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공포감이 전세계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각종 괴담과 음모론도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의 등장이 어쩌면 다가올 재앙의 서막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이 꼽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다. 환경 변화로 서식지에서 쫓겨난 동물들이 점점 더 인간과 접촉하는 횟수가 늘었다는 점, 과거에는 낮은 온도에서만 발견됐던 일부 병원균들이 점차 따뜻한 기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이제 수습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우한의 격리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사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시작된 신종 코로나의 확산 속도는 이미 사스의 그것을 넘어선 상태다. 진원지인 중국의 경우 31일을 기준으로 확진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태며, 사망자는 213명에 달하고 있다. 현재 치사율은 2~3%로 사스의 9.6%나 메르스의 34.5%보다는 낮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개될 사태에 따라 이 수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정이 이러니 중국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의 진원지로 알려진 화난수산물도매시장과 야생동물 고기를 별미로 여기는 중국인들의 무분별한 식습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화난시장의 위생 상태는 두 눈으로 차마 보지 못할 정도로 끔찍하고 불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점 형태인 이 시장에서는 닭, 양, 돼지는 물론 늑대 새끼, 여우, 오소리, 당나귀, 악어, 도롱뇽, 뱀, 쥐, 공작, 고슴도치 등 수십 종의 야생동물이 판매됐다. 심지어 코알라 고기도 팔리고 있었으며, 가격은 70위안(약 1만 원)이었다.
위생 상태도 엉망이었다. 좁은 우리에 갇힌 닭 수백 마리를 파는 노점 바로 옆에는 날고기를 써는 정육점 카운터가 붙어있었고, 그 옆에는 굶주린 개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상인들은 껍질을 벗긴 산토끼를 고리에 걸어놓고 판매하는가 하면, 해산물을 파는 노점에서는 생선과 새우들이 이렇다 할 냉장 시설도 없이 상온에 진열되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우한 시민들 사이에서 이 시장이 ‘따뜻한’ 고기를 살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혹은 판매되기 바로 직전에 동물들이 도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온갖 종류의 병원균들이 사방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에 현재 중국 당국은 야생동물 거래를 잠정 금지하면서 ‘이 금지를 무시한 사람들은 엄격한 조사와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반면 화난시장이 바이러스 진원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니얼 루시 조지타운대 전염병학 교수는 의학전문지 ‘랜싯’에 기고한 역학조사 결과에서 “최초 확진자 가운데 열세 명은 화난시장과 역학적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바이러스가 화난시장에서 외부로 전파된 게 아니라, 외부에서 화난시장으로 들어간 뒤 다시 밖으로 전파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화난시장에서 약 3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한 국립생물안전연구소를 진원지로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생물안전 4등급(BSL-4)인 이 세계적인 연구소에서는 현재 신종 코로나를 비롯한 여러 종의 치명적인 병원균이 다뤄지고 있으며, 현재 이곳은 중국 내에서 고위험군 바이러스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위험한 만큼 보안도 철저하다. 실험실에 출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에어로크를 통과해야 하며, 보호장갑과 보호복도 착용해야 한다. 또한 실험실 밖으로 나오는 모든 폐기물들은 심지어 공기까지도 완벽하게 필터링을 거친 후 세척된다.
