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총선 출마자들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연일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서울 영등포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김민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표에게 “종로 출마가 부담스러우면 영등포로 출마하라”며 “종로가 무서우면 영등포로 오라, 가치와 비전으로 화끈하게 승부하자”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황 대표께서 여러 지역구를 갈팡질팡 저울질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야당 대표가 ‘정치 1번지’ 정면 돌파가 무섭나”라며 “정치적 고향이자 여의도 정치의 본산인 영등포 을에서 경선에 승리한 후 기다리겠다”고 도발했다.
신경민 민주당 의원(서울 영등포을)도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황 대표가 출마할 지역을 물색하다가 영등포을까지 검토하는 모양”이라며 “그런데 영등포을이 황 대표에게는 ‘당선 가능한 험지’인가 보죠? 당선 불가능한 험지임을 기꺼이 알려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지난 23일 서울 종로 선거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총리는 ‘종로에서 황 대표와의 빅매치 가능성’에 대해 “제 개인 마음을 말하자면 신사적 경쟁을 한 번 펼치고 싶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전 총리의 출마 선언과 함께 정치권에선 ‘이낙연-황교안 미니 대선’이 치러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제기되기도 했다.
여권 대권 주자 1위 후보로 꼽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신사적 경쟁을 한 번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임준선 기자
노동운동가인 고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황 대표를 향해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중구 성동을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전 전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교안 대표님 그만 헤매시고 중구 성동을로 오시라”고 했다.
전 전 의원은 “한국당의 험지를 찾아 출마하신다는 입장 보도를 통해 들었다. 종로가 정치 1번지라면 중구 성동을은 경제 1번지”라며 “대기업과 전통시장, 도매시장, 자영업자들 밀집한 민생 경제의 1번지”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3일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4·15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로 나가서 함께 싸워 이기겠다.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다수의 예비후보자들이 황 대표를 향해 경쟁을 유도하지만, 정작 황 대표는 아직 출마 지역을 확정짓지 못한 모습이다. 당초 서울 종로구가 유력한 출마 지역구로 떠올랐으나, 최근 다른 지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그가 종로구에서 눈을 돌려 서울 양천갑, 용산구, 동작갑, 영등포을, 강북을, 경기도 용인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상징적인 지역구 종로에서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이 전 총리와 맞붙었어야 했는데 여의치 않다는 판단에 다른 지역구를 살펴보는 것 아니겠나”라며 “종로를 피해 다른 곳을 검토한다는 것만으로도 야권 거물인 황 대표 이미지에 좋을 것 없다. 게다가 너나할 것 없이 도전장을 내밀며 덤벼드는 것 역시 황 대표 입장에선 민망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