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리딩사이어 2위는 전년보다 다섯 계단 뛰어오른 한센이 차지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가장 큰 역할을 한 자마는 ‘뉴레전드’와 ‘딥마인드’다. 한국마사회가 2019년 최우수 국산마에 선정한 뉴레전드는 국산마 대상경주 중에서 상금 규모가 가장 컸던 대통령배(우승상금 4억 5600만 원)를 석권했다. 또한 부산광역시장배 3위와 일반경주 3승을 거두며 한 해 동안 약 7억 2000만 원의 상금을 벌어 메니피 1위 탈환에 큰 공헌을 했다.
지난번에 설명했듯이 리딩사이어는 우승 횟수나 승률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마들이 벌어들인 총상금으로 결정된다. 2위를 기록한 한센과의 상금 차이가 약 8억 원이었다는 점에서 뉴레전드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상금 2위를 기록한 딥마인드는 뉴레전드와 같은 김영관 소속의 암말로, 코리안오크스(우승상금 3억 4200만 원) 우승과 일반경주에서 2승을 거두며 약 4억 원을 벌었다. 김영관 마방의 쌍두마차 겸 메니피를 1위로 만든 결정적인 공신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 장산파워, 레드블레이드, 반지의요정, 스타오름 등이 상금을 1억 원이 넘게 벌어들였다.
리딩사이어 2위는 한센이 차지했다. 2018년 7위에서 다섯 계단 뛰어오르며 당당히 2위에 랭크됐다. 그런데 자마들의 성적을 보면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 총 우승 횟수에서는 108승으로 메니피의 97승보다 무려 11승이나 더 많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승률 면에서도 15.0%로 메니피(12.2%)보다 월등히 앞섰다.
그럼에도 메니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이유는 씨수말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대부분의 자마들이 상금 규모가 작은 중하위군에 몰려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앞서 설명한 대로 뉴레전드와 딥마인드의 영향이 너무 컸다. 둘이 합쳐 11억 원을 벌었다. 한센의 자마 중에서는 그 정도의 큰 상금을 기록한 마필은 없었다. 가장 많은 상금을 번 마필이 닥터카슨으로 3억 원 정도였다.
리딩사이어 3위는 엑톤파크가 차지했다. 2018년에 메니피를 꺾고 생애 첫 1위에 올랐다가 1년 만에 다시 내려왔다. 당시에는 2019년의 뉴레전드처럼 ‘트리플나인’이라는 불후의 명마가 있어서 가능했다. 대통령배와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무려 11억 7000만 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상금을 벌어들이며 부마 엑톤파크를 영광스러운 리딩사이어 자리에 올려놓았다. 2019년에는 장기 휴양으로 경주로에서 사라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엑톤파크 자마 중에서는 ‘가온챔프’가 상금 1위를 기록했다. 단거리 대상경주였던 부산일보배와 SBS스포츠 스프린트에서 우승하며 약 5억 50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리딩사이어 4위는 컬러즈플라잉, 5위는 오피서, 6위는 피스룰즈로 전년도에 비해 큰 변동은 없었다. 나머지 씨수말 중에서는 ‘사이먼퓨어’와 ‘테스타마타’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사이먼퓨어는 2018년 18위에서 무려 11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사이먼퓨어는 현역 시절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한센이나 메니피와 비교해볼 때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총 전적 15전 3승 2위 5회를 기록했고, 블랙타입에서는 우승 없이 2위 2회와 3위 1회를 기록했을 뿐이다. 하지만 씨수말로는 성공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2016년부터 자마들이 데뷔했음에도 7위에 올랐다. 출전 자마 숫자가 75두였는데, 4위 컬러즈플라잉(167두)과 비교해 보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출전횟수 또한 랭킹 10위 안에 든 씨수말 중에서는 가장 적었다.
8위에 오른 테스타마타도 전년도 14위에서 여섯 계단이나 상승했다. 대표마는 ‘마스크’로 세계일보배 우승과 마주협회장배 2위를 기록하며 약 2억 300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이외에 강토마가 약 1억 9000만 원, 파이널에너지가 1억 4000만 원을 벌어들이며 순위 상승에 일조했다.
전년도에 비해 가장 큰 순위 하락을 보인 씨수말은 샤프휴머였다. 2018년 5위에서 무려 아홉 계단 내려간 14위로 마감했다. 2015년 3월 폐사해 더 이상의 자마가 생산되지 못한 채 기존 자마들도 서서히 하향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는 내려갈 것이 자명하다.
2020년 1월 19일 현재 리딩사이어 1위는 한센이다. 앞서 밝힌 대로 지난해에 이미 최다승과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메니피에게 총상금에 밀려 2위에 머물었지만 내용면에서 실질적인 챔피언은 한센이었다. 미래 역시 한센이 단연 유리하다. 거의 ‘무혈입성’에 가깝다고 본다. 메니피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엑톤파크(24세)도 곧 씨수말 생활을 마감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나머지 씨수말 중에서는 대항마를 찾기 어렵다. 오피서는 2018년에 은퇴했다. 컬러즈플라잉이나 사이먼퓨어, 테스타마타 등은 1위 자리를 넘보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앞으로 당분간은 한센의 독주가 예상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