하지만 이 연구소를 향한 우려는 2017년 개소 때부터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당시 학술지 ‘네이처’는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고의든 실수든 실험실에서 병원균이 유출될 경우 재앙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를테면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이 그렇다. 이와 관련, 러트거즈대학의 화학생물학 교수인 리처드 에브라이트는 “원숭이는 예측할 수 없는 동물이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때문에 자칫 사람을 할퀴거나 깨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원숭이가 보유한 바이러스가 발, 손톱, 이빨 등으로 전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가 제공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미지. 사진=AP/연합뉴스
문제는 중국 정부의 폐쇄성이다.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생물학 안전전문가인 팀 트레반은 “중국의 폐쇄적인 문화가 연구소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하면서 “이런 시설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정보의 개방성이 중요하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곳에서 생물무기가 비밀리에 개발되고 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보수 성향 신문인 ‘워싱턴타임스’는 “신종 코로나가 중국의 세균전 무기를 연구하는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를 하면서 이스라엘 군정보장교인 대니 쇼햄의 연구를 인용했다. 쇼햄은 우한 연구소가 중국의 비밀 생물무기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현재 없는 상태다. 메릴랜드대학의 화학무기 전문가인 밀턴 라이텐버그는 “만일 중국인들이 생물학 무기를 제조하고 있다면 아마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도 “그러나 중국 정부가 생물무기 제조나 연구 개발에 그러한 연구시설을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또한 에브라이트 교수는 “신종 코로나의 게놈과 특징을 살펴봤을 때 이 바이러스가 인간에 의해 조작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으며, 트레반 역시 “대부분의 나라들이 생물학 무기 연구를 포기한 상태다. 수년간의 연구가 성과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새롭게 나타나는 심각한 질병은 거의 대부분 자연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 역시 공격용 생물무기 개발 및 보유 의혹을 부인해오고 있는 상태다.
신종 코로나의 확산을 다른 시각에서 경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를테면 이번 사태는 재앙의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나타나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좀비 바이러스’나 약물에 강한 내성을 보이는 곰팡이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UC데이비스대학의 역학 및 생태계 보건 교수인 크리스틴 K 존슨은 “노점시장을 폐쇄하거나 소독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좀 더 주도적인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존슨 교수에 따르면, 문제는 점점 더 많은 신종 바이러스와 미생물이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후원하는 ‘프리딕트(PREDICT)’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만 거의 1000개의 새로운 동물성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는 치명적인 에볼라 바이러스나 니파 바이러스처럼 인간에게 감염되는 것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공중보건 및 전염병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구 온난화 및 기후 변화다. 요컨대 야생동물들 가운데 상당수가 빙하의 해빙, 대형 산불, 홍수, 가뭄 등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감염에 더 취약해진 상태에서 인간과 더 가깝게 접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의 바이러스나 미생물이 깨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멕시코주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의 생물보안 및 공중 보건 전문가인 잔느 페어는 “서식지가 변함에 따라 인간이 이동하고, 야생동물도 이동함에 따라 앞으로 서로 더 많이 접촉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렇게 점점 더 긴밀하게 접촉하게 될 경우 결과적으로는 동물 질병이 인간에게 전염될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1998~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발병해 1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던 니파 바이러스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당시 연구원들은 산불과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인해 서식지에서 쫓겨났던 과일박쥐가 돼지와 같은 농장에서 자라고 있던 과일나무를 먹기 시작했던 것이 원인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렇게 가까이 접촉하면서 바이러스는 박쥐에서 돼지로, 그리고 다시 농부에게로 이동할 수 있었다.
