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토가 제거된 남강이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뽐내고 있다.
[일요신문] 산청군이 추진하는 남강 퇴적토 제거작업이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쳐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가 가까스로 다시 진행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환경단체가 해당 사업이 멸종 위기종인 ‘여울마자’ 복원지를 훼손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대투쟁에 나서면서 사업이 일시 중단됐지만, 반대의 근거가 미약한 점이 드러나자 협의 하에 사업을 재추진키로 했다.
남강에 쌓인 퇴적토는 흙과 자갈만으로 구성되지는 않았다. 자동차 폐타이어, 생활쓰레기, 나무 등 무수한 혼합쓰레기가 함께 섞여 있는 상태여서 하천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산청군은 해마다 남강 일원에 퇴적된 흙을 제거함으로써 깨끗한 하천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해마다 이뤄지는 퇴적토 제거사업이 갈등요인으로 불거진 곳은 산청군 생초면 갈전리 일원이다. 해당 지역의 퇴적토 제거는 민간투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민간투자자가 퇴적토 5만 2700㎥(모래 25%. 자갈5%)에 대한 원석대금을 군에 미리 입금한 후, 퇴적토에서 모래를 추출·판매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민관 갈등의 원인은 바로 이곳이 환경부가 지정한 여울마자 복원지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의 주장은 ‘멸종위기종이 있는 곳에 왜 골재채취 허가를 주었나’란 말로 대표된다.
진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골재채취를 하면서 강물 안쪽까지 긁었던 흔적이 보인다”며 “환경부와 산청군의 긴밀한 협력 하에 멸종위기종 서식지 보전을 해도 부족할 판에 한쪽은 멸종위기종을 방류하고, 다른 한쪽은 서식지를 파괴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산청군은 골재채취 허가를 내준 것이 아니라, 퇴적토 제거작업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해 자원을 재활용하는 등 절세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란 게 군의 설명이다.
산청군 하천과 관계자는 “해마다 하천에 쌓이는 퇴적물로 인해 자연환경이 오염되는 것을 차단하고 깨끗한 남강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면서 “퇴적물을 제거하지 않으면 홍수로 인해 범람하는 자연재해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여울마자가 서식하는 곳은 사업구역에서 배제하고 퇴적물만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퇴적물 제거 시공사 관계자는 “물속에 삽조차 넣어보지 못했다”면서 “단지 육상부 퇴적물만 제거했을 뿐인데, 여울마자 서식지를 훼손했다는 주장은 참으로 어불성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논란은 지역에서 커다란 이슈가 됐다. 결국 환경단체에 의해 남강의 퇴적토 제거작업은 일시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군은 환경단체 측에 사업의 당위성을 피력하고, 반대논리에 근거가 미약하다는 점을 알렸다.
산청군의 이 같은 주장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근거로 힘을 얻었다. 전문가에 따르면 퇴적토 작업은 유속이 있는 물속에서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육상부분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므로, 멸종 위기종인 ‘여울마자’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산청군과 진주환경운동연합 등은 1월 29일 10시 30분경 군 회의실에서 여울마자 보전을 위한 상생협의를 갖고 ‘강바닥을 자갈로 채워 어종이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자’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