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던 김민재(왼쪽), 황희찬 등 1996년생 쥐띠 선수들은 A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 대표팀의 1996년생 라인
최근 2년간 대한민국 축구는 다시 한 번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국민들의 관심을 회복했다. 이어진 A매치 7연속 매진이 인기를 증명했다. 이 같은 상승세에는 1996년생 쥐띠 선수들이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나상호 등 1996년에 태어난 이들은 어느새 대표팀 주축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팀 안팎에서 ‘96라인’이라는 신조어가 자주 쓰일 정도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들이 금메달을 따낼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A대표팀까지 이들의 이름으로 채워지리라고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1996년생 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세대교체를 구상하던 파울루 벤투 감독의 시야에 든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들의 이름이 없는 대표팀 명단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벤투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벤투호 황태자’라고도 불리는 미드필더 황인범은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3경기 2골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한국 나이 스물다섯이 되는 2020년은 더욱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상호를 제외한 김민재, 황인범, 황희찬 모두 이적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기존 활약 무대(중국, 북미, 오스트리아)에서 더 수준 높은 무대로 이적을 노린다. 잉글랜드, 독일 등 구체적인 행선지까지 거론된다. 이들 모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기에 병역 문제에 비교적 자유로운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송성문은 2019 한국시리즈에서 논란과는 별개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사진=연합뉴스
#KBO 리그 떠들썩하게 했던 쥐띠 야수 송성문
최근 2~3년 사이 우수 선수들이 쏟아지는 KBO 리그에서 쥐띠 선수들은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자원들이다. 국가대표를 경험한 키움 히어로즈 투수 최원태(1997년 1월생이지만 음력 설 이전 출생), KT 위즈 최초 토종 10승 투수 배제성, 2019 신인왕 후보 KIA 타이거즈 투수 전상현 등이 쥐띠다. 영건들이 많기로 소문난 키움에는 주목할 만한 쥐띠 야수도 있다. 유독 가을에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하는 송성문이 그 주인공.
2018년 백업 선수로 이름을 알린 송성문은 그해 가을야구에서 맹활약해 기대감을 높였다. 2019시즌 개막 후에는 예상을 밑도는 활약으로 좌절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또 다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타율 0.333, 0.625의 미친 활약으로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송성문은 야구 실력 외적인 이유로 야구팬들의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1차전, 더그아웃에서 외친 말들이 ‘막말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단순 응원이 아닌 상대의 부상을 기원하는 듯한 ‘트래시 토킹’이 포함돼 있었다.
2차전에 앞서 공개 사과에 나선 그는 경기에서만큼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팀 내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비록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송성문은 5할 타율을 기록했다.
송교창은 올스타 멤버로 선정되며 KBL을 대표하는 스타로 성장했다. 사진=KBL
#KBL TOP 쥐띠 송교창
‘고졸 루키’가 많은 다른 종목과 달리 프로농구(KBL)에선 대부분 신인이 대학 4년을 마치고 프로에 뛰어든다. 이에 1996년생 쥐띠 선수들은 이번 2019-2020시즌에서야 대거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국가대표가 즐비하고 외국인 선수가 휘젓는 프로 무대에서 이들은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다. 대부분 데뷔 시즌을 정신없이 보내고 있지만 1996년생 쥐띠 선수로서 전주 KCC 송교창은 베테랑 선수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송교창은 2015-2016시즌, 고교 졸업 이후 프로에 직행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데뷔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 1.5점에 그치며 프로의 쓴맛을 본 그는 다음 시즌부터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렸다.
자신의 개인 통산 다섯 번째 시즌이자 동갑 친구들이 드래프트를 거쳐 프로에 발을 들인 2019-2020시즌에 들어서자 송교창은 KBL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32분을 소화하면서 15.5점(국내선수 2위), 5.5 리바운드, 3.4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올스타전에서 베스트5로 선발됐고 시즌 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리그 내 대부분 쥐띠 친구들이 출전시간 확보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과 대비된다.
이재영·이다영(왼쪽) 쌍둥이 자매는 김연경과 더불어 오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맹활약이 기대되는 여자배구 대표팀 멤버다. 사진=연합뉴스
배구 여제 김연경의 등장 이후 한국 여자배구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국가대표팀은 최근 3연속 올림픽 진출을 결정지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의 기반을 만든 김연경은 오는 2020 도쿄올림픽을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수차례 밝혔다. 배구계는 ‘포스트 김연경’ 찾기에 분주하다.
배구계에서는 김연경의 뒤를 이을 스타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고교 시절부터 유망주로 큰 기대를 받았던 이들은 2014년 프로 무대에 발을 들인 이후 6시즌째를 맞이하며 정상급 선수로 동반 성장했다.
앞서 나간 이는 5분 차이로 먼저 태어난 언니 이재영이다. 이재영은 프로 데뷔와 동시에 팀내 주전급 공격수로 자리 잡았고 그해 신인왕을 차지했다. 매 시즌 공격 관련 기록 상위권을 놓치지 않던 그는 2016-2017시즌 V리그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국내 최정상에 올랐다.
가능성만 보이며 아쉬움을 남겼던 이다영은 이번 2019-2020시즌 만개하고 있다. 세터 출신 소속팀 사령탑 이도희 감독의 가르침과 세계적 명장 스테파노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의 지도가 더해지며 성숙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하위권에서 이번 시즌 선두로 올라선 소속팀 현대건설의 선전에는 이다영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V리그를 주름잡는 이들의 활약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이들 쌍둥이 자매는 지난 12일 마무리된 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에서 자신들의 우상 김연경과 함께 대표팀의 우승, 올림픽 본선 티켓 획득을 이끌었다. 이재영은 주전 레프트, 이다영은 주전 세터로 활약했다. 이들의 활약은 오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