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SS501의 전 멤버 김현중의 유튜브 채널 캡처.
길이 폭발의 시발점이 되긴 했지만 문제 연예인들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우려는 이미 지난해부터 차곡차곡 쌓여왔다. 지난해는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정준영 게이트’ 등으로 연예인들과 관련한 사건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연예계 전체 신뢰가 급락했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가운데 특히 대중의 비판이 향하고 있는 것은 ‘전 아이돌 멤버’다. 활동 시절 보유했던 국내외 팬덤을 바탕으로 다른 문제 연예인들에 비해 복귀 후 활동이 더 용이하다는 점, 일반 연예인보다 10~20대의 젊은 계층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등이 비판의 이유로 꼽혔다. 특히 이들은 TV 방송 출연이 막히자 유튜브로 선회하는 한편, 음반 발매와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각종 해외 행사 등에 참여하는 등 사실상 자숙 없는 연예 활동을 이어와 더 큰 비판을 받아왔다.
이 같은 지적을 한몸에 받았던 연예인은 보이그룹 SS501의 전 멤버 김현중(34)과 그룹 JYJ의 전 멤버 박유천(34)이 대표적이다. 전 여자친구를 폭행해 유산에 이르게 했다는 폭로로 약 3년간 법적 공방을 벌였던 김현중과 유흥업소 종업원 성폭행과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4년간 대부분 활동이 중단됐던 박유천은 최근 다시 국내 연예계에 고개를 내밀고 있다.
필로폰 투약 등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가수 박유천은 해외 활동에 매진 중이다. 사진=고성준 기자
김현중의 경우는 전 여자친구와 재판 중이던 2017년 3월 음주운전으로 또 다시 구설에 올랐으나 곧바로 팬미팅과 일본 활동을 강행해 비판을 받았다. 더욱이 비판 여론이 식지 않았음에도 1년 7개월 만에 KBS W 수목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로 국내 방송에 복귀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김현중의 복귀작이라는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첫 방송 시청률 0.1%를 기록한 뒤 방송가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내 활동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김현중은 지난해 1월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을 ‘HJ CHANNEL(현중채널)’로 개명한 뒤 개인 영상 등을 게시하며 해외 팬들과 직접 소통에 나섰다. 김현중의 새 앨범 홍보나 무대 영상 등이 주였던 이 채널은 같은 해 8월부터는 ‘현중씨 뭐해요?’라는 테마를 잡고 연예인 개인 채널로 완전히 변경된 상태다. 유튜브로 대중의 관심을 모았던 김현중은 오는 6월 국내 컴백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유흥업소 종업원 성폭행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필로폰 투약 및 구매와 관련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박유천은 해외 활동에 매진 중이다. “마약 투약이 사실임이 드러난다면 연예계를 은퇴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가 태국 팬미팅을 시작으로 각종 해외 행사에 참석 의사를 밝히며 여전히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그의 해외 행사를 위한 일정 등이 ‘공항 패션’으로 국내에서 소비되면서 사실상 박유천은 국내에서도 연예인, 또는 ‘셀럽’으로서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마약 투약 혐의를 부인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박유천. 사진=최준필 기자
박유천의 경우는 앞서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유흥업소 종업원 가운데 두 번째 신고자와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해 약 1억 원 상당을 배상해야 하는 처지기도 하다. 박유천은 이 신고자를 무고로 고소했으나 무죄 판결이 내려졌고, 이후 신고자가 2018년 말 박유천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에서 5000만 원을 배상할 것을 결정했으나 박유천은 2019년 말까지 지급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활동을 재개하며 연예계 복귀 시기를 재고 있는 그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
가장 최근에는 전 젝스키스의 멤버이자 가수 강성훈(39)의 활동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7월 젝스키스 팬덤에 피소된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면서 강성훈은 같은 해 11월 서울 패션위크 참석과 무료 팬미팅 개최로 연예계 복귀 시동을 걸었다. 이어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오는 2월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친 유료 팬미팅 겸 생일 파티 개최 계획을 밝히는 등 사실상 자숙 없이 신속한 활동 재개에 나서 눈총을 받았다.
당시 젝스키스 팬덤 내부에서는 “실제로 혐의가 없어서 무혐의가 난 게 아니라 검찰 조사 과정에서 뒤늦게 이뤄진 것이긴 했지만 당초 약속대로 기부를 했으니 팬덤 측에서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서 종결된 것인데 무혐의만 강조하면서 곧바로 활동에 착수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이 거셌다.
또 아직까지 대만 팬미팅과 취소 관련 각종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고 팬들에게 티켓 금액의 전액 환불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활동 재개는 섣불렀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강성훈의 생일 파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개설한 강성훈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강성훈 유튜브 채널 캡처
이처럼 본격적인 국내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강성훈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해외 팬 공략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개설한 이 채널은 강성훈의 신곡 ‘You Are My Everything’의 홍보를 위해 사용되고 있으며 해외 팬들의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구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구독자 수를 알 수는 없으나 대부분 해외 팬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성훈은 이후 유튜브 활동은 물론 연기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문제 연예인’들의 꼼수 연예 활동에 업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 자체만 놓고 본다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이런 법안이 마련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분위기가 연예계에 팽배하다는 것이다. 실례로 최근 소속 연예인들은 물론 전 대표 프로듀서의 사건 사고로 지난 1년 내내 논란을 일으켰던 YG엔터테인먼트가 마약 혐의로 탈퇴한 멤버의 자작곡을 보이그룹 아이콘의 컴백 앨범에 그대로 수록한다고 밝히면서 연예계의 ‘마이 웨이’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연예기획사 대중음악 홍보 담당자는 “법으로 개인의 직업 선택이나 이를 통한 영리활동을 막는 게 결코 좋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유튜브로 방송할 것 다 하고, 음악 만들고 콘서트 해서 수익 챙기면서 실상 자숙 없이 그대로 연예인으로서 활동을 다 하는 셈인데 이에 대한 대중의 비판이 곧 법안 개정 지지로 이어진 것 같다. 업계 관계자들도 법 자체가 아니라 이런 부분을 눈 여겨 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