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왕자비 부부의 폭탄선언에 놀란 것은 왕실은 물론이요, 영국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왕가의 고위 일원인 부부가 아예 영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터를 잡는다는 사실 자체도 충격이지만, 무엇보다 왕족 가운데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해리 왕자였기에 실망감은 더욱 큰 상태다. 반면,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형인 윌리엄 왕자와의 갈등설이 끊이지 않고 있었던 데다, 아프리카계인 마클 왕자비가 영국 언론과 왕실로부터 끊임없이 인종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해리 왕자의 독립 선언으로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난 영국 왕실의 갈등과 함께 이들 부부가 영국을 등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해리 왕자 부부가 돌연 ‘탈영국’ 폭탄 선언을 해 영국 왕실과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사진=EPA/연합뉴스
요컨대 왕실의 지위는 유지하되 최전방에 나서는 왕족으로서의 임무는 다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폭탄선언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영국인들과 언론은 이를 가리켜 메건의 이름을 따서 ‘멕시트(Megxit)’라고 부르고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부부가 왕실 가족 그 누구와도 사전에 상의를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엘리자베스 여왕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여왕은 지난 13일, 해리 왕자와 함께 찰스 왕세자(71)와 윌리엄 왕자(37)를 샌드링엄 별장으로 불러들여 긴급 가족회의를 열었다. 8개월 된 아들 아치와 캐나다 밴쿠버섬에 머물고 있던 마클은 전화로 회의에 참여했다.
두 시간의 회의 끝에 여왕이 내린 결정은 일단 ‘예스’였다. 대국민 성명을 통해 여왕은 “우리 가족과 나는 젊은 가족으로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해리와 메건의 바람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해리와 메건은 새로운 삶을 사는 데 있어 공적 자금에 의존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면서 “부부가 영국과 캐나다를 오가면서 생활하는 과도기가 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덧붙였다.
이는 다시 말해 캐나다로 완전히 이주하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이 남아있다는 뜻이었다. 이를테면 거주지, 비자, 세금, 경호 문제 등에서 양측이 협의를 보려면 며칠이 아니라 몇 주 혹은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부부가 캐나다 거처로 염두에 두고 있는 곳은 이미 지난 크리스마스 휴가 때 머물렀던 밴쿠버섬에 있는 1070만 파운드(약 160억 원) 상당의 저택이다. 하지만 왕실의 한 소식통은 부부의 최종 목적지는 결국 미국 LA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기간에는 이주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캐나다에 머물 예정이다.
그렇다면 이번 결정에 대해 영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현재 왕실과 영국인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너무 이기적이며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왕실 내부 소식통은 “해리 왕자가 ‘형인 윌리엄 왕자는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채’ 왕실의 임무를 벗어 던지기로 결정했다”고 전하면서 “자신의 불행에만 치중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더욱이 핵폭탄급 성명을 발표한 날이 하필이면 형수인 케이트 미들턴의 생일 하루 전날이었다는 점도 비열했다고 꼬집었다.
영국인들 역시 배신감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병상에 누워있던 필립공이 겨우 회복되고 있는 마당에 꼭 그래야만 했느냐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이런 반감은 여론조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왕족이었던 해리 왕자는 선호도 조사에서 5위로 추락했다(1위는 윌리엄 왕자, 2위는 엘리자베스 여왕, 3위는 케이트 미들턴, 4위는 앤 공주). 또한 응답자의 54%는 현재 6위인 해리 왕자의 왕위 계승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는가 하면, 76%는 부부가 앞으로 버킹엄궁이나 영국 정부, 혹은 런던 경찰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아선 안 된다고 답했다.
현재 부부는 여섯 명의 경찰 경호원 고용 비용 60만 파운드(약 9억 원)가량을 전액 세금으로 지원받고 있다. 지난해 새로 이사한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개축하는 데 들었던 240만 파운드(약 36억 원) 역시 세금이었다.
