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위원으로 활동했던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광주 광산을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우선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정계 진출 러시가 눈길을 모은다. 2017년 한국당에 입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채널 ‘김진TV’를 운영 중인 유튜버다. 구독자가 21만 명에 달한다. 김 전 논설위원은 서울 강남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출마를 공식화했다.
2019년 8월 반일 불매 운동 기조가 한창일 때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과거 일본대사관이었던 곳에서 집회를 해 도마에 올랐다. 당시 주 대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사죄한다” “문재인 정부가 야기한 경제 보복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주 대표도 유튜브를 통해 구독자 20만 명 이상을 확보했다. 주 대표는 ‘개인유튜브 방송인’으로 자유한국당 포항 북구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1월 21일 주 대표는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권과 맞서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발로 뛰고 현실정치에 실망한 포항시민에게 희망의 정치 지도자가 되겠다”고 출마의 변을 밝혔다.
구독자 약 15만 명인 ‘김병민TV’ 채널을 운영하는 김병민 전 경희대 객원교수도 유튜브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만 28세 나이로 서초구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바 있고 이후 방송 정치·시사평론가로 활동하면서 2019년 1월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한국당은 1월 19일 총선 대비 인재 영입 5번째 인물로 김 전 교수를 소개했다. 유튜브를 통해 얼굴 도장을 찍으며 인재 영입 케이스에 들어간 경우로 볼 수 있다.
한국당 한 당협위원장은 “아무래도 유튜브를 통해 얼굴을 자주 보다보면 경선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돈을 벌려는 것보다는 얼굴을 알리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면서 “요즘 정치인들 대부분 유튜브 채널을 갖고 있지만 이들만큼 잘 안 되는 건 아무래도 기존 정치인은 방송인이나 유튜버보다 격식도 좀 차리고, 수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튜브에서 수십만 구독자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4000만 명 이상 유권자에서는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 특히 유튜브 구독자는 확증편향 경향이 있다. 보수 유튜버면 보수 성향 유권자만 보는 경우가 많아 본선에서는 더욱 영향을 주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공익제보자 출마도 줄을 잇고 있다. 1월 22일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였던 박창진 전 사무장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화제가 됐다. 박 전 사무장은 2018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에 당선됐고 이어서 2020년 정치권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정의당에 입당해 비례대표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 박 전 사무장은 “공익 제보자이자 권력의 폭압으로부터 생존한 내게 주어진 숙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1월 13일엔 이명박 정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사건을 폭로한 장진수 전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이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과천·의왕 지역구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장 전 주무관은 “공익제보 경험을 살려 공무원의 공익제보를 제도화하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저격수로 알려진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도 2019년 12월 광주 광산을에서 총선 도전장을 냈다. 광주 광산을은 20대 총선에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 수사 축소 의혹을 폭로한 공익제보자였던 권은희 의원 지역구다. 노 전 부장은 “국회에 진출해 적폐청산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직이 없어 민주당 경선 통과가 어려운 만큼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후 당선되면 민주당에 입당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이뤄진 사법 농단을 폭로한 판사들의 출마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사법농단 공익제보자였던 이탄희 전 판사는 더불어민주당의 10호 영입인사가 됐다. 이 전 판사는 ‘두 얼굴의 법원’이란 책을 통해 법원 내부의 사법농단을 다시 한 번 알린 바 있다. 이 전 판사는 사법 농단 1호 사건인 유해용 전 판사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나면서 출마로 마음을 굳히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1월 27일엔 사법 농단을 알렸던 판사 중 한 명인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민주당 13호 영입 인재로 입당했다. 1월 13일 사표를 낸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도 민주당 영입 제안을 받고 막판 고심 중이라고 알려졌다. 최 전 판사도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맡아 사법 농단 의혹에 목소리를 냈고,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신율 교수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데다 우리나라 사회 문화상 공익제보자가 회사 내에서 계속 근무하기 힘든 구조다. 그들이 밖에 나와 무언가 해야 하는데 그게 정치가 될 수도 있다”라면서도 “다만 이와 달리 어제까지 재판하던 판사가 오늘 정당에 들어가 정치에 뛰어드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