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수술을 받은 뒤 강제 전역 판정을 받은 변희수 부사관(사진)이 1월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눈물을 흘리며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월 22일 변희수 육군 하사는 군인권센터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처음이었다. 군복을 입은 변 하사는 자기 소속과 이름을 밝힌 뒤 준비한 입장문을 떨리는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이 나라와 국민을 수호하는 군인이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한 마음을 줄곧 억누르고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자 하는 뜻으로 힘들었던 남성들과의 기숙사 생활과 일련의 과정을 이겨냈다”고 회상했다.
변 하사는 “우리 군대가 아직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은 알고 있으나 저 같은 성소수자 군인들도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 수행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며 “제가 그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고, 힘을 보태 이 변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아울러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느냐’라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고 답했다”며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저는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통일!”하고 거수경례를 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앞서 육군은 이날 변 하사의 전역심사위원회를 열고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의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육군의 조치로 변 하사는 23일 0시부터 민간인이 된다.
육군본부는 입장문을 통해 “인권위 긴급구제 권고의 근본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나, 이번 전역결정은 개인적인 사유와는 무관하게 의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계 법령에 근거, 적법한 절차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