영국을 떠날 경우 앞으로 해리 왕자 부부의 주변 환경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부부가 ‘서섹스 공작 부부’라는 왕실 직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언론은 여왕의 성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왕이 성명에서 ‘서섹스 공작과 공작비’라는 호칭 대신 ‘해리와 메건’이라는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면서 해리 왕자 부부가 어쩌면 앞으로 왕실 칭호를 박탈당할지 모른다고 해석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그저 할머니가 손자에게 친근함을 표시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해리 왕자 부부의 ‘독립선언’을 대서특필한 타블로이드 신문들. 메건의 이름을 따서 ‘멕시트(Megxit)’라고 부르고 있다.
한편 영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또 한 가지는 재정 문제다. 독립을 할 경우 앞으로 영국 납세자들의 세금을 계속해서 받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부분이다. 현재 부부는 ‘왕실교부금(영국 의회에서 왕실에 제공하는 보조금)’을 포기할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이는 어차피 부부가 사용하는 비용 가운데 5% 정도로 그다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다. 부부는 지금까지 생활비와 공적인 업무 비용 가운데 약 95%를 아버지인 찰스 왕세자로부터 받고 있었다.
찰스 왕세자는 그간 뒤에서 몰래 둘째 아들 내외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주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억 파운드(약 1조 8000억 원) 규모의 ‘콘월 공작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찰스 왕세자는 결혼식 비용은 물론이요, 결혼 후에도 아들의 호화로운 생활비를 마련해주었고, 신혼 보금자리를 꾸미는 데도 비용을 대주면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해왔다. 해리 왕자 부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만 약 500만 파운드(약 75억 원)를 받았으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에 가장 실망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찰스 왕세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정적으로 독립한다 해도 사실 부부의 호화로운 생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지도 모른다. 단지 왕족의 칭호를 사용하지 못할 뿐 본인들의 이름을 내건 사업을 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부의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4억 파운드(약 6000억 원)가량에 달한다고 말하면서 앞으로 이를 이용한 브랜드를 론칭할 수 있다고 점쳤다.
그런가 하면 현재 부부의 공동 재산은 약 1800만 파운드(약 270억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리 왕자가 어머니 다이애나비와 증조모에게 상속받은 1500만 파운드(약 220억 원)와 마클이 드라마 출연과 패션 컬렉션으로 벌어들인 300만 파운드(약 45억 원)가량이 여기에 속한다.
캐나다로 이주한 후에는 다양한 TV 방송에 출연해 돈을 벌 수도 있다. 책을 집필하거나 강연과 대중연설을 할 수도 있다. 이미 마클의 미국 홍보팀이 마클과 친분이 있는 오프라 윈프리와 ABC, NBC, CBS 등 몇몇 미국 TV 방송사와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실제 지난해 ITV의 톰 브래드비 기자는 해리 왕자 부부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제약도 없는 자유로운 인터뷰가 곧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왕실 소식통은 “왕실 가족들은 앞으로 해리 왕자 부부가 방송에 출연해 왕실의 속사정을 전부 폭로할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영국 언론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독립을 암시하는 불안한 징후가 계속해서 있었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2018년 11월, 결혼한 지 약 6개월 만에 윌리엄 왕자 부부가 살고 있는 켄싱턴궁 영지에서 나와 따로 살림을 차린 것도 그랬으며, 2019년 3월 윌리엄 왕자 부부와 SNS 계정을 분리하고 따로 홍보담당자를 고용하는 등 모든 활동을 분리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랬다. 그리고 3개월 후에는 여기에 쐐기를 박는 듯 형과 함께 운영하고 있던 ‘영국왕립재단’을 탈퇴하고 독립적인 재단을 설립했으며, 공식적인 왕실 채널을 무시하고 언론과 직접 소통하기 시작했다.
아들 아치의 이름에서도 부부의 독립 의지가 강하게 배어있었다. 아치라는 이름은 사실 전통적인 왕족의 이름은 아니다. 오히려 영국의 평범한 부부들이 사용하는 이름으로, 2017년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남아 이름 가운데 18위를 차지했었다.
