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2’는 1월 6일 방송을 시작한 이래 단 4회 만에 수도권 시청률이 20%(닐슨코리아)를 돌파했을 정도로 화제다. 완성도를 자랑하는 드라마 자체의 힘이지만 방송 2주차에 불거진 이른바 ‘이국종 사태’를 통해 관심이 증폭된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한석규가 연기하는 드라마의 타이틀롤인 의사 김사부가 이국종 교수를 빗대 창작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게시판에는 ‘현실판 김사부’가 이국종 교수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이국종 교수는 욕설까지 담긴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과의 대화 녹음 파일이 1월 13일 공개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급기야 이 교수는 1월 20일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이 교수가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참석할 당시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이국종 교수 모티프 기획
이국종 교수는 중증 외상환자 치료의 시의성과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꾸준히 의료계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2011년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을 구하고 귀순 병사인 오창성 씨를 살린 중증외상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중증외상센터 확대 필요성과 국가의 지원을 요구하면서 실현시킨 인물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이국종 교수는 최근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과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 이슈의 중심에 섰다. 논란은 1월 13일 언론에 보도된 유 의료원장과 이 교수가 나눈 대화의 녹음 파일로 촉발됐다. 여기에는 유 원장이 이 교수를 향해 내뱉은 욕설이 담겼다. 내용이 공개된 직후 연일 갈등이 증폭되면서 급기야 이 교수는 지난 20일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때려쳐 XX야” 이국종 교수에 욕설,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 고발 당해).
이번 사태의 본질은 권역응급의료기관으로서 외상환자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이국종 교수의 입장에 병원 경영진이 다른 의견을 보이면서 깊어진 갈등에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갈등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듯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가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2016년부터 2017년 초까지 인기리에 방송한 드라마다. 제작진은 이국종 교수로부터 영감을 받아 주인공 김사부를 설계했다. 2012년 MBC가 방송한 의학드라마 ‘골든타임’ 역시 이 교수를 모델로 만들었지만, 그 이후 이 교수가 의료계는 물론 국민적인 유명인사로 부상하면서 ‘낭만닥터 김사부’는 더 큰 화제와 관심을 얻었다.
실제로 시즌1 방송 당시 제작진은 경운기가 전복되는 사고를 담은 내용에서 이국종 교수와 닮은 배우를 캐스팅해 닥터헬기 팀의 의사로 내세웠다.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은유적인 방식으로 이국종 교수를 향한 존경을 표한 것이다.
제작진은 이번 시즌2를 시작하면서 인술을 펼치는 의사 김사부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려고 결심한 뒤 여러 어려움을 겪는 내용을 다룬다고 소개했다. 권역외상센터는 곧 이국종 교수를 상징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때문에 권역외상센터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위기와 갈등을 겪고 이겨내는 김사부의 모습이 이국종 사태로부터 자의반 타의반 영향을 받고 있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현실을 빗댄 듯한 드라마 전개에 크게 반응하는 건 시청자다. 온라인 게시판과 댓글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김사부가 곧 이국종 교수”, “드라마 제목을 ‘낭만닥터 이국종’으로 해도 되겠다”는 등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는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한계를 딛고 시청률도 연일 상승세다. 드라마가 현실과 만났을 때 얼마만큼의 폭발력을 발휘하는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석규 “현실에서는 그분께서 고군분투”
‘낭만닥터 김사부2’의 배경은 강원도 정선이다. 극의 무대는 작고 소박한 돌담병원. 의학드라마에서 주로 등장하는 첨단시설을 자랑하는 병원과는 거리가 멀다. 작은 시골병원에는 천재의사라고 불러도 될 법한 실력과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김사부가 있다. 병원 내 권력관계나 촌각을 다투는 환자를 극적으로 살리는 의사들의 분투에 주로 집중한 최근 의학드라마와 달리 ‘낭만닥터 김사부2’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사람과 사람의 문제까지 아우르며 시청자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이국종 교수가 현실에 없을 것 같은 의사의 모습으로 대중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점과 닮았다.
한석규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가 다른 의학드라마와 다른 점은 병원 밖에서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이라며 “병원 안에서의 일에 머물지 않고 사람과 환자, 의사들과 환자들을 통해 2020년의 문제점을 은유적으로 풀어낸다”고 밝혔다. 사진=SBS ‘낭만닥터 김사부2’ 홈페이지
한석규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가 다른 의학드라마와 다른 점은 병원 밖에서의 이야기를 다루는 점”이라고 꼽으며 “병원 안에서의 일에 머물지 않고 사람과 환자, 의사들과 환자들을 통해 2020년의 문제점을 은유적으로 풀어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맡은 역할의 모델인 이국종 교수를 향한 존경심도 표했다. 한석규는 드라마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는 “그분께서 고군분투하면서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여러 어려움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직접적으로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국종 교수의 분투를 응원하는 말이다.
방송가에서는 과연 ‘낭만닥터 김사부2’의 시청률이 어디까지 오를지 관심을 쏟고 있다. 시즌1의 경우 방송 8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했고, 최고 시청률 27.6%를 기록하면서 막을 내렸다. 후속편의 시청률은 시즌1보다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이국종 교수를 둘러싼 이슈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도 ‘낭만닥터 김사부2’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21일 경찰이 이 교수에게 욕설을 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유희석 원장에 대한 내사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유 원장에 대한 고발 서류가 넘어오면 검토해 내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내사는 1월 17일 한 시민단체가 유 원장을 모욕과 업무방해·직무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결정이다. 경찰은 내사 뒤 문제가 발견되면 정식 수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