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의 강자였던 아프리카TV의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추가적인 투자를 통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해 보인다. 사진=일요신문DB
DB금융투자는 지난 1월 14일 아프리카TV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81억 원으로 예상했다. 3분기 대비 24% 감소한 수치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먼저, 일회성 비용의 확대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아프리카TV는 지난해 4분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행사비로 29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8년(23억 원)에 비해 다소 증가한 수치로, 향후 행사비 지출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TV는 또 e스포츠 경기장 대관의 목적으로 5억 원을 부담했다. 연말 개최된 BJ(인터넷방송진행자) 대상 시상식 역시 일회성 비용 증가 요인 중 하나다.
기부경제가 둔화한 것도 아프리카TV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아프리카TV의 최근 ARPPU(유저 1인당 평균 지불액)를 12만 5000원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MAU(서비스이용자 수)가 감소하는 동시에 ARPPU도 정체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아프리카TV의 지난해 3분기 월간 평균 방문자 수가 628만 명이라고 보고했다. 이는 2018년 동기 대비 12% 감소된 것이다.
아프리카TV 전체 매출의 77.5%(2019년 3분기 기준)는 플랫폼(기부경제, 선물)이 차지하고 있다. 이어 광고 및 콘텐츠 제작(16.3%), 멀티플랫폼(4.5%), 기타(1.7%)로 구성된다. 즉, 이용자가 BJ에게 기부하는 ‘별풍선’ 아이템에서 생기는 수익이 아프리카TV 매출의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MAU와 ARPPU 감소는 아프리카TV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발주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미국 아마존닷컴의 소셜 비디오 서비스 플랫폼 ‘트위치’는 2015년 국내 진입 후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튜브도 단순 영상 제공 서비스에서 벗어나 이용자들과 ‘커뮤니티’ 시스템을 구축하며 기부경제를 도입했다. 이를 반영하듯 아프리카TV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6월 19일부터 7월 19일까지 조사해 지난해 12월 31일 발표한 ‘2019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선호·이용하는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유튜브(98.1%, 복수 응답)를 가장 먼저 꼽았다. 이어 네이버TV(24.7%), VLive(15.7%), 트위치(14.8%), 아프리카TV(14.2%) 순서였다.
아프리카TV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고 사업 다각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럴 만한 여력도 충분하다. 아프리카TV는 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상태다. 비록 영업이익이 줄고 있지만 그만큼 투자에 소극적인 탓에 현금성 자산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프리카TV가 반등을 위해 쌓인 현금성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아프리카TV 측은 “사업 확장에 힘쓰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콘텐츠 제작 능력·송출 플랫폼·시청 유저 등 e스포츠 산업에 필요한 ‘밸류체인(가치사슬)’ 확보 △영화·드라마·웹툰 협업의 확장 △팟캐스트인 ‘팟티’ ‘팟프리카’ 등 오디오 플랫폼 확장 등을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중에서 팟프리카는 2018년부터 시작했지만 아직 인지도를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콘텐츠 전문제작사인 ‘프리콩’을 통해 콘텐츠 확장도 시작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뉴미디어업계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TV는 교육이나 육아 등 콘텐츠가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트위치와 유튜브에 뒤처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은 모바일에 최적화시키며 1인 미디어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여가를 즐기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종현 기자
1인 미디어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점도 아프리카TV가 신경 써야 할 점이다. 앞의 관계자는 “‘동영상’이라는 주제가 이미 한계치에 도달한 탓에 아프리카TV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프리카TV는 그와 시너지 효과는 낼 수 있되 1인 미디어가 아닌 완전히 다른 영역의 투자를 시도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아프리카TV는 단기 수익 전략에 치중해 문제를 차단하지 못한 것 같다”며 “건전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데 자체 심의도 허술하고 콘텐츠 관리에도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 또 “새로운 경쟁자들이 계속 나오는 상황에서 또 다른 수익 모델이 없어 아프리카TV 역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완전히 다른 모델을 찾지 않는 이상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