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관련 뇌물공여 등 혐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해 돌진하는 방청객. 사진=고성준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공판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준법감시위 출범이 감형의 수단이라는 지적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 없이 법원으로 들어갔다.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 의혹 사건 관련 자료의 증거 채택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재판부가 “박영수 특검팀이 신청한 증거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겠다”고 기각 결정을 내린 것. 이어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르면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개별 현안을 특정할 필요 없다”며 “각각 현안과 대가관계를 입증할 필요는 없으므로 추가 증거조사는 필요하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바이오 증거인멸 관련) 다른 이들의 사건 관련한 판시를 보면 삼성 후계작업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의 배경이라고 명시적으로 나온다”며 “핵심 양형 증거로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고 재판부의 기각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추가 검토를 거쳐 결과를 서면 통지하기로 했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한과 관련한 준법경영안을 재판부에 의견서로 제출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 앞서 삼성그룹은 지난 9일 대법관 출신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한 독립된 그룹 감시기구인 준법감시위원회 출범을 밝혔다(관련기사 삼성이 법원에 제출한 ‘숙제’ 이재용 파기환송심에 도움 될까).
이에 재판부는 ‘미국 연방법원의 양형 사유’를 거론하며 3명의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 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준법감시위 평가를 이재용 부회장의 형을 정하는데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검찰은 재판부의 결정에 “재벌체제 혁신 없는 준법감시 제도에 반대한다. 위원 선정에 협조할 생각 없다”며 불공평한 재판 진행에 불만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오는 2월 14일 다시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전문심리위원단과 관련한 세부적인 사항을 양측과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한편 이날 공판은 1시간 30여 분 만에 마무리됐다. 재판이 끝나고 이재용 부회장이 법원 청사를 나서는 과정에서 소동이 일었다. 일부 방청객들이 “삼성 노조파괴 사과하라” “죄의 처벌을 받으라”라며 이 부회장을 향해 달려들었던 것. 이들은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삼성 직원과 법원 보안직원 등에 의해 제지당했다. 이 부회장은 직원들 뒤에서 굳은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결국 이 부회장은 직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준비된 차에 올라타 법원을 빠져나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