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율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1월 17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4차 공판에서 박영수 국정농단 사건 특검이 요청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자료를 증거로 채택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특검이 신청한 증거 중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증거인멸 등 다른 사건의 증거들은 채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대로 재판부의 요구에 따라 삼성이 급조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실질적으로 잘 운영되는지를 살펴 이 부회장의 형을 정하는 데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경제민주주의21 창립준비위원회는 논평을 내고 “재판부는 제1차 공판에서 ‘파기환송심 재판 시작된 지금 시점에선 준법감시위원회의 설치가 재판 결과와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번복하며 재판 과정에서 급조된 준법감시위원회를 방패막이 삼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노골적인 봐주기 판결을 시도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범죄 행위의 위법성에 따라 형량을 결정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 인멸 자료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있다. 또한 삼성의 과거 잘못에 대한 진실규명과 공표, 관련자 엄중 문책, 하자의 원상회복,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향후 재발방지 구조 구축 등 뼈를 깎는 노력은 요구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판부의 요구로 급조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만 양형의 기준으로 삼겠다고 하니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치료적 사법’을 명분으로 내세워 솜방망이 처벌을 합리화하려는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다. 치료적 사법에 앞서 재판부는 이 사건이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 간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갈래라는 점과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는 역사적, 사회적 측면을 직시해야 할 것”이라며 “재판부는 눈에 뻔히 보이는 꼼수와 법정 발언을 번복하는 논리적 모순에 기댈 것이 아니라 재벌 구조의 문제를 발본색원하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근절한다는 역사적, 사회적 요구에 따라 엄중하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형량을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