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훈 LG 트윈스 코치는 SK 와이번스 소속 선수 시절 두 번의 보상선수 지목으로 20일 동안만 롯데 유니폼을 입은 경험이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훈은 2011년 SK 와이번스 소속 외야수로 뛰었다. 시즌이 끝난 뒤 SK가 롯데 자이언츠 출신 FA 투수 임경완을 영입했고, 20인 보호 선수 명단을 받아 들고 고민하던 롯데는 임경완의 보상선수로 임훈을 뽑았다. 임훈은 그렇게 롯데 소속 선수가 됐다.
얼마 후 이번엔 롯데가 SK에서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투수 정대현과 계약했다. SK도 보상선수 지명을 위한 코칭스태프 회의를 열었다. 고심 끝에 롯데에서 SK로 데려올 보상선수를 정했다. 그 선수가 바로 ‘롯데 임훈’이었다. 임훈은 2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두 차례나 FA 보상선수로 지명돼 친정팀 SK로 돌아왔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초유의 해프닝이었다.
게다가 임훈은 이미 롯데에서 연봉 계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2011년 5000만 원에서 70% 인상된 85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롯데는 하루아침에 터전을 옮기게 된 임훈의 상실감을 고려해 연봉을 높게 책정했고, 이 연봉은 결국 SK가 부담해야 할 몫이 됐다. 이적 선수의 연봉은 직전 구단에서 맺었던 계약을 그대로 승계하는 게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 흥미로운 ‘부수입’도 생겼다. 그해 KBO 야구규약에는 ‘선수계약이 양도된 선수가 이사할 경우, 양도구단과 양수구단은 100만 원의 이사비용을 등분 부담해 선수에게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당시 임훈은 실제로 집을 옮기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불과 20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집을 알아볼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아직 비시즌이라 서두를 이유도 없었다. 따라서 양 팀이 이사비를 지급할 필요도 없었던 셈.
그러나 SK와 롯데는 두 번의 이사비용을 모두 내기로 결정했다. 이미 롯데에 지명됐을 때 양 팀이 50만 원씩 한 차례 지급을 마친 뒤였고, SK 지명 이후에도 똑같이 했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신적인 혼란을 겪었을 임훈을 위한 배려였다. 임훈에게는 뜻하지 않은 ‘용돈’ 200만 원이 생긴 셈이다.
배영은 일간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