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10일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정식 입건된 승리(본명 이승현)는 10개월 넘게 경찰과 검찰 수사를 받았고 결국 지난 1월 30일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승리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이제 본격적인 법정 다툼이 시작된다. 재판을 거쳐 어떤 판결이 나올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두 차례 영장 기각 당시의 법원이 밝힌 사유를 살펴보면 승리가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만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수사 과정에서의 구속 필요성에 대한 판단일 뿐이지만 수사기관이 제시한 혐의에 대한 법원의 최초 판단이라는 점에선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유무죄를 결정하는 판단은 아니지만 관련 혐의를 법원이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어 일정 부분 1심 재판의 미리보기라는 의미를 갖는다.
검찰이 청구한 승리의 구속 영장에는 기존의 성매매알선, 업무상횡령,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식품위생법 위반 등에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 등이 추가돼 총 7개의 혐의가 적시됐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소명되는 혐의 내용, 일부 혐의에 관한 관여 정도와 다툼의 여지, 수사 경과 등 볼 때 구속해야 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그 사유를 밝혔다. 첫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될 당시 법원의 “주요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각 사유다. 다시 말해 승리가 받고 있는 혐의는 법정에서 다퉈봐야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법정 다툼은 지금부터 시작되지만 승리는 2019년 1월부터 시작된 버닝썬 게이트의 중심이었고 입건이 된 지도 벌써 10개월이 넘었다. 그 사이 승리를 둘러싼 의혹은 거듭 증폭됐고 승리보다 뒤늦게 화제를 불러 모았던 정준영과 최종훈은 이미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성폭력특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최종훈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이번에도 뇌물공여의사표시 등 혐의로 또 다시 불구속 기소됐다. 역시 1심에서 실형을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인 정준영에 대해서도 검찰은 새롭게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폭행 시비, 마약, 성폭행, 경찰과의 유착 등 다양한 의혹을 불러 모은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 승리에 대한 법정 다툼이 이제야 시작된다. 관건은 성매매알선과 횡령에 대한 법원의 유무죄 판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클럽 버닝썬 입구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승리가 받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혐의는 성매매알선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이다. 당연히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이 두 혐의를 두고 검찰과 승리 측 변호인이 공방을 벌였으며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 내지는 “구속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 등이다. 당연히 1심 재판에서도 이 두 혐의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물론 법원에서 승리의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됐다고 본 부분도 있다. 우선 크게 화제가 됐던 해외 원정 도박(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관련해선 어느 정도 혐의가 인정됐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승리 측도 이 혐의는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상습도박의 경우 초범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일은 흔치 않다. 혐의가 인정될지라도 구속 사유는 아니라는 의미다.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을지라도 집행유예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에 대해 송 부장판사는 혐의가 소명됐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벌금형 정도가 선고되는 범죄로 역시 구속 사유는 아니다.
이제 시작되는 재판에서도 성매매알선과 횡령을 둘러싼 공방에 검찰과 변호인의 화력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지만 ‘구속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기도 했다. 공판을 통해 1심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자칫 이 두 가지 혐의에서는 무죄가 나올 수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엄청난 의혹과 화제를 양산했지만 승리에 대한 판결이 집행유예(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와 벌금형(식품위생법 위반, 업무상 횡령) 정도로 끝날 수도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