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번 결정이 일반 국민들에게 어떤 변화로 와 닿게 될까. 법조인들은 하나같이 “일반 국민들은 원래 검찰에 고발되더라도 경찰 수사를 받았다”며 “국민들 입장에서 다르게 느껴질 만한 것은 경찰이 내리는 결정 권한이 확대됐다는 점 외에는 크게 없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되레 변호사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경찰에 수사받는 단계서부터 변호사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갑룡 경찰청장과 악수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최준필 기자
#경찰 1차 수사 재량권과 일반 국민의 관계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오랜 진통 끝에 통과했다. 형사사건 절차와 기준을 다룬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진 지 66년 만에 생긴 가장 큰 변화다. 하지만 왜 법조계는 ‘일반 시민들이 겪을 변화는 크지 않다’고 진단할까.
이번 변화로 경찰이 얻게 된 가장 큰 권한은 1차 수사 재량권이다. 기존에는 사건을 수사해서 기소 의견이나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수만 있었는데, 이제는 경찰 차원에서 수사를 종결할 수 있게 됐다. 검찰의 지휘를 받던 경찰이, 하나의 사건을 다룰 때 검찰과 대등한 높이에 서게 된 것이다. 법안에도 검찰과 경찰을 수직적 관계에서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기 위한 문장을 넣어 경찰에 힘을 실어줬다.
허나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원래 경찰 수사’가 중요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 언론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보통 국민들의 사건은 경찰이 수사해서 올리면 검찰이 추가로 소환 조사 없이 경찰이 보낸 서류나 판단대로 결정하는 게 거의 대부분이었다”며 “기소까지 감안해서 유죄가 될 부분만 추려서 보는 경우는 있지만, 경찰과 검찰의 유무죄 판단이 바뀌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영장을 청구했을 때 기각될 것에 대비해 더 수사를 하라고 하는 경우는 있어도 무죄로 바꾸려고 작정하고 덤비는 그런 일은 거의 없다”며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경찰에게 한 번만 수사를 받게 돼 두 번 수사를 받을 때보다 신속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억울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피해자나 피의자 모두 경찰 수사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무혐의를 경찰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소 결정이 검찰 단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변호사 선임 등 적극적인 방어권 행사를 경찰 수사가 끝난 뒤 검찰에 가서 다투는 분위기였는데 이제는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국내 4대 로펌 모두 최근 2년 사이 경찰 출신 변호사를 2~5명 이상 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도 크게 올랐다. 원래는 사법고시 출신 변호사의 몸값이 더 비쌌는데, 이제는 경찰 출신이 앞지른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자연스레 현직 경찰 중 일부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준비하기 위해 옷을 벗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려놓을 수 없는 검찰의 ‘핵심’ 수사 범위는
올해 하반기 공수처까지 만들어지면 검찰의 수사 대상은 더욱 제한된다. 언론에서 주목하는 사건은 그대로 ‘직접수사’를 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새롭게 수정된 검찰청법(제4조)에 따르면 앞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죄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와 경찰 공무원이 범한 범죄로 제한된다. 수사 종결권을 얻은 경찰과 더 이상 뺏길 수 없는 검찰이 이 부분을 놓고 충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증권범죄나 기업 오너 일가의 범죄 등 몇몇 굵직한 수사 영역은 검찰이 존재감을 과시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검찰은 이번 직제 개편 때 서울중앙지검에 재벌범죄 등을 전담하는 경제범죄형사부를 만들었는데, 기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4곳을 2곳으로 줄이면서 반부패수사3부를 경제범죄형사부로 바꾼 것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자본·산업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산업 권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경제범죄형사부가 서울중앙지검에 신설됐는데 첫 수사 대상으로 삼성물산 부당 합병, 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의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검찰이 삼성전자를 압수수색할 당시 모습이다. 사진=고성준 기자
첫 수사 대상으로 삼성물산 부당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선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원래 검찰은 부서 이름이 매우 중요하다”며 “반부패수사부가 아니라, 경제범죄형사부가 됐다는 것은 부서 직함에 걸맞은 수사 대상만 추리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검 관계자 역시 “정치인 수사를 사실상 공수처에 뺏기게 된다면 앞으로 검찰이 수사할 수 있는 대상 중 가장 큰 권력은 재벌 오너 일가 등”이라며 “이제 산업계나 금융계, 증권계 비리를 검찰이 더 악착같이 수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경찰 입장에서도 ‘욕심나는 영역’이긴 매한가지다. 실제 경찰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효성그룹이나 강남 재개발 건설업체 입찰 비리 등 대기업 수사를 진행하며 ‘특수 수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바 있다. 앞선 경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기업 비리가 발생하면 경찰과 검찰이 부딪히는 상황이 생기지 않겠냐”며 “총선이 끝나고 나면 대등해진 검찰과 경찰이 서로 불편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