또한 해리 왕자는 아들에게 따로 작위를 물려주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왕족들은 아들이 태어나면 자신이 가진 칭호 가운데 하나를 물려주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해리 왕자가 아들에게 ‘덤바턴 백작’이라는 칭호를 물려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해리 왕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결혼 안 한 남자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경칭인 ‘마스터’를 사용해 ‘마스터 아치’로 불리도록 했다. 이에 대해 왕실 평론가는 “가능한 아들이 평범하게 살도록 하기 위해 백작 칭호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해리와 윌리엄 형제뿐 아니라 동서지간에도 갈등이 적지 않았다. 메건(오른쪽)과 해리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선 미들턴의 딸 살럿. 사진=EPA/연합뉴스
예를 들어 BBC의 한 진행자는 새로 태어난 아치를 침팬지와 비교하는 트윗을 공유했다가 해고됐는가 하면, 여왕의 사촌올케인 켄트 공자빈은 왕실 가족이 모두 모이는 크리스마스 만찬 자리에서 흑인 노예를 상징하는 브로치를 달고 참석했다가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이와 관련, 백인 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영국 제국주의의 유산은 오늘날 아직도 남아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영국의 모든 흑인들은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며 비꼬기도 했다. ‘비평을 가장한 명백한 인종차별적인 독설’에 끊임없이 직면했던 마클이 영국을 떠나기로 한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혼혈인 노동당 당수 후보인 클라이브 루이스는 “마클이 지금까지 영국 언론을 통해 당해온 인종차별을 보면 나는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있다. 왕족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는가 하면, 소설가인 필립 풀먼 경은 영국을 ‘천박한 나라’라고 묘사하면서 “마클은 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영국 언론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참다 못 한 부부는 2019년 10월, 언론과의 싸움을 법정으로 가져가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메일온선데이’ ‘선’ ‘미러’ 등을 사생활 침해로 고소한 해리 왕자는 고인이 된 어머니 다이애나비가 언론으로부터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언급하면서 “역사는 반복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도를 넘은 파파라치의 취재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다시 불러 일으켰다고 밝히면서 가족을 보호하고 싶게 만들었다고도 밝혔다.
다른 한편에서는 형제 간 불화가 가장 큰 이유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해리 왕자와 가까운 한 인사는 “윌리엄 왕자 측의 따돌림이 가장 큰 이유”라고 귀띔했으며, 한 왕실 관계자는 해리 왕자 부부가 왕실 가족으로부터 완전히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서 ITV의 브래들리는 “해리 왕자 부부는 여왕 내외를 제외한 왕실의 일원들이 질투심이 많고, 때로는 쌀쌀맞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리 왕자는 인터뷰에서 형과의 불화설에 대해 “우리는 지금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에둘러 말하면서 “우리는 지금도 형제며, 앞으로도 형제일 것이다. 우리는 너무 바빠서 예전만큼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나는 형을 무척 사랑한다”고 밝혔다.
형제 사이가 벌어진 지 이미 오래 됐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리 왕자가 마클을 형에게 소개하면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청혼할 계획이라고 밝힌 동생에게 윌리엄 왕자는 “너무 성급한 것 같은데. 확신 있어?”라고 물었고, 이에 해리 왕자는 벌컥 화를 냈다. 그때부터 해리 왕자는 형이 마클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의심했고, 그런 의심은 결혼 후에도 계속됐다.
왕실 작가인 케이티 니콜은 2018년 11월 ‘베니티페어’에 쓴 글에서 “형제 사이는 결혼 전 함께 보냈던 크리스마스 휴가 때부터 이미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형 내외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해리 왕자는 형이 마클을 가족으로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느꼈고, 때문에 이듬해 크리스마스에는 형의 초대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형제 사이만 멀어진 것이 아니었다. 동서지간에도 갈등이 적지 않았다. 한 왕실 소식통은 “미들턴과 마클은 매우 다르다. 공통점이 많지 않다. 노력은 했지만 사실 둘 사이는 매우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데일리텔레그래프’는 결혼식을 몇 주 앞둔 시점에서 이미 한 차례 갈등이 터졌다고 보도했다. 당시 신부 들러리를 섰던 미들턴의 세 살배기 딸인 샬럿 공주의 드레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마클이 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결국 미들턴이 눈물을 흘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신문은 “당시 바로 며칠 전 루이 왕자를 낳았던 미들턴은 상당히 감정에 북받쳐 있었다”고 전했다.
