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논란 의혹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2번째 영입인재인 원종건 씨가 1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격 반납’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원 씨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된 건 1월 27일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느낌표-눈을 떠요’에 출연했던 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의 실체를 폭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부터다. 자신을 원 씨의 전 연인이라고 소개한 A 씨는 원 씨가 교제 당시 데이트폭력을 일삼아 왔다고 폭로했다.
A 씨는 멍든 하반신 사진과 카카오톡 대화 캡처 등을 올리며 “원 씨는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노리개 취급해왔고 여성 혐오와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히 조작해 가하는 정서적 학대)으로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 씨가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했고 피임을 거부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원 씨는 1월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영입인재 자격을 당에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원 씨의 해명에 A 씨는 “원 씨는 늘 한치의 부끄러운 행동을 한 게 없다고 말했다”며 추가 증거를 공개했다. A 씨는 1월 27일과 28일 이뤄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원 씨 사건을 고소하기 위해 해바라기센터를 다녀온 사실도 있다”며 그동안 원 씨의 행동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한 증거 자료를 추가로 공개했다.
제보자 A 씨가 추가로 공개한 원 씨와의 문자. 사진=제보자 제공
A 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원 씨는 2019년 2월 A 씨에게 헤어짐을 통보한 뒤 자신을 붙잡는 A 씨에게 “다른 새끼(전 남자친구)랑 (과거에 교제할 때) 성관계 했다고 생각하면 X나 빡치니까 내 앞에서만 다리 벌리라”며 “임신 시켜서 평생 내 XX으로 만들고 싶다”며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피임 없는 성관계를 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A 씨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다. 당시 진료를 본 의사는 A 씨에게 원 씨와의 관계에 대한 간략한 조언도 했다고 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원 씨가 성관계 장면을 촬영할 것을 요구했고, A 씨가 거부하자 몰래 촬영했다고도 적혀 있었다.
A 씨는 원 씨와 헤어진 뒤 2019년 말 해바라기센터와 여성의전화 등 성폭력 상담센터 두 곳을 방문했다고 주장했다. 고소 절차를 밟고 원 씨로부터 정식으로 사과를 받고 싶어서였다. A 씨는 “당시 방문했던 해바라기센터에 원 씨의 실명을 밝힌 후 폭력 정황이 담긴 사진과 자료를 제출하고 상담을 받았다. 여성의전화에는 원 씨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A 씨를 상담했던 해바라기센터 소속 상담사 2명도 “원 씨의 행동은 성폭행이 맞으며 고소를 진행한다면 변호사 선임까지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신상 노출의 위험과 더불어 현실적으로 데이트폭력 고소건은 무혐의 처분, 혹은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최근 원 씨의 지역구 출마 소식을 듣고 이런 사람이 약자와 페미니즘을 운운하며 정치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해 인터넷에 올리게 됐다고 A 씨는 주장했다. 원 씨는 1월 23일 영입 인사 가운데는 처음으로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
A 씨는 원 씨와 1년 가까이 교제했으나 원 씨의 반복되는 폭력적 언행과 연락두절 그리고 성격차이 등으로 인해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 씨는 교제 당시 ‘나 같은 셀럽은 어디서 못 만나’라는 말을 주로 했다. 주변 친구들에게 원 씨의 행동에 대해 고민상담을 하면 ‘원 씨와 헤어져야 한다. 정신차리라’며 많이 말렸었다. 그런데 헤어지고 나서야 내가 당한 것이 데이트폭력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원 씨는 지난해부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과 접촉해오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해 원 씨가 국회에 초청받아 송영길 의원과 티타임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드라마 ‘보좌관’을 보며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번은 내게 ‘내가 자한당으로 가면 어떨 것 같아? 민주당으로 가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을 두고 민주당의 영입인사 검증 과정이 부실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성환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1월 28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원 씨의 검증 단계에서는 이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며 “그 영역까지 우리가 검증을 할 수 있는지를 미리 염두에 두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과거 원 씨와의 연관 검색어에 ‘미투‘가 있었으나 영입 이후 사라졌다는 점에서 당에서 이를 인지했음에도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