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확대·수정해 재상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법률안은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 네 가지 범죄에 연루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게 공적 책임을 묻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는 TV 방송은 물론이고 유튜브 등 1인 미디어까지 출연 금지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 또한 법안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부분도 수정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이미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 네 가지 범죄에 연루돼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까지 소급적용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인해 자숙 중이던 길은 최근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해 결혼 및 득남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길이 3년여 만에 방송에 컴백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 화면 캡처
이렇게 되면 당장 방송에서 하차하고, 유튜브 채널을 중단해야 하는 연예인이 속출하게 된다. 2019년 11월 화제가 됐던 이수근은 물론이고 최근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확대·수정 과정에서 화제가 된 길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세 차례 음주운전으로 인해 자숙 중이던 길은 최근 채널A ‘아이콘택트’에 출연해 결혼 및 득남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길이 3년여 만에 방송에 컴백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발의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형평성과 기본권 등을 두고 논란이 가열돼 국회 통과가 어려운 분위기였는데 더욱 강력하게 확대·수정돼 재발의 된다면 더욱 국회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다.
법조계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한 부장판사 출신인 변호사는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에게 도의적인 책임을 묻는 것과 법을 통해 공적 책임을 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연예인도 하나의 직업인임을 놓고 볼 때 평등권과 기본권을 비롯해 직업 선택의 자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행여 국회를 통과할지라도 헌법재판소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에서 소급적용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는데 이 사안이 소급적용까지 필요한지는 좀 더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의원 10인이 발의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더욱 강력하게 확대·수정돼 재발의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일요신문DB
게다가 이번 법률안은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 네 가지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만을 대상으로 한다. 앞서의 연예관계자는 “연예인들이 물의를 빚어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 계기는 이보다 훨씬 많다. 사기 범죄도 많고 폭행 사건도 있다. 요즘 일본은 배우 히가시데 마사히로와 가라타 에리카 불륜 파문이 엄청난 화제를 양산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라며 “이번 법안이 통과돼도 이런 영역에서 물의를 빚은 연예인은 방송 활동이 가능하다. 아예 법으로 다 막거나 지금처럼 대중의 판단에 따른 도의적인 책임만 묻는 게 옳은 방향이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또한 비연예인 방송인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패널 등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전문가들이 대표적인데 방송인이긴 하지만 연예인은 아니다. 이들은 물의를 빚어도 다시 방송에 출연하는 게 가능하다.
법조계에선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확대·수정돼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형 로펌들만 웃게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마약,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연예인들이 어떻게든 금고 이상의 형을 피하기 위해 대형 로펌에 사건을 의뢰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유명 스타들은 대형 로펌이나 유명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하고 있지만 앞으로 더욱 간절하게 재판에 임할 수밖에 없다. 반면 소급적용이 될 경우 이미 형이 확정된 연예인은 아무런 구제 방안 없이 과거의 잘못으로 현재의 직업을 잃게 된다. 비록 과거에 물의를 빚어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을지라도 이미 완벽하게 이미지를 개선한 연예인들도 많아 자칫 일부 연예인에 대해선 대중의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