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온라인 중고 사이트인 ‘아비토’에 올라온 그림 하나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유는 터무니 없는 가격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그린 것으로 보이는 이 그림의 가격은 무려 1억 4000만 루블(약 26억 원). 이 그림에서는 사실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유명 화가의 작품도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가격에 나온 걸까.
러시아 중고 사이트 ‘아비토’에 올라온 그림 ‘말을 탄 붉은 군대’.
‘말을 탄 붉은 군대’라는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의 주인은 모스크바의 저널리스트인 블라디미르 음크르츠얀(41)이라는 남성이다. 자신이 여섯 살 때 그린 작품이라고 소개한 그는 이 그림이 26억 원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360TV’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그림을 그렸을 때 나는 어린 소년이었고, 때는 구소련 시절이었다”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작품에 나는 TV 화면과 책을 통해 바라본 당시의 현실을 반영했다. 나는 당시 내전이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라고 덧붙였다.
어떻게 이런 가격을 책정했냐는 질문에는 “여섯 살 소년의 순진한 눈으로 바라본 구소련 시대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 그림이기 때문에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한 “나의 모든 영혼과 나의 모든 어린 시절의 기쁨을 거기에 담았다”라고도 말했다. 그의 자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술 더 떠서 그는 “그림을 그린 내가 봐도 말을 표현한 기법은 정말 인상적이다. 영혼을 꿰뚫어보는 것만 같다”고 거듭 칭찬했다.
가격을 흥정하려는 사람에게는 “이런 훌륭한 작품에 이 가격은 거저다”라고 쏘아붙이면서 “이미 원래 생각했던 가격보다 반값에 내놓았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에 황당해하고 있는 누리꾼들은 과연 그가 제시한 가격에 그림이 팔릴지가 궁금하다면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