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연말 동생 조원태 회장에 대해 공개적인 반기를 든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주요 주주들과 잇따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KCGI(그레이스홀딩스)와 3대주주 반도건설 등에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지를 호소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합의’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2019년 12월 23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입장을 낸 뒤 합의를 위한 대화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제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KCGI와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다룰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가 오는 3월 열리는데 조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원만한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박정훈·고성준 기자
실제 새해 들어서는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KCGI, 3대주주 반도건설과 ‘3자 회동’을 나섰단 설이 더욱 불거졌고, 회동설이 나온 직후에는 KCGI가 조 회장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KCGI는 1월 21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월 주총 업무를 돕기 위해 대한항공 임직원 여러 명을 한진칼로 파견 보냈다는 보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반도건설도 대호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늘려 현재 8.28%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며,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라고 밝힌 바 있다. KCGI(17.3%)와 조현아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 측 지분을 합치면 32.8%에 달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6.52%)과 조 회장 우호 지분으로 평가받는 델타항공(10.0%)을 합친 16.52%보다 2배 가까이 앞서게 된다. 여기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지분을 합쳐도 28.3%밖에 되지 않아 조현아 전 부사장이 이길 수 있게 된다.
2019년 이명희 고문과 평창동 자택 내 갈등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던 조원태 회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발생한 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1월 30일 늦은 저녁 출발한 중국 우한행 전세기에 탑승했는데, 혹시 모를 긴급 상황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이번 비행에 동행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실무자도 아닌데 탑승한 것은 이벤트성”이라며 “주총 때 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면 주주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게 필요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 역시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 조만간 주주들에게 주총 때 결집을 호소하는 입장을 내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