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공동 연합군을 결성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019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오는 모습. 사진=고성준 기자
KCGI는 그간 한진칼 경영권 참여 이유로 총수일가의 독단경영과 오너리스크를 지적해왔다. 일례로 3월 주총을 앞둔 2019년 1월 ‘한진그룹 신뢰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 공개제안서를 내놓고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 고객 만족도 개선 및 사회적 신뢰 제고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KCGI는 “대주주 일가의 각종 갑질 행태와 횡령·배임 등으로 대표되는 후진적인 기업지배구조, 합리성을 상실한 계열회사 지원에 따른 과도한 부채비율, 불필요한 유휴자산의 보유와 방만한 경영으로 한진그룹 계열사들이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CGI가 지적한 과도한 부채비율과 대주주 일가의 갑질·횡령 문제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적도 포함돼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명품 밀수 및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을 받았다. 아울러 KCGI의 호텔·레저사업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부채비율에 대한 지적 역시 조 전 부사장을 겨냥한 비판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그간 한진그룹의 호텔·레저사업을 전담하며 공을 들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오너리스크와 부채 등의 원인이던 조 전 부사장과 손잡은 행보는 그간 제시해온 명분을 저버리고 사모펀드로서의 실리를 택한 선택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KCGI가 지금까지 경영권에 참여하겠다면서 제시해온 것은 오너리스크였다”며 “그 오너리스크 주범인 조 전 부사장과 손을 잡았다는 건 그간 주장해온 경영정상화라는 명분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분만으로는 경영권 분쟁에서 이길 수 없는 만큼 실리를 택한 것 아니겠느냐”며 “KCGI 입장에서는 전문경영인을 통한 경영정상화를 주장하겠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봐온 입장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의아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KCGI와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연합군이 경영권을 쥐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들어가면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기업 가치가 높아지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사모펀드인 이상 투자자들한테 수익을 넘겨줘야 한다는 압박이 우선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전문경영인 체제 아래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경영권이 정상화되면 기업 가치와 주가는 올라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강성부 대표는 “KCGI는 오너 독단 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할 것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전문경영인 체제에 합의하는 대가로 KCGI 측에 요구사항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언급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테니 조원태 회장을 막아달라고만 주장했기보다는 자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요구했고 이를 토대로 합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대한항공을 몰락시킨 장본인이 경영권을 노리는 기업사냥꾼 같은 KCGI와 연대해서 공동전선을 맺었다는 식으로 여론전을 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원태 회장이 어떻게 반격하든 판세는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 측으로 기울었다는 의견이 우세적이다. 세 주주의 지분만 합쳐도 32.06%에 달한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는 명분 아래 당장 오는 3월 예정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퇴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박주근 대표는 “이번 공동입장문 발표는 누나와 동생의 갈등이 이미 깊어졌고 더 이상 합의점은 없다고 선포한 것으로, 모친 이명희 씨의 중간 화해자 역할도 끝났다는 이야기다. 조 회장은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