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 캠벨은 “비행기에 탑승할 때마다 항상 기내의 모든 곳을 청소한다”라고 밝혔다.
해외 여행지에서 가져오는 기념품 가운데 아마 가장 반갑지 않은 선물은 나도 모르게 비행기 안에서 전염된 감기나 독감일 것이다. 사실 이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밀폐된 공간인 기내에서 감기에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하거나, 침을 튀거나, 혹은 가까운 거리에서 숨을 내뿜을 경우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낮은 습도와 에어컨 바람이다. 건조할수록 세균은 더 빨리 번식하고, 또 에어컨 바람이 바이러스의 이동을 용이하게 해준다. 이에 대해 스포츠 닥터인 크레이그 랜슨 박사는 “때문에 가장 큰 위험은 호흡기 질환, 즉 폐를 감염시키는 세균”이라고 말했다. 또한 ‘포워드헬스’의 네이선 파비니 박사 역시 “호흡기 바이러스는 여행 중에 감염되기 쉬운 가장 흔한 바이러스이며, 보통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가까운 곳에 앉아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흔히 퍼지는 질병으로는 감기, 독감, 페렴 그리고 노로바이러스 같은 세균성 질환이 많다. 이런 세균들은 대부분 사람들의 입김으로 퍼진다. 누군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주위의 공기 속으로 퍼져 나가는 식이다. 그리고 이렇게 밖으로 나온 세균들은 사람의 손이나 단단한 표면에서 한동안 살아남는다.
사람들이 기내에서 질병에 걸리기 더 쉽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도 있다. 캐나다 빅토리아대학 연구진은 샌프란시스코와 덴버 사이를 비행한 1100명의 승객들과 런던의 131명의 통근자들의 세균 감염 비율을 비교조사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기내에서의 감기 바이러스 전파 비율은 지상의 성인 통근자들보다 23배 정도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밀폐된 기내는 바깥보다 신선한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기 때문에 더 높은 농도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내에서 세균 감염 피하는 방법.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무방비로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세균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말한다. 가장 기본은 ‘가능한 한 화장실에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는 것’이다. 화장실은 물론이요, 화장실을 오가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서다.
또한 ‘통로 좌석보다는 창가 좌석에 앉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역시 통로를 지나다니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에어컨 바람 방향을 조정하여 고깔 모양의 보호막을 만드는 것’이 있다. 에어컨 바람을 이용하여 세균이 근처에 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밖에도 전문가들은 팔걸이를 소독제 스프레이로 닦거나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추천한다.
이런 방법들을 적극 추천한 랜슨 박사는 “지난해 벌인 질병 예방 캠페인에서 확인된 바로는 이런 방법들이 직접적인 결과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이전보다 질병 발병률이 40%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기내 좌석 등받이에 설치되어 있는 접이식 테이블이다. 이 테이블은 기내에서 식사를 하거나 책을 읽을 때는 물론이요, 심지어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잠을 자거나 머리를 기댈 때도 사용된다. ‘메이요 클리닉’의 전염병 전문가인 아비나쉬 버크 박사는 “바로 이 때문에 이 접이식 플라스틱 테이블은 기내에서 가장 세균이 많이 번식되어있는 장소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밀폐된 비행기 내부에서는 세균과 바이어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가 하면 위험관리 전문회사인 ‘아이젯’의 건강정보 담당이사인 캐서린 하몬은 “승무원들은 기내의 쓰레기를 줍기는 해도 테이블 표면을 소독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관리가 소홀하다는 뜻이다.
‘커먼스피릿 헬스’의 내과과장인 니콜라스 테스타 박사 역시 이에 동의했다. 테스타 박사는 “독감 바이러스는 약 24시간 동안 단단한 표면에서 살아남는다. 그런데 승무원들은 모든 좌석 테이블을 일일이 청소할 시간이 없다.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화장실이 좌석 테이블보다 더 깨끗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말도 했다.
좌석 테이블의 세균 감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 버크 박사는 ‘테이블 상판을 알코올솜으로 닦을 것’을 권장한다. 이렇게 하면 테이블이 조금이나마 소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뉴욕 웨스트체스터 헬스 병원’의 내과 전문의인 프랭크 콘타세사 박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예 ‘좌석 테이블을 사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그는 “가능한 테이블을 사용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위생용 물티슈를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기 전에 닦아라”고 충고했다.
영국 슈퍼모델 나오미 캠벨은 전문가들의 이런 충고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유명인사 가운데 한 명이다. 지난해 7월, 캠벨은 기내에서 찍은 다소 기묘한 사진 한 장을 ‘트위터’에 올렸다. 다름아닌 수술용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한 손에는 물티슈를 들고 비행기에 탑승한 장면이었다. 사진과 함께 캠벨은 ‘안전한 비행’이라는 글을 적어놓았다.
당시 캠벨은 “나는 비행기에 탑승할 때마다 항상 기내의 모든 곳을 청소한다”라고 밝히면서 “개인 전용기든 일반 여객기든, 어떤 비행기를 타든 간에 사람들은 기침을 하고 재채기를 한다. 나는 그걸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불 보듯 뻔했다. ‘너무 오버다’라는 비난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면서 이런 행동이 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비행기 안은 먼지, 수증기, 박테리아, 곰팡이, 그리고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도록 필터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캠벨의 태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실제 캠벨의 호들갑(?)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은 많다. 플리머스대학 분자미생물학 강사인 티나 조시 박사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다. 조시 박사는 ‘메일온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방법들은 개인적인 선호에 따라 나뉘는 문제지만 나는 이런 행동들이 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또한 “보통 모든 공공장소와 물건(버스, 기차, 문손잡이, 지폐 등)에는 세균들이 많다. 심하게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지 않는 한 반드시 세균에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호텔 방에서는 ‘천 소파’를 조심하라 호텔 객실의 천 소파는 진드기의 완벽한 은신처다. 이유는 바로 세균 감염 때문이다. 보통 패브릭 소파는 객실 내 다른 곳보다 깨끗이 청소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때문에 먼지, 비듬, 진드기 등이 숨어 있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게다가 천 소파만큼 침대 진드기들의 완벽한 은신처가 되는 곳도 없다. 이런 진드기는 심지어 스팀 세척기로도 박멸되지 않는다. 또한 호텔 소파의 경우 대부분 장식이 수놓아져 있거나 세탁하기 어려운 재질로 이뤄져 있는 경우가 많다. 미네소타 공립보건대학 전염병 전문가 니디 길데이날 박사는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통해 “천 소파에는 보통 세탁하기 어려운 직물을 사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침대시트나 수건과 같은 방법으로 세탁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 소파에 묻은 얼룩은 톡톡 두들기거나 문질러서 제거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눈에 보이는 얼룩은 지워져도 눈에 띄지 않는 세균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소파가 지저분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더러운 옷, 여행 가방, 신발 등과 같은 물건들을 올려놓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질병, 바이러스, 박테리아로 소파가 오염되고, 이런 오염 물질은 결국 다음 손님에게 전달될 수 있다. 만일 세균에 감염될 경우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으로 콧물이나 눈물이 흐르기도 하며, 더 심한 경우에는 두드러기와 같은 반응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길데이날 박사는 ‘소파를 팡팡 두드려보거나 킁킁 냄새를 맡아보라’고 권고했다. 의자를 밝은 창가 옆에 놓고 팡팡 두드려봐서 먼지 입자들이 공중으로 심하게 떠오른다면 소파를 청소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봤을 때 뭔가 지독한 악취가 난다면, 곰팡이가 안감 속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아예 사용하지 않거나 꼭 필요하다면 교체 혹은 청소를 요구하도록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