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풀은 라이벌 맨유를 상대로 승리하며 이번 시즌 리그 무패행진을 22경기로 늘렸다. 사진=리버풀 페이스북
리버풀은 지난 20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리버풀은 이번 시즌 22경기 연속 무패 가도를 달렸다. 21승 1무 0패로 무려 승점 64점을 쌓아올렸다.
이번 경기가 열리기 전 일각에서는 맨유전이 리버풀 무패행진 지속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였다. 리그 전반기 리버풀의 ‘1무’라는 흠집을 만들어낸 유일한 팀이 맨유였기 때문이다. 또 리버풀과 맨유는 노스웨스트 더비로 불리는 잉글랜드의 오랜 라이벌이다. 라이벌전에서는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기에 ‘리버풀이 넘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조심스레 나왔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리버풀은 경기 초반 나온 선제골을 안정적으로 지켰다. 맨유가 마지막까지 거센 반격에 나섰지만 추가골을 터뜨리며 경기를 끝냈다. 이번 시즌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던 맨유가 평소보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했지만 리버풀의 강력함을 넘지는 못했다.
#우승은 떼 놓은 당상? ‘강력한 포스’ 발휘하는 리버풀
리버풀은 라이벌전이라는 중요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리그 일정이 후반기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 2경기를 덜 치른 22일 현재 2위와 승점 13점차로 간격을 벌렸기에 올 시즌 리버풀의 리그 우승에는 이견이 없다.
이제는 리버풀이 ‘무패우승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리버풀은 최근 공식전 8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리그 22경기에서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골을 넣었다. 또 이번 시즌 나선 7개 대회에서 단 2패만 기록했다. 그 중 1패는 리그컵 대회 8강전으로 주전급 전원이 빠진, 이른바 ‘버리는 경기’였다. 나머지 1패는 나폴리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원정경기였다.
지난 시즌까지 범위를 넓히면 리버풀은 리그에서 39경기 동안 패하지 않고 있다. 한 시즌이 38라운드로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장기간 무패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르센 벵거 감독(오른쪽)과 티에리 앙리는 2003-2004시즌 아스널 무패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사진=연합뉴스
#위대한 기록 남긴 ‘선배’들 기록은
무패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면서 과거 이 같은 성적을 기록한 팀들과 비교가 나온다.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무패우승은 2003-2004시즌의 아스널이다. 당시 아스널은 명장 아르센 벵거가 이끌던 전성기 팀이었다. 이들은 38경기에서 26승 12무를 기록하며 무패우승을 달성했다. 솔 캠벨, 애슐리 콜, 파트릭 비에이라, 로베르 피레, 데니스 베르캄프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포지션마다 배치됐다. 특히 공격수 티에리 앙리는 리그에서만 30골을 넣으며 ‘왕’으로 불렸다.
다른 리그로 눈을 돌려도 21세기에 무패우승을 달성한 빅리그 구단은 이탈리아 2011-2012시즌 세리에A 소속 유벤투스뿐이다. 23승 15무를 기록했다. 잔루이지 부폰, 조르지오 키엘리니, 안드레아 바르잘리 등 단단한 수비와 안드레아 피를로,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 아르투로 비달이 호흡을 맞춘 미드필드의 힘으로 대기록을 작성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무패우승 기록을 찾으려면 193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시대의 지배자로 불리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나 챔스 3연패를 기록한 지네딘 지단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도 무패우승 달성에는 실패했다. 이처럼 강력한 모습을 보였던 팀들도 리그에서 최소 1~2패를 기록했다. 그만큼 무패우승은 위대한 기록이다.
#대기록 작성 가능할까
흔히 볼 수 없는 기록이기에 자연스레 리버풀의 무패우승 달성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리버풀은 앞서 무패우승 경험이 있는 이들보다 좋은 기세를 보이기에 기대가 더 크다. 리버풀이 22경기에서 지지 않으며 기록한 무승부는 단 1회다. 무패우승 시절, 아스널과 유벤투스는 같은 기간 동안 각각 7회와 10회 비겼다. 또 리버풀은 단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골을 넣었지만 그때의 아스널과 유벤투스는 0-0 무승부 경기가 존재했다.
당초 리버풀의 이번 시즌 고비는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이 될 것으로 보였다. 프리미어리그의 12월은 경기 일정이 빡빡하기로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리버풀은 2018-2019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12월 중 FIFA 클럽월드컵에 참가해야 했다. 이는 카타르까지 이동해 2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선수들의 체력 문제와 관련된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리버풀은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절히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있다. 클럽월드컵 우승에 실패했을 경우 정신적으로도 피로감이 배가 될 수 있었지만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체력적 문제 발생 가능성을 상쇄시켰다. 이어진 리그 일정에서도 순조롭게 무패를 이어나가고 있다. 팀 내 주요 선수의 부상이 없다는 점도 기록 수립에 긍정적이다.
이상윤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번 시즌 리버풀의 선전에 대해 “좀처럼 지지 않을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너무 강력하다”면서 “위르겐 클롭 감독이 과거에도 좋은 지도자였지만 수년간 다양한 경험을 하며 이제는 ‘완전체’ 감독이 된 것 같다. 점점 더 기대가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무패우승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말 어려운 기록이다.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잘 해왔지만 아직 시즌이 꽤 남았다. 한번쯤 넘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아르센 벵거 감독을 매우 존경한다. 벵거 감독의 기록이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웃음)”는 말을 덧붙였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