해도 노력한 만큼 거둘 수 없는 사회라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낙관이 전 세대보다 낮다는 통계를 봤다. 청년세대는 이런 관점에서 공정함을 외치고 있으니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 “저도 공정이다. 공정은 누구나 기회를 받을 수 있고 노력에 따라 결과를 얻는 것이다. 청년은 절차적 정당성을 중요시한다. 결과가 좋더라도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 좋은 게 아니다. 돈 많은 부모를 만난 것도 능력이라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등을 보면서 청년들이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며 분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박 : “일자리 문제다. 청년 체감실업률이 23.1%에 달한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인턴,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들다. 불안한 취업과 경제 전망으로 대학생, 취준생, 직장인의 47.5%가 공무원이 되겠다고 한다. 공무원은 가치를 창출하는 직이 아니라 창출된 가치를 분배하고 쓰는 곳이다. 이런 사람이 늘어날수록 전체 사회의 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청년이 공무원에 쏠리는 사회 구조는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장 : “주거 문제다. 현재 주택시장은 학업, 저임금으로 치인 청년에게 잔인하다. 대학교에서 기숙사를, 지자체에서 청년 주택을 지으려고 한다. 하지만 반대가 심하다. 정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이해 관계자들이 얽힌 상태다 보니 해결이 쉽지 않다. 그동안 청년은 피해만 볼 뿐이다.”
권 : “청년 이슈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국민의 관심사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공약을 짜고 법안을 만들 때 청년만 보지 않는다. 일자리, 주거, 의료 등은 전반적인 국민의 이슈다. 각 세대를 보편적으로 파악해 기준을 마련해주면 된다. 세대가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 청년전세임대주택을 예로 들면 대학생 입장에서 보증금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이런 점을 파악해서 기준을 제대로 맞추는 게 중요하지 청년만 외치면 안 된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 이재훈 9급 정책비서. 사진=고성준 기자
―2030 청년세대 의석수가 1%인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권 : “국회의원은 청년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상황을 다룬다. 20대부터 30대 중반까지의 청년 의원이 얼마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청년만 대변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역할이 아니다.”
장 : “전문성을 이야기했는데 현재 국회가 전문성을 지닌 사람을 뽑았다. 그런데 문제가 많으니 교체하자고 하는 거 아닌가. 전문성 기준은 권위주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국회가 민의의 전당이 되려면 당사자 정치를 실현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적절한 비율로 의석수를 가져야 한다.”
박 : “청년인구가 몇 퍼센트(%)인데, 대표자가 몇 %라는 접근은 레토릭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의미다. 연령대를 자르는 방식에 따라 과잉·과소대표될 수 있다. 극단적으로 가면 전체 대한민국을 직업, 성별, 연령, 소득, 지역별 TO(정원)를 부여해 할당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왜 청년 정치가 중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청년이 5년, 10년 후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정치는 오늘만 살기 급급하다.”
구 : “청년 중에 전문성을 겸비하고 정치인보다 더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 유능한 청년을 뽑으면 된다. 또 유능해질 수 있도록 각 정당이 지원해주면 된다. 그런 도움을 안 주고서 청년은 경력이 일천하고 전문성이 없다고 하는 건 기득권의 논리다. 청년을 위한 정책을 중장년층 국회의원이 해주면 좋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러니까 청년 의원이 1%밖에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청년의 문제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2030 청년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
이 : “의석수를 기계적으로 맞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비례성을 어느 정도 갖춰야 한다.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할 최소 요건이 10명이다. 정책이 입안부터 집행까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일정 수 이상의 청년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장석호 인턴비서. 사진=고성준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청년 인재영입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 :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만 청년 인재를 영입했다. 어떻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려는 시도는 좋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남자’(20대 남성)를 잡기 위해 영입한 사람을 보면 청년을 대변하기보다는 당을 대변하는 입장이 큰 듯해 아쉽다. 당의 명령에 따르는 허수아비가 아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인재를 영입했으면 한다.”
박 : “청년은 당에서 일한다. 영리단체가 아니다. 자부심과 스스로에 대한 자긍심만 바라본다. 여기서 역량을 키워서 더 큰 역할을 맡을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런데 외부에서 인재가 들어오면 기대감이 꺾인다. 바른미래당 창당부터 청년정치학교를 통해 현재까지 150명의 졸업생을 배출됐다.”
권 : “이번 청년 영입이 국민에게 공감 받는 것 같다. 인재영입은 홍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당의 인재를 먼저 활용하면 좋겠다. 청년정치캠퍼스, 정치대학원을 통해 가르쳐서 인재를 육성하는 건 한국당이 강하다. 당에 똑똑한 엘리트 청년이 정말 많다.”
장 : “인재영입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이 해온 오랜 방법이다. 인재가 상징하는 키워드만 국민에게 전달하다 보니 쇼라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각 당에 정책적으로 열심히 노력한 이들이 많다. 이들의 정치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구 : “저도 비판적인 의견에 동의한다. 정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이들은 정당 일체감이 크다. 정당 인사를 등용하고 거기에 외부 인사를 영입해 적절한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실 권용태 인턴비서. 사진=고성준 기자
―청년 정치를 국회에 정착할 방안은.
장 : “구호가 아닌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 선출과 관련해 청년에게 20%를 할당하고 우선 순번을 지정해주는 청년전략명부를 도입하는 논의를 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들이 청년이 당사자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구 : “제도도 중요하지만, 청년 유권자의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결국에는 국회의원은 표로 대표된다. 고령층은 투표율이 높다. 청년세대도 자기를 대변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투표해야 한다. 제도적 차원을 떠나서 유권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 “기득권은 청년에게 우리가 너희를 선출해준다고 생각한다. 청년세대를 돌볼 사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으로 봐야 한다. 현 국회는 30대 의원도 힘들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당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문화는 연장자 우선이다. 공직선거법 제190조를 보더라도 득표수가 동률이면 연장자가 당선된다.”
박영준 : “현재 공천권은 권력을 공고히 하는 역할이다. 청년도 특정 집단, 정당에 있으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재선출돼야 자신이 꿈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권을 기술적으로 풀어내야 하는데 지역 주민, 국민에게 주는 것이 답은 아니지만 시도할 필요가 있다.”
권용태 :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명이 되기 위해 국민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역량과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 떼를 쓰면서 받는 게 아니다. 중장년층과 정정당당히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마음으로 공천권을 요구해야 한다.”
허일권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