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규모 공모리츠 상장이 예고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고성준 기자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해 이를 운영한 뒤 임대료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저금리 기조에 투자 대상이 마땅치 않고, 정부 규제 강화로 부동산 직접투자가 줄면서 표류 자본금이 대체투자로 쏠리면서 주목받고 있다. 2019년 하반기 상장한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가 공모 당시 각각 63.28 대 1과 317.62 대 1이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모습은 이에 대한 높은 수요를 방증한다.
#세제 혜택도 리츠 활성화에 힘
올해도 증권사마다 리츠 상품 출시를 줄줄이 예고하고 있어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홍콩계 물류센터투자사 켄달스퀘어 로지스틱스는 국내 쿠팡·위메프 등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공모 리츠 설립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SK네트웍스 직영주유소를 담은 코람코에너지플러스와 광교 롯데몰에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해외 사무용 빌딩에 투자하는 메리츠종금증권·마스턴자산운용 등 다양한 공모리츠가 상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세제 혜택도 리츠 활성화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모리츠와 부동산펀드의 배당세에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경우 투자원금 기준 5000만 원 한도에서 공모리츠와 부동산펀드 배당에 대해 9%의 분리과세가 적용된다. 현재는 14%의 세율을 적용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롯데리츠와 NH프라임리츠 주가가 급등한 것은 대규모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해 나타난 현상으로, 투자자들의 요구에 맞춰 증권사마다 리츠 상품을 준비 중”이라며 “세제 혜택도 있어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부동산 직접투자가 정부 규제로 힘든 상황에서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리츠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현재는 리츠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이는 2019년 하반기 시장이 과열되면서 투자자들의 과매수로 주가가 급등해 배당수익률이 떨어지고,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의 과매도로 가격 조정이 일어나는 과정으로 리츠 시장 자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시장 과열로 과평가된 주가가 제 가치를 찾아가는 것일 뿐 기초 자산이 꾸준한 임대 수익료 등 성장성을 보인다면 장기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리츠의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얘기다.
#시장 자체는 우려 상황 아냐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주가 하락은 회사들의 펀더멘털이나 기초 실적이 나빠져서가 아니라 삼성전자 등 주식시장 개선 및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상승 기대감으로 저금리 시기 대안주로 떠올랐던 리츠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주가 상승으로 배당수익률이 떨어지고 매도가 일시에 많아진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리츠는 주식이 아닌 부동산 투자 성격으로 주가 변동에 연연하기보다 부동산 운영 수익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단기 주가변동에 집중하기보다 장기 배당수익과 현 주가를 계산해 나오는 차익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주가가 오를수록 배당수익률은 떨어지는 리츠 성격상 주가 하락 시기엔 배당에 중점을 둔 투자자들이 매수를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공모리츠가 쏟아질수록 부실 자산 위험성도 커지는 만큼 신중한 투자 결정이 요구된다. 한국 공모리츠 시장이 초기 단계이니만큼 리츠의 장점만 부각되고 위험성은 경시되는 상황이어서 철저한 분석 없이 투자할 경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다. 예컨대 당장 안정적으로 임대료 수익을 낼 것 같은 오피스 건물도 입주자 성격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이나 스타트업 등이 많이 입주한 오피스 빌딩의 경우 경기 상황에 따라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다.
서원석 중앙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제로베이스가 되는 주식과 달리 부동산 투자는 손실이 나도 자산은 남아 있어 손해 규모가 크지 않다”면서도 “경기 상황 악화로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공실률이 높아지는 추세여서 부동산 운영수익이 줄어 기대만큼 배당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리츠가 담은 자산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점을 악용해 매각이 어려운 비선호 자산 위주로 상품을 구성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업계 전문가는 “리츠는 여러 건물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좋은 매물과 함께 끼워 팔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자산 하나하나 따질 수 있는 정보나 전문성 등이 부족하다 보니 부실 자산을 선별하지 못해 손해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도 “일부 미분양 물건을 담거나 매입단가 등 정보가 불분명한 자산을 상품화하는 경우도 있다. 시세보다 높은 금액에 매입하면 추후 청산이 어렵다”며 “상품 판매처 등 여러 측면에서 조언·정보를 얻고 신중히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해 다양한 공모리츠 상품들이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꼼꼼한 분석을 거치지 않으면 손실 위험성도 큰 만큼 보다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사진은 경기도 벌양동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임준선 기자
#리츠 상품 옥석 가리는 법
전문가들은 리츠 투자 시 눈여겨볼 주요 사항으로 상품이 담고 있는 자산의 안정성을 꼽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임차인이 누구냐가 중요하다. 대기업이 입주한 건물일 경우 비교적 안정적으로 임대료가 보장될 수 있다”며 “임차인뿐 아니라 잔여 임차 기간과 공실 유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입지 조건 등도 따져 얼마나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산이 영위하는 사업 특성도 살펴야 한다. 미래 유망한 사업으로 영속성이 있는지, 업종 전환은 가능한지 등이다. 한 예로 이커머스 성장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이 침체되는 지금 대형마트 매장을 자산으로 담은 상품에는 더 보수적인 태도로 접근해야 한다. 영업 유지가 힘들어 한 번 공실이 생기면 업종 전환이나 처분이 쉽지 않은 탓이다.
우병탁 팀장은 “사업 성장성에 따라 건물은 갖고 있더라도 통째로 못 쓰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산이 영위하는 사업 업황과 다른 업종으로 전환 가능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자산에 기반을 둔 리츠는 실물 확인이 어렵고 정보 접근성이 더욱 낮아 적극적인 정보 공개와 설명이 요구된다. 국내 상품처럼 자산 안정성 등 기본적 사항을 파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환율변동성 및 그에 따른 리스크가 해소되는 상품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는 변동 요인이 크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고 내리는 데 따라 손익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초기 단계인 리츠 시장이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하려면 투자자들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추상적 판단보다 리츠 설립·운영사의 실적을 확인하고 브로커리지(상품 중개사)에 적극적인 정보 공개와 설명을 요구하는 등 주식 투자에 준하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상품을 중간에서 판매하는 브로커리지 증권사들도 1차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추천할 때 제대로 판단할 만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설명할 필요성이 언급된다.
우병탁 팀장은 “투자자들은 중간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은행사를 통해 리츠를 설립한 자산운용사 역량이나 기초자산의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며 “상품에 대한 기본 정보는 물론 웹 지도 등을 통해 주변 여건까지 직접 살펴보며 파악할 수 있어야 실패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