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한 세상’ 차길자
공부한다고 하네
나혼자 설레이고 너무 좋았네
더 많이 배울거라서
기분이 좋네’
[일요신문=군산] 신성용 기자=군산시늘푸른학교에서 발간한 시집 ‘할매, 시작(時作)하다’에 수록된 문홍례(78) 할머니의 작품이다.
근현대 격동의 시대에 태어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았던 노인들이 뒤늦게 한글을 깨우치고 가슴 속의 이야기를 쓴 시를 모아 시집을 발간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들이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노인들을 위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문해교육이라고 하며 군산시늘푸른학교는 군산시가 운영하는 문해교육 프로그램이다.
문 할머니의 시는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가슴 속의 한을 털고 배움의 기쁨을 표현한 것이라서 읽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군산시늘푸른학교가 지난 2008년도에 시작한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운 노인들의 작품들을 모아 만든 시집 ‘할매, 시작(時作)하다’에 수록돼 있다.
시집 ‘할매, 시작(時作)하다’는 늦깍이 노인 학생들이 한글의 깨우치면서 느낀 배움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갖게 하고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삶에 용기를 심어 주기 위해 제작됐다.
시집 속에는 한글을 배우기 전 가족이나 이웃에게 미처 표현하지 못한 사랑과 배우지 못해 당했던 서러움과 아픔들, 글을 배워가면서 느끼는 배움에 대한 기쁨과 재미, 글을 알고 나서 느낀 행복과 보람 등 노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90여 편의 작품을 담았다.
시집 속의 노인들은 한결같이 “문해교육을 통해 100세 인생에서 희망을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시절 농사일과 바느질을 하며 가슴에 담아뒀던 이야기는 시로 새롭게 태어났다. 까막눈으로 살아온 인생이 시 한 편에 다 담길 수는 없겠지만 글을 배워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할매 작가들은 각자 다른 사정으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비록 늦은 나이에 한글을 배워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한글뿐만 아니라 음악, 수학, 영어, 미술 등 배움의 영역도 넓히고 체험학습프로그램 등도 참여해 보다 삶이 윤택해졌다.
군산시늘푸른학교장인 강임준 시장은 “평균 나이 75세에 평생 배움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정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시의 주인공들과 문해교육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군산시늘푸른학교는 지난 2008년 ‘비문해 제로(Zero) 학습도시 조성사업’으로 시작됐으며 현재 42개소 읍면동에서 56개 과정의 문해학습장에 30명의 문해교육사가 문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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