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노인복지주택 ‘스프링카운티자이’가 입주 3개월도 안돼 입주민과 시공사 간의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스프링카운티자이 전경. 사진=여다정 기자
#휠체어 못 다니는 노인복지주택 진입로?
노인복지주택은 만 6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주거시설을 임대해 주거의 편의와 생활지도, 상담 및 안전관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이다. 노인복지법상 사회복지시설로 분류되며,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설치하고 운영비를 입소노인의 부담으로 조달해 운영한다. 과거 분양형과 임대형이 나눠졌으나 무자격 소유자 문제가 불거지면서 2015년 개정을 통해 분양형이 폐지됐다.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스프링카운티자이의 경우 대형 건설사가 시공 및 통합운영을 맡는다고 알려져 분양 당시 인기를 끌었다. 삼성생명 공익재단의 ‘노블카운티’ 이후 처음으로 대형 건설사가 시니어주택 사업에 나서 주목을 받은 것이다. 스프링카운티자이는 GS건설이 시공을, (주)에스씨가 시행을 맡았다. GS건설의 설명에 따르면 GS건설 자회사 자이S&D가 단지를 관리하고, 부대시설 역시 GS건설 자회사인 지씨에스플러스가 운영 및 관리한다. 시행사인 (주)에스씨가 GS건설 자회사에 위탁한 형태다.
그런 스프링카운티가 최근 안팎으로 시끄럽다. 일부 입주민과 자녀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부실공사 의혹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건물의 배수관이 터져 건물에 물이 새고, 진입로 경사가 법정 경사도보다 높아 노인들의 거동이 불편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대위는 “경사도가 높아 휠체어가 이동하기도 어렵다. 노인복지주택이 아닌 일반 공동주택 아파트였다면 준공허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입주 전부터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지난해 11월 말 GS건설 본사와 용인시청 등을 방문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요신문이 직접 가보니 스프링카운티 단지 진입로는 한눈에도 휠체어가 오르기 어려워 보였다. 비대위가 측정한 경사도는 9%로, 현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대 4.8%를 훨씬 웃돌았다. 한 입주민은 “노인 입장에서 진입로 경사가 불편한 것은 틀림없다. 진입로 경사가 높아 걸으면 숨이 가프다. 가족이 차로 데려가주지 않으면 이동이 어렵다”고 전했다. 반면 단지 관리인은 “진입로 경사가 높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옆에 완만한 경사로 길을 만들어놔 실제로 이동에 어려움이 큰 편은 아니다. 편의를 위해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인 GS건설 또한 진입로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단지 외 진입로는 GS건설이 공사한 것이 아니라, 시행사인 (주)에스씨가 다른 지역 업체에 별도 발주해 개설한 것”이라며 “시행사가 진입로 땅을 용인시에 기부채납해 사실 GS건설과는 관련이 없는 부분이지만, 아파트의 진입로인 만큼 입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용인시와 협의해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대시설의 소유권이 입주민에게 있느냐, 시행사에 있느냐 하는 것 또한 문제다. 비대위는 분양 당시 했던 약속과 다르게 단지 내 부대시설을 GS건설이 소유하며 의무 식사를 강요하고 식대를 강제로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노인복지주택인 스프링카운티자이는 한 세대당 1일 1식, 월 30식을 의무식으로 해야 한다. 분양 당시 7000원으로 홍보하던 식대는 현재 7800원으로 인상됐다.
입주민 대부분은 그간 비대위를 통해 제기된 문제를 대부분 파악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진입로 경사도나 급식 등 편의시설 문제 등 생활에 와 닿는 부분을 지적했다. 그러나 공공시설의 소유권에 대해서는 입주민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일부 입주민들은 비대위에 맞서 ‘정상화 추진위원회’ 발족도 준비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가 편의시설을 운영해야 안정적이라고 보는 쪽이다. 문제가가 심화될 경우 입주민 간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입주한 지 2주 됐다는 한 주민은 “양쪽이 나뉘어 모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비대위에서는 부대시설 소유권 관련해 서명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사로나 급식 문제에 대해 알고 있다. 급식의 경우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지만, 아침에는 괜찮다가도 점심이나 저녁이 형편없을 때가 있다”고 했다. 반면 지난 10월 입주했다는 한 주민은 “단지 내부 곳곳에 노인을 신경 쓴 흔적이 보여 주거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 부대시설 소유권의 경우도 계약단계에서 모두 설명을 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법의 미비?
스프링카운티자이를 비롯한 노인복지주택의 잡음은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건설사와 입주민이 노인복지주택을 바라보는 인식의 수준이 다르다. 실제로 스프링카운티자이 비대위 측은 입주자가 부대시설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일반 아파트처럼 스프링카운티 내 부대시설 운영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프링카운티자이의 경우 분양형이므로 입주민이 주택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반면 GS건설은 계약 단계부터 이를 충분히 고지하고 적법하게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입주민이 노인복지주택의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잡음이라는 설명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입주자식당(카페, 편의점 포함)은 시행사인 (주)에스씨 소유다. 분양 계약면적에도 입주자식당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일반 아파트랑은 다른 부분이고, 분양 전부터 충분히 고지했다”고 전했다. 이어 “계속 해오던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이다 보니 잡음이 있는 것 같다”며 “시에서도 민원에 대해 중재하려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부분이라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시키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인복지주택은 현행법상 주택법이 아닌 노인복지법이 적용돼 단지 내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구조적인 한계도 있다. 실제로 노인복지주택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할 수 없고, 대신에 운영위원회가 조직된다. 대기업이 자회사를 활용해 부대시설을 관리‧운영하면서 경우에 따라 상대적으로 관리비가 높게 책정되는 문제가 발생해도 이를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법안 및 규칙 개정 등의 방법을 통해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며 노인복지주택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스프링카운티자이 문제가 단순히 한 아파트의 문제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비대위 등 스프링카운티자이 입주민들과 면담을 갖고 문제점을 전해들은 바 있는 김범수 자유한국당 용인정 당협위원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부대시설 운영권이 어디에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입주민들 입장에서는 분양을 받았는데도 부대시설 운영권이 없어 임대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실버타운이 새로운 개념인 만큼 법적인 맹점이 있어 분양 입주자들이 재산권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입법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며 “타 노인복지주택의 사례도 전수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