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오는 2월 5일 정례회의에서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안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앞서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카카오페이의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승인했다. 금융위 정례회의에선 심각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증선위 결론대로 안건이 통과되는 만큼 카카오는 이르면 2월부터 증권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가 은행에 이어 증권업으로 ‘영토 확장’에 사실상 성공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 금융당국 문턱 어떻게 넘었나
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의 승인 문턱을 넘는 길은 험난했다. 카카오페이는 2018년 10월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고 지난해 4월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다. 카카오톡 플랫폼 안에서 주식, 펀드, 부동산 등 다양한 투자 상품 거래 및 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면서 지난해 9월 증선위 심사가 중단됐다. 김 의장은 자본시장법상 카카오페이의 최대주주 1인에 해당되는데,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회사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공정거래법·조세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카카오는 2016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계열사 신고를 누락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김 의장은 벌금 1억 원의 약식기소를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인가 심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했고 증선위 안건으로까지 올랐다. 그동안 인가 심사가 대법원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탓에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특혜 시비’를 우려해 심사 의견 제시를 두고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했다는 심사의견을 내고, 증선위도 법적 위험이 크지 않다고 결론 내리면서 ‘교통정리’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가 연루된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인수를 승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심사가 지연되면 인수·합병이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 앞으로도 가급적 판결 내용을 검토해 신속하게 인가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 증권’도 메기 될까
금융권에선 카카오가 증권업계에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은행업에 뛰어들었던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 당시 은행권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은행업의 특성상 차별화가 쉽지 않아 ‘메기’가 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는 출범 3년째에 접어든 현재 고객 1000만 명을 넘어섰고, 자본금 규모가 3000억 원에서 1조 3000억 원으로 급증하는 등 초고속 성장을 했다.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가 여전히 사업 규모로는 기존 은행들에 못 미치지만, 은행권을 중심으로 온라인 뱅킹 서비스 및 디지털 금융혁신 작업 등 ‘핀테크’ 경쟁 속도를 끌어올렸다고 평가한다. 한 금융지주사 임원은 “카카오뱅크 출범 전엔 은행들이 서비스 중인 인터넷뱅킹과 차별화 되지도 않고, 서비스들도 비슷할 것으로 판단했다. 기존 은행 서비스를 흉내 내는 정도에 그칠 것으로 봤다”며 “그러나 출범 직후부터 은행들은 컨설팅 업체를 찾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자문을 받고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전면적으로 개편하게 됐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카카오가 가입자 40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투자자들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선 보기 힘들었던 영업 방식인 만큼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권사 수수료가 낮아진 상황에서 업계 개인 투자자 점유율 변동까지 생기면 출혈경쟁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 상품 자체로는 새로울 것이 없겠지만 국내에서 카카오톡만큼 접근성이 높은 플랫폼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수수료를 낮춘 것처럼 주식거래 수수료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카카오페이가 인수할 바로투자증권은 2008년에 설립된 소형 증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599억 원, 영업이익 78억 원, 순이익 59억 원을 올렸다. 특히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이나 펀드 영업을 하거나 기업과 부동산에 필요한 자금을 중개하는 ‘기업 금융’ 서비스에 주력해왔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카카오페이의 구상과 바로투자증권이 기업을 대상으로 해오던 영업은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최근 시장에서 인수 결정 직후 카카오페이가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 쪽 관계자는 “인수 작업이 완료되면 구체적인 내용들이 공개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에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도 증권업계에 진출한다. 금융위는 카카오의 바로투자증권 인수안 최종 승인 여부 결정 이후 곧바로 토스의 증권사 설립 예비인가안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핀테크를 활용한 금융권 혁신’ 취지로 인가를 내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토스는 모바일에 특화된 증권사를 설립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세운 네이버파이낸셜도 조만간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까지 회사가 구체적으로 공개한 경영계획은 없지만, 금융권에선 네이버파이낸셜도 카카오와 같이 접근성이 막강한 플랫폼을 앞세워 ‘종합금융사’로 체급을 불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카카오-네이버-토스가 증권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반에서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