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 아르테온 단지 전경. 사진=고덕 아르테온 페이스북
서울 강동구 아르테온 아파트가 2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고덕 아르테온은 고덕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2017년 11월 분양했다. 분양 후 집값이 급등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이 단지 분양권은 지난 연말 전용 59㎡(약 18평)가 10억 5000만~11억 원, 전용 84㎡(약 25평)가 14억~14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그런데 최근 재건축조합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진의 ‘특별포상’ 요구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업계 및 조합원 등에 따르면 아르테온 재건축조합 이사회는 대의원회의에 ‘우수성과에 대한 특별포상의 건’을 1호 안건으로 상정했다. “고덕주공3단지 숙원사업이었던 재건축이 이제 곧 입주를 앞두고 있다”며 “현 집행부 각고의 노력으로 최고의 아르테온을 만들어낸 만큼, 집행부 우수성과에 대한 특별포상을 의결해 달라”는 것.
이 안건에 따르면 조합장은 본인 성과급으로 17억 원을 책정했다. 조합 이사 5명에게는 1억 3000만~3억 8000만 원씩 총 9억 원을 매겼다. 사무장 한 명에게 전용 59㎡짜리 보류지(조합이 분양 대상자의 누락·착오와 소송 등에 대비하기 위해 분양하지 않고 유보한 물량) 매물을 분양가인 6억 원대에 팔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앞서 언급했듯 고덕 아르테온 전용 59㎡의 거래가는 10억 원이 넘는다.
이에 따라 보류지 기회비용을 포함하면 이들이 책정한 집행부 성과급은 약 30억 원에 달한다. 조합은 이 같은 성과급을 위해서는 가구당 100만 원가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별포상의 근거로 조합장은 조합원들에 ‘집행부가 이뤄낸 주요성과 약 3360억 원’도 별도 첨부했다.
“현 집행부의 노력으로 아르테온이 뛰어난 조경과 커뮤니티, 시공품질을 인정받아 인근 다른 아파트단지와 비교해 세대당 1억 원 이상의 무형의 가치상승으로 총 2600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 “힘든 협상 끝에 고급마감재를 적용했고, 6개월 선착공으로 사업비를 절감해 총 770억 원의 이익을 얻었다”는 등이 집행부의 주장이다.
조합장은 또 “선출 직후 임원들의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비용을 개인적으로 부담했고, 조합원들의 재산세 연체이자 등을 개인적으로 처리했다”며 “조합장과 사무장이라는 최소의 주요 상근인력으로 1조 3000억 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사업을 완벽하게 해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 안건을 두고 내부에서 논란이 제기된다. 조합원들이 “거액의 포상 산출근거가 뭐냐”, “최근 하자보수 등으로 어수선한데 자화자찬 성과급은 이해되지 않는다”, “자신들이 당연히 해야 할 업무를 했다고 수억 원의 인센티브를 주는 게 말이 되느냐” 등의 지적이 나왔다. 반면 일부 조합원들은 특별포상 안건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 이사들의 포상금 지급이 알려지면 그만큼 잘 지은 아파트라는 인식이 강해져 아파트값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덕 아르테온 재건축조합이 조합원들에 보낸 ‘집행부가 이뤄낸 주요성과 약 3360억 원’ 자료. 사진=고덕 아르테온 재건축 조합원 제공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규정은 2015년 개정돼 그 이전부터 진행되던 재건축 사업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고덕주공3단지의 경우 검토 결과 2006년부터 사업이 시작돼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이라 하더라도 표준행정업무규정은 법률이 아니기에 강제성을 띠지 않아 강력한 제재를 할 수 없다. 앞서 서울시 관계자는 “규정은 법적 제재 등 강제성을 갖지 않는다. 권장만 할 수 있을 뿐”이라며 “권고사항을 재건축 조합 자체적으로 내부 규정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이사회가 이를 어길시 조합원들이 자체적으로 제재에 들어갈 수 있고, 구청에서 행정지도를 나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도 조합 집행부의 성과급 지급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 강동구청 관계자는 “고덕 아르테온 단지의 경우 해당 규정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이번 특별포상 안건과 관련해 권고 사항을 공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실제 강동구청은 “조합 임원 성과급 지급과 관련해 많은 논란과 민원이 쇄도해 검토했다”며 아르테온 재건축 조합에 ‘조합임원 성과급 지급 관련 행정지도’ 형식의 공문을 보냈다.
강동구청은 이 공문을 통해 “아르테온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규정에 따른 공공관리 적용 대상 사업장은 아니다”라면서도 “표준행정업무규정에서 조합은 임원에게 임금 및 상여금 외 별도의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규정 제정 목적을 감안해 정상적인 조합 운영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사무장에게 보류지 처분안에 대해서는 “분양대상의 누락, 착오 및 소송 등에 따른 대상자 또는 적격세입자에 우선 처분하고 잔여분은 공개모집 방법으로 모집해 일반분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논란이 된 특별포상 안건은 해프닝으로 끝이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열린 대의원 회의에서 조합장을 향한 성토가 이어진 끝에 안건은 부결된 것. 100명의 대의원 중 반대 80여 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덕 아르테온과 같은 유사한 사례가 발생 시 서울시가 마련한 규정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조합이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조합원은 “재건축 사업처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붙는 사안에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나서야 한다”며 “강제성이 없는 규정이 효용성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