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사건처리의 중점 대응은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인데, 부산의 공공조직 대부분이 문제를 최소화하거나 신속하고 조용한 처리를 원하는 경향으로 흐르면서 조사의 공정성마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투 관련 참고 이미지. 사진=일요신문DB
이 같은 사실은 부산여성가족개발원(원장 성향숙)이 최근 발표한 ‘미투 운동 이후, 성폭력 대응체계의 효율적 운영방안 연구보고서’(책임연구 홍미영 선임연구위원)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밝혀졌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은 부산지역 공공조직과 산하 유관단체를 중심으로 현행 성폭력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보다 효율적인 운영방안을 찾기 위해 성폭력 대응체계 현장의 상담원과 실무자 등 71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접조사 등 연구를 수행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미투 이후 성폭력에 대한 조직구성원의 민감성은 향상된 편이나 관행 등에 의한 폐해가 여전했다. 특히 조직 내 성희롱 성폭력 대응이 피해자 보호보다 신속한 사건처리에 초점을 두어 결국 피해자가 더욱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간이 협소하고 전문적 직무특성을 가진 공공기관 등은 피해자와 행위자의 공간분리나 업무재배치가 어렵고, 비밀유지가 안 되는 등으로 인해 2차 피해의 심각성도 지적됐다. 고충상담은 과외업무로 전문성도 없는데 사건발생 시에 사실 확인조사까지 해야 함으로써, 피해자가 행위자 반발과 위협 등의 이중적 고충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보고서는 성폭력 대응체계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정책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부산시 차원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대응과 예방 위한 ‘성폭력 피해 대응 전담기구 설치안으로 시장 직속 성인권특별위원회와 감사위원회 소속 성인권보호담당관 등 2개를 제안했다.
‘성폭력 대응할 시와 지역 유관기관과의 연계망 구축’과 ‘기존 고충상담제도 개선’, ‘성폭력 행위자 재발방지 인사·교육제도 강화’, ‘성폭력 피해자 지원기관 확충 및 종사자 처우개선’ 등의 방법도 제시했다.
정부차원의 개선대책으로는 비현실적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가이드라인 개선 요구, 고충상담원 신변보호책 마련, 부산지역 피해자 긴급지원센터 등 확충 요구 등을 제안했다.
부산여성가족개발원 홍미영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시 차원의 성폭력 대응 전담기구를 설치한다는 것은 현행 대응체계로 충족하지 못한 측면을 보완하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초점을 둔 실질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전담기구가 어떠한 모습으로 설치되더라도 신고부터 상담조사, 고충심의위원회 운영, 감사·인사 조치 확인, 재발방지 계획 수립 컨설팅, 예방교육 지원 등 그 기능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