페어는 “서식지 이동 때문이든, 좁은 우리에 감금되어 있었든, 대체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질병에 더 취약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따라서 더 많은 바이러스를 전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점은 기후 변화로 인해 병원균이 퍼질 위험이 비단 열대 지방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최근 티베트에서 발견된 33개의 바이러스 중 28개는 새로 발견된 신종이었다. 이 바이러스들은 1만 5000년 동안 티베트의 빙하 안에서 얼음 덩어리로 갇혀 있었으며, 최근 빙하가 녹기 시작하면서 발견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들은 “최악의 경우 이 빙하가 녹으면 병원균들이 환경으로 방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또한 “모든 미생물들이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빙하와 영구 동토층에서 수천 년 동안 얼어 있다가 깨어나는 ‘좀비 바이러스’는 분명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빙하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글이다.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워싱턴대학의 세계보건학 교수인 크리스토퍼 모어스는 “연구원들은 최소한 영구 동토층이나 빙하가 어디에서 녹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때문에 잠재적인 병원균을 어디서 채취해야 하는지 또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정글 깊숙한 곳에 숨어있는 병원균을 일일이 찾아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다른 한편으로 존스홉킨스공중보건대학의 분자미생물학 및 면역학 교수인 아르투로 카사데발은 지구 온난화가 지금까지는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던 또 다른 위험 요소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바로 인간의 체온이다. 비교적 높은 인간의 체온은 지금까지 곰팡이균을 비롯한 다른 병원균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방어막 역할을 해왔다. 이를테면 동면을 할 때면 체온을 낮추는 박쥐와 같은 포유류뿐만 아니라 냉혈 동물인 양서류와 파충류에게 치명적인 병원균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전 카사데발 교수는 이 방어막이 머지않아 뚫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통 낮은 온도에서만 발견되던 일부 병원균들이 점점 더 따뜻한 환경에 적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카사데발 교수와 동료들은 약물에 내성을 보이는 곰팡이균인 칸디다속 진균(치료약이 없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증을 보인 사례가 3개 대륙에서 독립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이 사례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고온이었다. 다시 말해 곰팡이균이 따뜻해지고 있는 세상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카사데발 교수는 “미생물이 더 높은 온도에서 번식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다면 인간은 체온을 이용한 방어력을 잃을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 “그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수준의 위협이다”라고 경고했다.
페어와 동료 연구진들 역시 비슷한 경고를 했다. 인간과 동물 모두를 치쿤구니아(모기 뎅기열), 뎅기열, 말라리아와 같은 질병에 감염시킬 수 있는 모기들이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는 북쪽으로 진출하면서 더 많은 바이러스 입자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악몽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펄펄 끓고 있는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 운동가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박쥐탕은 죄가 없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박쥐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박쥐고기나 박쥐탕을 먹는 중국인들의 식습관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박쥐탕을 먹는 동영상을 올렸던 중국의 블로거가 뒤늦게 뭇매를 맞고 있다. 동영상 속에서 블로거인 왕멍윈은 젓가락으로 박쥐고기를 집어 오도독 소리를 내면서 씹어먹고 있었다. 그러면서 “닭고기처럼 신선하다”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동영상이 우한의 한 식당에서 촬영됐다는 소문이 퍼졌고, 곧 “야생 동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냐” “너무 야만적이다”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박쥐탕을 먹는 영상을 올려 비난을 받은 왕멍윈. 비난이 거세지면서 심지어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되자 왕멍윈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왕멍윈이 웨이보에 올린 사과문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2016년 팔라우에서 촬영한 것으로 당시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이나 경고가 전혀 없었다. 또한 왕멍윈은 “그저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소개하려 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하면서 “모두에게 죄송하다. 당시 나는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하지 않았고, 박쥐고기를 먹기 전에 위험성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라며 사죄했다. 그렇다면 박쥐탕을 먹을 경우 정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박쥐탕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박쥐에 의해 직접 전염되기보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박쥐를 먹은 뱀을 통해 사람으로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
“가장 위험한 도시는 방콕”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속속 보고되면서 전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사우샘프턴대학의 앤드류 태템 이사 겸 지리학 및 환경과학 교수가 앞으로 특히 조심해야 할 도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퍼질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구 이동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한 태템 교수는 “과거 같은 기간 세계 인구의 이동 경로, 즉 여행 경로를 바탕으로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가장 위험한 도시는 태국 방콕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 본토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했으며, 실제 태국에서는 1월 31일 기준 19명의 확진자가 나온 상태다. 태국 보건부 장관인 아누틴 샤른비라쿨은 “중국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방콕 다음으로는 홍콩, 타이페이, 서울, 도쿄, 싱가포르, 푸켓, 오사카, 쿠알라룸푸르, 마카오 등이 뒤를 이었다. 국가별로는 태국, 일본, 홍콩, 대만 순이며, 우리나라는 5위, 미국은 6위였다. 그야말로 전세계가 공포에 떨게 된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