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부사장, KCGI와 손잡고 동생 경영권 ‘공격’
2019년 연말 동생 조원태 회장에 대해 공개적인 반기를 든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주요 주주들과 잇따라 접촉을 시도했다. 특히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KCGI(그레이스홀딩스), 3대주주 반도건설 등에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지를 요청했고,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합의’를 하는 데 성공했다.
1월 31일 오후 조현아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측은 공동 입장문을 통해 “우리 세 주주는 경영의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본사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상황을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2019년 12월 23일, 조현아 전 부사장이 입장을 낸 뒤 합의를 위한 대화를 한다고 했지만 사실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KCGI와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지지하는 방향으로 최근 가닥을 잡았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2019년 연말에 낸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입장문은 핵심 주주들에게 ‘도와달라’는 얘기를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새해 들어 조 전 부사장이 한진칼 단독 최대주주인 KCGI, 3대주주인 반도건설과 ‘3자 회동’에 나섰다는 설이 불거졌고, 회동설이 나온 직후 KCGI가 조 회장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서면서 이런 관측에 힘을 보탰다. KCGI는 1월 21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3월 주총 업무를 돕기 위해 대한항공 임직원 여러 명을 한진칼로 파견 보냈다는 보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1월 31일 오후 4시께, 조 전 부사장과 KCGI·반도건설 측은 공동으로 입장문을 냈다. 조 전 부사장 등은 “우리 세 주주는 경영의 일선에 나서지 않고 전문경영인에 의한 혁신적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의결권 행사와 주주제안 등 한진그룹 성장과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협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를 앞두고 이미 지분도 확보했다. 반도건설은 대호개발 등 계열사를 통해 지분을 늘려 현재 8.28%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원래 6% 수준이었던 것을 장내 매수를 통해 2%가량 늘렸다. 그러면서 공시를 통해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권 참여라고 밝혔다.
KCGI(17.3%)와 조현아 전 부사장(6.49%), 반도건설 측 지분을 합치면 32.06%에 달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6.52%)과 조 회장 우호 지분으로 평가받는 델타항공(10.0%)을 합친 16.52%보다 2배 가까이 많다. 여기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지분을 합쳐도 28.3%밖에 되지 않아 조현아 전 부사장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이 고문과 조현민 전무의 입장은 확실하게 전해지지는 않았는데, 조현아 전 부사장 측에 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원만한 합의에 실패한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오는 3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은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 가능성이 현실이 됐다. 사진=박정훈·고성준 기자
#대화는 시늉만? 여론 회복 위해 우한행 탑승
이런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의 우한행 비행기 탑승이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2019년 연말 모친 이명희 고문과 평창동 자택 내 갈등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던 조원태 회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 후 적극적 대응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 회장은 1월 30일 늦은 저녁 출발한 우한행 전세기에 탑승했다.
조 회장은 혹시 모를 긴급 상황에서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해 이번 비행에 동행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선 법조계 관계자는 “실무자도 아닌데 탑승한 것은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호소하려 함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멀리 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2019년 연말 갈등이 불거진 직후 조원태 회장 측은 “조현아 전 부사장 측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 조현아 전 부사장 측 관계자는 “대화는 전혀 없었다. 언론에만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9년 4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타계한 이후 곧바로 갈등이 시작됐던 만큼 ‘불만을 충분히 전달했고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다’는 게 그동안 조 전 부사장이 주변에 털어놓은 심경이라는 후문이다.
앞선 법조계 관계자 역시 “아버지(조양호 회장)를 비판하며 경영권을 흔들려던 KCGI와 손을 잡을 만큼 동생과의 관계는 골이 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이제 남은 것은 3월 주총에서의 표 대결이다. 일반 국민들 가운데 누구인지 모를 개인 주주들을 잡기 위한 남매의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