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이 입수한 라임자산운용이 대신증권에 보낸 ‘신탁계약서(집합투자규약) 변경 안내’ 공문에 따르면 기존 ‘수익자는 매월 20일 15시 30분까지 수익증권의 환매를 청구할 수 있고, 환매청구일이 아닌 날 환매청구를 하게 되는 경우와 환매청구일 15시 30분 경과 후 청구하는 경우 그날 이후 가장 먼저 도래하는 환매청구일에 청구를 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규약을 ‘수익자는 판매회사의 영업일에 수익증권의 환매를 청구할 수 있다’로 바꿨다.
2019년 10월 2일 대신증권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환매 신청이 언제든 가능하게끔 규약을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중구 대신증권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대신증권 관계자는 “테티스와 플루토 등 라임자산운용 모펀드가 최초 환매 중단된 날짜는 2019년 9월 30일이고, 10월 8일에 테티스·플루토 자펀드들의 환매도 중단됐다”며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20일까지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어져 라임자산운용에 규약 변경을 신청했고, 이를 라임자산운용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전했다.
환매 신청 후 대금을 지급받기까지는 영업일 기준 25일이 걸린다. 하지만 당시 환매를 신청한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들이 10월 2~4일 청구한 환매 건을 대신증권이 10월 4일 오후 모두 취소 처리했기 때문이다.
2019년 10월 2일은 테티스·플루토 자펀드의 환매가 가능한 시점이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자펀드에 대한 환매 요청을 받은 이상 환매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는 “10월 2일 대신증권에 환매를 신청했는데 10월 4일에 환매가 취소됐다고 통보받았다”며 “고객이 요청한 환매 신청이 전산화됐으면 그건 건드릴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10월 2일 전에도 고객들의 환매 요구가 있어서 이를 받아들여 규약을 변경하고자 한 것”이라며 “환매 신청을 받았지만 금융감독원이 형평성 논란을 제기해 환매를 취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10월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펀드 환매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 아무개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과 원종준 대표가 평소 친분이 있었다는 점을 언급한다. 사진=연합뉴스
대신증권 측은 투자자들에게 9월 30일 모펀드의 환매가 중단됐다는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 아무개 전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은 규약 변경 전날인 2019년 10월 1일 투자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2019년 7월 30일 TRS(총수익스와프) 구조 변경으로 수익률 변동성이 발생했고, 9월 말까지 원래 구조로 변경을 약속했지만 연기됐다”며 “현재 라임자산운용은 당분간 모든 금융기관에서 판매 불가로 신규자금의 유입이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주로 반포WM센터를 통해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들은 대부분 장 전 센터장이 관리하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장 전 센터장이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평소 친분이 있어 펀드 손실 가능성을 숨기고 판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법무법인 광화는 최근 반포WM센터를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위임장을 받으면서 대신증권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다른 라임자산운용 투자자는 “모펀드 환매 중단에 대한 대신증권이나 장 전 센터장의 안내는 없었고, 언론보도를 통해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규약 변경을 통해 환매 가능 일자를 바꾼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처는 대신증권뿐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신증권은 고객들을 위해 자금을 회수하고자 노력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가입한 펀드의 규약을 변경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전해진다. 따라서 라임자산운용이 대신증권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나온다.
한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처 관계자는 “펀드에 문제가 있더라도 환매 신청 가능 날짜를 바꿔서 환매 요청을 시도하는 건 안 되는 일로 보이고, 시도하지도 않았다”며 “대신증권이 규약 변경을 신청한 건 그렇다 쳐도, 펀드에 문제가 있다고 감지했는데 특정 판매처에 대한 환매를 규약까지 바꿔서 받아들인 라임자산운용에 더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장 전 센터장과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이종필 전 부사장의 친분 덕분에 규약 변경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앞의 투자자는 “각종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대신증권의 행동을 보면 규약을 변경한 것도 투자자들을 달래주려는 쇼로만 보인다”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이에 관한 라임자산운용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