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아내가 남편(55)에게 수면제를 탄 곰탕을 먹인 뒤 목 졸라 죽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도가 발각돼 이혼 요구를 받자 재산 분할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해 저지른 사건이라고 경찰은 추정했다.
A 씨는 수면유도제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남편 머리를 소화기로 10여 차례 내려쳤다. 그리곤 준비해뒀던 노끈으로 남편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부자리가 깔린 거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A 씨는 남편 시신을 화장실로 옮긴 뒤 피로 물든 거실을 치웠다. 세제와 수건 등으로 혈흔을 지우고 쓰레기봉투 3개에 나눠 피로 물든 이불과 범행 도구를 담았다.
A 씨는 1월 4일 밤 9시 50분께 내연남 B 씨에게 전화해 “쓰레기 좀 치워 달라”며 사건 현장으로 불렀다. B 씨는 사건 현장인 집 안에 들어가 4분 동안 머문 뒤 범행 증거물이 담긴 쓰레기봉투 3개를 들고 나온다. B 씨는 쓰레기봉투를 자신의 차 트렁크에 싣고 떠나 다음날인 1월 5일 밤 9시 15분께 광산구에 있는 한 쓰레기장에 버린다. 범행 현장에서 수km 떨어진 곳이었다.
A 씨는 대범했다. A 씨는 B 씨에게 쓰레기봉투를 맡긴 뒤 거실엔 새 이불을 깔았다. 뒤처리를 마친 A 씨는 외출 중이던 딸에게 연락해 함께 15m 정도 떨어진 노래방을 갔다. 눈속임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알려졌다. 3시간쯤 뒤인 다음날 1월 5일 새벽 1시쯤 A 씨는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A 씨는 화장실에 쓰러진 아빠를 발견한 딸에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시켰다.
A 씨는 첫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CCTV에 잡힌 내연남 B 씨와 그 손에 들린 쓰레기봉투에 대해 질문하자 A 씨는 횡설수설 진술을 번복했다고 전해진다.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과 남편 시신에 있는 둔기에 맞은 흔적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A 씨를 추궁해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A 씨는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벌인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A 씨가 범행 닷새 전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은 사실을 포착했다. 부검 결과 남편 시신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미지컷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A 씨는 곧바로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경찰에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남편에게 방어 흔적이 없던 것에 대해선 “흉기를 들었을 때 남편이 저항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찰 확인 결과 가정폭력 관련 피해를 신고하거나 상담한 기록은 없었다.
경찰은 수사 끝에 A 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했다. A 씨는 범행 닷새 전인 2019년 12월 30일 병원에서 수면유도제 한 달 치를 처방받았다. A 씨는 경찰에 “내가 먹기 위해 처방받았고, 범행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남편 시신에서 해당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
광주서부경찰서는 1월 6일 A 씨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7일 살인과 증거인멸 교사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내연남 B 씨 또한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됐다. A 씨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살인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3년 전쯤 11억 원 상당의 원룸 건물을 산 건물주였다. 건물 세를 받으며 다른 빌라에 방을 얻어 지내고 있었다. 이웃 주민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사건 당일에도 이혼을 두고 큰소리로 싸웠다고 알려졌다. 2019년 12월 12월 아내 외도 사실을 안 남편이 A 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고 한다.
광주서부경찰서 관계자는 “2019년 12월 남편에게 내연 관계가 들켜 이혼을 준비 중이었으며, 재산 분할 등의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는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계획적으로 남편을 살인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조사에서 범행 정황 등 진술이 일관되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A 씨는 1월 12일부터 21일 현재까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