또한 ‘데일리텔레그레프’는 마클이 여왕이 제안한 왕관 대신 에메랄드 티아라를 착용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왕실 보좌관들과 마찰을 빚었다고도 보도했다. 그러자 이에 화가 난 해리 왕자가 왕실 직원들에게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도록 하라”며 짜증을 냈다고도 말했다.
4대가 함께한 왕위 계승자 초상 사진. 해리 왕자는 초상 사진 공개를 자신이 왕실에서 배제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왕실 가족들에게서 느끼는 소외감과 박탈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왕위 계승자 초상 사진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12월 18일, 여왕과 미래의 왕들, 즉 찰스 왕세자와 윌리엄 왕세손, 그리고 조지 왕자 등 4대가 함께 포즈를 취한 이 사진은 버킹엄 궁전의 ‘권좌의 방(왕좌가 있는 공식 알현실)’에서 촬영됐다.
왕실 통신원은 이에 대해 “이 사진을 통해 여왕은 왕실의 앞으로의 10년, 그리고 찰스 왕세자, 윌리엄 왕자, 조지 왕자와 함께 왕실의 미래가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한 “이 사진을 ‘권좌의 방’에서 찍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왕실 가족과 왕가의 미래를 상징한다”고도 덧붙였다.
왕가의 4대 초상화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사진은 지난 2016년 4월, 여왕의 90세 생일을 맞아 공개됐으며, 당시 조지 왕자의 나이는 두 살이었다. 이에 ‘더타임스’는 “해리 왕자 부부가 4대가 함께한 초상 사진의 공개에 화가 났고, 이 사진을 자신들이 왕실에서 배제되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분열되고 있는 왕실을 바라보는 영국인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때 둘도 없는 친구와 같았던 형제 사이가 틀어진 데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는 사람들은 “둘은 어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자라왔고, 이런 우애는 영원히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며 씁쓸해했다.
더욱 마음이 아픈 쪽은 윌리엄 왕자 쪽인 듯하다. 친구들은 형제간의 우애가 깨진 데 대해 윌리엄 왕자가 몹시 슬퍼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제는 동생과 어깨동무조차 할 수 없다. 우리는 별개의 독립체다”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형제 간의 불화설 보도에 대해서 윌리엄과 해리 왕자는 공동성명을 통해 “잘못된 보도다. 매우 모욕적이며 유해하다”라고 반박하면서 공식적으로는 불화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어? 해리 왕자 사진은 없네’ 단서는 책상 위에 있었다 지난 12월 초 엘리자베스 여왕의 성탄 메시지 모습. 책상 어디에도 해리 왕자 부부의 사진은 없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월 초 방송된 여왕의 성탄 메시지에서 이미 해리 왕자의 독립을 상징하는 단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매년 전통적으로 TV를 통해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는 여왕은 늘 책상에 가족사진을 세워놓고 이를 배경삼아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때문에 영국인들은 이 사진을 왕실이 전하는 강력한 메시지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지난해 여왕의 책상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어디에도 해리 왕자 부부의 사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새로 태어난 증손주인 아치의 사진도 없었다. 대신 책상 위에는 여왕의 부친인 조지 6세와 아들인 찰스 왕세자 부부, 그리고 윌리엄 왕세손 가족의 사진만 있었다. 이에 사람들은 뒤늦게 그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알겠다고 말하면서 이미 여왕은 그때 해리 왕자의 독립을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힌트를 영국인들에게 전달했다고 믿었다. 다만 해리 왕자 부부가 독립 선언을 발표하는 시점을 여왕과 상의하지 않아서 당황했을 뿐, 이미 여왕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왕이 의도적으로 해리 왕자 가족사진을 올려두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안 그래도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해리 왕자가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이 먼저든 해리 왕자와 왕실 간에 벌어진 틈을 메우기란 이미 늦은 듯하다. 이제는 캐나다로 이주하는 데 따른 구체적인 절차와 협의만이 남은 상태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