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이 중국 우한에 성금이나 구호물품 등을 보내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유독 연예인의 관련 기부 뉴스는 거의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거리가 텅 비어 있는 우한 현지 모습. 사진=우한 현지 관계자 제공
“어찌 보면 일본보다 요즘은 중국 관련 행보가 더 조심스럽습니다. 사드로 시작해 홍콩 사태를 거쳐 최근 신종 코로나까지 계속 중국에 대한 여론이 안 좋습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는 현재진행형으로 한국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부분도 조심스럽습니다. 일본과는 국민감정이 복잡하지만 동일본 대지진처럼 커다란 재앙을 복구하는 과정에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까지 이상하게 보진 않았습니다. 반면 이번엔 전염병 관련 사안으로 국민들의 안전까지 위협 받고 있는 데다 각종 가짜뉴스로 중국(인)에 대한 인식도 안 좋아져 괜한 관심을 유발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입니다.”
요즘 연예계 분위기에 대해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가 건넨 말이다. 각종 천재지변과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하곤 했던 연예인 기부 뉴스가 이번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서는 거의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인 만큼 신종 코로나와 중국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도 크게 갈리고 있다. 가짜뉴스와 루머, 심지어 음모론까지 난무하는 상황에선 아무리 ‘선의’에 의한 행동일지라도 괜한 관심을 유발하는 것을 연예인들이 피하려 한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에서의 활동을 준비하는 중국 한류 스타들 입장에서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다. 실제 우한을 돕기 위해 나선 국내 기업들 가운데에는 중국 시장이 중요한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현재 중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류 스타는 극소수다.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의 한한령에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도 크게 축소된 것. 이렇게 중국 활동이 대부분 끊겨 교류가 없었다는 부분도 신종 코로나 관련 연예인 기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최근에야 비로소 한한령이 풀리는 분위기라 2020년부터는 한류 스타들의 중국 활동이 본격화될 분위기였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중단되고 있다. 연예계에서 중국통으로 알려진 한 중소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성금이나 구호물자를 보내는 건 좋은 접근일 수 있습니다. 우한은 상당히 큰 도시로 중국 한류의 중심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큰 축 가운데 한 곳에 해당되는 곳입니다. 우한에서 대규모 팬미팅을 가진 한류 스타들도 여럿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서야 비로소 한한령이 사실상 해제되면서 올해부터 적극적인 중국 활동을 계획하는 스타들이 많았던 터라 중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한류 스타라고 해도 국내 기반이 흔들리면 안 되기 때문에 상황 추이만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이번 신종 코로나로 되살아나던 중국 한류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기지개를 펴며 사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중국 한류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다시 얼어붙었다. 롯데면세점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류 스타들의 전광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2월 9일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1000석 규모의 팬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던 배우 김수현은 이를 잠정 보류하는 등 국내에서 예정된 각종 공연과 행사들이 연이어 취소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스케줄도 연쇄적으로 취소되고 있다. 소녀시대 태연은 2월 초로 예정됐던 싱가포르 공연과 2월 중순 마카오와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NCT드림 공연을 잠정 연기했다. 칭타오 팬 사인회, 마카오 공연 등이 예정돼 있는 다른 연예인들도 스케줄 조정을 고민 중이다. 이처럼 중국 현지 활동을 준비 중인 한류 스타들도 있지만 중국 팬들을 국내로 초청해 팬 미팅 등의 행사를 준비 중이던 한류 스타들도 많다. 당연히 이런 계획들도 모두 중단됐다.
이처럼 다시 기지개를 켜며 사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중국 한류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다시 얼어붙었다. 연예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도 들려온다. 신종 코로나 확산 여부에 따라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시아 한류 시장 전역이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의 중소 연예기획사 대표는 현재 상황과 올 상반기를 이렇게 진단했다.
“신종 코로나가 얼마나 확산되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중국 전역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이제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한국도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확산 방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입장에서는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는 상황도 두렵습니다. 사드 문제로 한한령이 심해져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한류 시장을 확대해 왔는데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전역의 한류가 모두 올스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