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득 씨 주소지인 강남구 도곡동 소재 고급빌라. 최 씨 자택을 자주 방문했다는 한 인사는 “최 씨 부부가 이사간 것으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최 씨 부부 측근들에 따르면 최 씨는 2019년 연말 남편 장 씨에게 이혼을 통보했다. 한 측근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딸 장시호 씨가 구속되고 본인 역시 검찰에 소환되는 등 고초를 겪으면서 최 씨와 남편 사이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씨 부부를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에 따르면 평소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최근 지병으로 건강이 악화된 최 씨가 “노년은 편하게 지내고 싶다”며 남편 장 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고 한다. 최 씨는 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이혼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이혼을 바라는 반면 남편 장 씨는 원하지 않는 까닭이다. 최 씨는 협의이혼이 불가할 경우 이혼소송까지 각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정불화의 원인이 남편에게 있다는 것. 일요신문 취재결과 최 씨는 지난 연말 한 변호사에게 직접 “이혼소장을 작성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최 씨가 직접 소장 작성을 부탁했으나 가정사라고 생각해서 완곡히 거절했다”고 말했다. 아직 최 씨가 남편을 상대로 한 이혼소송 소장을 접수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최 씨는 계속 변호사를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보통 부부의 이혼은 가정사이지만 최순득 씨 부부의 경우는 좀 다르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불거진 최서원 일가의 재산 축적 과정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까닭이다. 최 씨 일가의 막대한 재산 형성 배경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었으며 이들의 경제적 공동체 관계가 그들의 아버지 세대 때부터 시작됐다는 의혹은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최근 최서원 씨의 재산에 대해 “굉장히 많은 재산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면서 “국세청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쟁점은 재산 분할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추적한 최서원 일가 재산 규모는 2730억 원으로 2016년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최순득 씨 부부의 재산 규모는 1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부부가 소유하고 있던 35억 원 상당의 도곡동 빌라와 제주도 소유의 땅 그리고 강남구 삼성동 소재 S 빌딩 등을 합한 금액이다. 이 가운데 S 빌딩은 2017년 10월 남편 장 씨가 약 260억 원에 매각했다. 최 씨 부부와 친분이 있는 다른 변호사는 17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최 씨 부부가 갖고 있는 건물들과 토지들은 다 공동명의”라고 말했다.
이 외에 드러나지 않은 재산도 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검 역시 최서원 일가의 토지 재산에 대해서는 끝까지 밝혀내지 못했을 정도다. 게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품이 최태민 목사를 통해 최 씨에게 전해졌다’는 등의 최서원 일가의 재산을 둘러싼 의혹도 많다. 만약 최 씨 부부가 이혼소송에 이르게 될 경우 재산 분할 과정에서 정확한 재산 규모가 드러날 수도 있다.
한편 이혼 전문 변호사들은 재산 분할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사람의 혼인 기간이 길어 재산증식 기여도를 따지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민법상 재산분할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부부가 협력해서 형성한 공동재산으로 주택과 주식 등이 포함된다. 각각의 부모로부터 증여 받은 상속재산은 특유재산으로 원칙상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어느 한 쪽이 해당 재산에 대해 유지 및 증가 기여를 했다면 분할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 씨의 경우 자신의 부모로부터 상속받은 도곡동 자택과 토지를 남편 장 씨와 공동명의로 해 놓은 기간이 상당히 길며 이를 토대로 자산을 증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 씨는 최근 남편과 함께 살던 도곡동 소재의 자택도 떠나 별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자택 인근 거주 주민들은 “2018년 이후 최 씨 부부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사태 이전부터 현재까지 최 씨 자택을 자주 방문했다는 한 인사는 7일 일요신문과 만나 “(최 씨 집에 대해) 낮에는 늘 사람이 없다. 가끔 장시호 씨가 왔다 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몇 달 전, 최 씨에게 전달할 게 있어 경비원에게 최 씨 소재를 물었는데 외국으로 나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