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SUV 모델인 ‘GV80’. 사진=제네시스
#SUV 바람에 거는 기대
제네시스 브랜드 입장에서 중요한 시기에 선보이는 신차가 SUV 모델이라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SUV 모델의 인기는 비단 국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SUV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내수 시장을 지키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세단 모델보다는 SUV 모델이 더 효과적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SUV는 세단 모델에 비해 대당 수익성이 높다. ‘G70’-‘G80’-‘G90’으로 이어지는 세단으로 국한된 모델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대형 SUV 모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상대적으로 다른 차급에 비해 대형 SUV의 선택지는 좁다. 이 때문에 대형 SUV에 대한 일반 소비자의 갈증이 깊다.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모델인 ‘팰리세이드’의 높은 인기에서 보듯, 경쟁력 있는 대형 SUV에 소비자는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두 줄과 방패로 완성한 디자인
“이제부터 제네시스는 두 줄입니다.”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차디자인센터장 이상엽 전무는 지난 15일 GV80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방패 모양의 대형 크레스트 그릴 옆으로 상하 2단으로 완전히 분리된 쿼드램프가 위치해 있다. 상하 램프 사이로 선명한 두 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리어램프도 상하 2단으로 완전히 분리된 슬림형 쿼드램프를 적용했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에 그어진 두 줄을 통해 앞과 뒤의 통일성을 확보하는 효과를 준다.
루프라인은 후면부로 갈수록 꺾인다. 이 같은 선택은 일장일단이 분명하다. GV80은 후륜 구동방식이라 뒷좌석 공간 활용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후면부의 루프라인을 깎아 실내 공간을 한 번 더 포기했다. 3열 좌석의 부족한 헤드룸 공간은 여기서 기인한다. 또 뒤에서 바라보면 차체가 작아보인다. 대형 SUV를 표방하는 GV80에 약점이다. 포기한 것만큼 얻은 것도 있다. 측면에서 바라볼 때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는 인상을 날렵하게 바꿔놓았다. 여기에 바퀴를 감싸고 있는 펜더의 볼륨감을 살려 힘 있는 하체를 강조했다.
실내는 럭셔리 브랜드에 걸맞은 품격을 갖췄다. 스티어링 휠은 지금까지 국산차에서 볼 수 없었던 고급스러운 질감을 갖췄다. 수평을 기본으로 디자인된 대시보드 아래 널찍하게 센터페시아가 자리 잡고 있다. 눈이 시원스럽다. 기어 변속 등에 사용되는 다이얼 역시 큼직하다. 마감의 완성도가 높다. 다만 널찍한 공간을 내준 탓에 운전석이 다소 협소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시트는 GV80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허리와 척추, 엉덩이를 안정적으로 감싸 안는다. 본격적인 주행에서 보여준 기본기는 기대 이상이다. 저속부터 확인할 수 있는 디젤 엔진의 충분한 토크를 부드럽게 이어받아 바퀴까지 전달한다. 밟는 순간, 반응한다는 느낌을 준다.
제네시스 GV80 주요 제원.
#드러나지 않은 GV80의 한계는?
GV80에는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됐는데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Highway Driving Assist) II’와 증강현실 내비게이션이 대표적이다. HDA II에는 방향지시등 조작을 통해 차선을 자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실제 시승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탓에 좀처럼 차선 변경에 성공하지 못했다.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역시 쓰임새가 제한적이다.
가격은 6580만 원부터 시작한다. 말 그대로 시작 가격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홈페이지 견적내기를 통해 옵션을 하나둘 추가하다 보면 어느새 가격의 맨 앞자리가 ‘6’에서 ‘8’로 변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8000만 원대 국산 SUV. 이를 받아들일 소비자가 얼마나 있느냐가 GV80 성패의 관건이다. GV80의 가격이 아무래도 부담이 된다면 올해 연말 출시 예정인 ‘GV70’을 기다려 보는 것도 방법이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