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불법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환승 부장판사)는 23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용물건손상,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명환 위원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5월 21일과 2019년 3월 27일·4월 2일·4월 3일 총 네 차례 열린 국회 앞 집회에서 불법 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일부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국회 진입 과정에서 경찰의 안전 펜스를 무너뜨리고 국회 안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경찰관들을 폭행했다.
재판부는 “폭력적인 집회는 정당한 의사 표현의 수단이 될 수 없다. 불법집회는 공권력을 부정하는 행위로서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행동”이라며 “집회 문화가 성숙해져 가는 우리 사회의 변화된 모습에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이 이러한 폭력 집회를 개최한 건 그 책임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다만 △해당 집회가 노동자 권리와 직접 관련된 최저임금, 탄력근로제에 관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려는 목적이었다는 점 △경찰관이 당한 폭행 정도나 당시 발생한 신체·재산적 손해가 아주 중대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선고 후 민주노총은 “이번 법원의 판결에 대해 민주노총은 또다시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성명을 냈다. 민주노총은 “법원은 김 위원장의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했다. 법이 얼마나 노동자에게 가혹한지 보여주는 판결”이라며 “법원은 그동안 노조 와해 혐의로 재판을 받은 사용자들에게는 솜방망이 처벌로 관대함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장시간·저임금 체계를 고착화하려던 국회에 대한 민주노총의 투쟁이 정당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앞으로도 노동기본권 수호를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