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이 밝힌 지주사 전환 이유는 △각사의 전문성과 투명성 증대 △핵심역량 중심의 경영과 미래성장동력 발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다. 태영그룹 측은 “현재와 같은 사업의 확장과 소유방식으로는 미래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그룹의 헤드쿼터 역할을 할 지주회사를 신설, 투자사업을 전담해 경영의 전문성을 높이고 건설 산업의 경기변동성이 다른 계열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태영그룹이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 사진=박은숙 기자
태영건설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의 종속·관계기업 투자자산 6804억 원 중 4965억 원을 가져간다. 해당 투자자산이 어떤 회사의 지분 몇 %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TSK코퍼레이션, SBS미디어홀딩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포함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측하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주주총회 등을 거쳐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분할을 통해 그간 저평가된 자회사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계열사는 TSK코퍼레이션이다. TSK코퍼레이션은 하수처리업, 환경설비업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2018년 504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영건설에 대해 “주택부문의 지속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 만성 저평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자회사 가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TSK코퍼레이션은 종합 환경처리사로서 경쟁사 대비 높은 실적 성장률을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신설법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 지분 매입이라는 숙제를 갖고 있다. 분할 후 태영건설에 대한 티와이홀딩스의 지분율은 현재 태영건설 자기주식에 해당하는 10.28%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 20%(비상장사 40%) 이상을 가져야만 한다. 이에 태영그룹은 티와이홀딩스가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를 발행하고, 공개매수를 신청한 태영건설 주주의 주식과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 방식의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유상증자 규모 및 구체적인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티와이홀딩스의 주주 구성은 현재 태영건설 주주 구성 그대로 유지된다. 현재 태영건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27.10%의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다. 여기에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포함하면 38.34%다. 윤 회장이 직접 주식교환에 참여해 태영건설 지분 27.10%를 티와이홀딩스에 넘기고, 그만큼의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받으면 태영그룹에 대한 윤 회장의 지배력도 강화될 수 있다.
티와이홀딩스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티와이홀딩스의 자산 규모도 자연스럽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티와이홀딩스의 자산이 증가하면 SBS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행 방송법상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 대기업은 신문사·통신사·지상파방송사 등 언론사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태영그룹의 자산총액은 8조 3000억 원이고, 태영건설은 현재 SBS미디어홀딩스 지분 61.2%를 갖고 있다.
티와이홀딩스 자산이 증가하면 SBS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수도 있다. 현행 방송법상 자산 규모 10조 원 이상 대기업은 언론사 지분을 10% 이상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 사진=박정훈 기자
이런 까닭에 SBS 내외부에서는 SBS 매각설이 제기된다. 2019년 7월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SBS 노조·위원장 윤창현)는 “2019년 상반기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태영건설이 SBS를 팔기 위해 매각 실사 작업을 진행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포착됐다”며 “대주주 교체와 관련한 법률 검토는 물론 당국에 절차를 문의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에는 SBS 노조가 노보를 통해 “SBS 외부에서는 윤석민 회장의 SBS 매각설, 지상파 포기설 등 온갖 말들이 가라앉지 않고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2019년에도 윤석민 회장 측이 SBS 매각을 검토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아니 땐 굴뚝에서 나는 연기로만 볼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태영그룹 2대주주인 머스트자산운용의 태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태영건설 지분 15.85%를 가진 머스트자산운용은 2019년 8월 태영건설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면서 “방송을 소유한 민간자본은 공익·사익 간 합리적인 균형점의 좌표를 지향해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며 “회사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지향점에서 어긋나고 있을 때 이를 지향점으로 다시 돌리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분 매각 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아직 자산 10조 원이 넘지 않았으며, 현재로선 SBS 매각과 관련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