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생명과학 현직 대표 구속
이번에 구속된 현직 코오롱생명과학 수장은 이우석 대표. 이 대표는 인보사에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신장유래 세포가 포함된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허가를 받기 위해 허위 자료를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티슈진의 ‘상장 사기’에도 이 대표가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인보사 개발을 주도한 티슈진은 식약처 허가를 근거로 2017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이우석 대표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구속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은 총 3명이다. 임상개발팀장 조 아무개 이사와 경영지원본부장 양 아무개 상무, 코오롱티슈진 최고재무책임자 권 아무개 전무 등이다. 현재까지 인보사와 관련해 진행 중인 재판은 1건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임상개발 담당 조 아무개 이사에 대한 재판으로, 지난 1월 10일과 2월 4일 두 차례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조 이사 쪽은 법정에서 “인보사 세포 성분에 대해 과학적인 착오가 있었지만 공소사실처럼 세포가 다른 걸 알면서 신약의 안전성, 유효성에 대해 식약처의 업무를 방해할 동기도 없고 불가능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 수사 자료 등을 보면) 단순 과실로 보기 힘든 것 같다. 세포가 바뀐 경위와 이유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돼 있다”며 “세포가 달라진 경위를 재판부에서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인보사 사태와 관련,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코오롱그룹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검찰 수사 칼날 이웅열 전 회장 향하나
인보사 수사 상황을 잘 아는 제약업계와 법조계 관계자들은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 임원과 이우석 대표 구속으로 검찰이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을 조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입을 모은다. 이웅열 전 회장은 지난해 6월 출국금지가 결정됐지만 현재까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 최근 항소심 법원에서 벌금 3억 원을 선고 받았는데, 인보사 사태와는 별개 사건이다. 부친에게서 상속받은 코오롱생명과학 주식 34만여 주를 차명으로 보유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다.
이웅열 전 회장은 인보사의 ‘아버지’로 불린다. 1999년 신약 개발을 목표로 미국 현지에 코오롱 티슈진(당시 티슈진)을 설립한 뒤 18년 만에 개발에 성공한 치료제가 인보사다. 세 자녀를 둔 이 전 회장은 2017년 “20년 인생을 투자한 인보사는 나의 넷째 자식”이라며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웅열 전 회장은 코오롱그룹 지주회사인 (주)코오롱의 지분 49.74%를 갖고 있으며, (주)코오롱은 코로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의 지분 20.35%, 27.21%를 각각 갖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이 전 회장은 티슈진의 지분 17.80%을 보유하고 있다.
이웅열 전 회장은 인보사 개발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는 점에서 인보사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직후부터 허위 자료 제출, 은폐 등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여기에 2018년 11월 450억 원 대 퇴직금을 받고 돌연 사임한 시기와 미국 임상 3상이 추진되고 있던 시점이 겹치면서 의심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다만 이 전 회장이 연구원 출신이 아닌 만큼,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바이오업계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 경영진이 이 전 회장에게 문제를 감췄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이우석 대표와 다른 임원들의 혐의를 입증하는 동시에 이 전 회장에게 보고했는지 여부와 인보사 관련 보고 내용, 과정 등도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 혐의 입증되면 코오롱 ‘휘청’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으면서 코오롱그룹은 긴장하고 있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의 수사 결과만으로도 그룹 바이오사업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코오롱생명과학과 티슈진은 각계에서 제기한 각종 소송에 휩싸인 상황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 등을 상대로 인보사 허가취소에 대한 취소 소송과 인보사 회수·폐기 명령 무효확인 소송 등을 벌이고 있다. 이우석 대표의 세포 문제 은폐 및 허위 자료 제출 등 혐의가 인정되면 모두 패소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
인보사를 제외하면 상업화에 성공한 바이오의약품이 없는 코오롱생명과학 입장에서 인보사 허가 취소가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질 경우, 타격을 클 수밖에 없다. 현재 다른 2개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지만 임상 초기 단계고, 향후 막대한 개발 비용과 인보사 후폭풍을 고려하면 신약 개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바이오업계 관측이다.
2000억 원에 달하는 인보사 연구·개발비는 고스란히 손실로 처리된다. 인보사가 시판을 이어갔다면 연구개발비는 무형자산으로 처리되지만 허가 취소가 확정되면 손실이 된다. 기술 수출을 통해 향후 5년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됐던 계약금과 마일스톤 기술료(각 단계별 기술료) 수입도 물거품이 된다. 이 액수는 1조 원을 넘어선다. 2018년 11월 기술수출 계약을 한 다국적 제약사 먼디파마는 지난해 5월 코오롱생명과학이 받은 150억 원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했다. 식약처의 판매, 유통금지 결정이 이어지고 오는 2월 28일까지 현재의 임상 데이터를 이용해 상황을 역전시키지 못하면 150억 원을 먼디파마가 가져간다.
정부 지원금도 돌려줘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코오롱생명과학에 지원한 82억 원 가운데 25억 원 환수 조치를 확정했다. 나머지 57억 원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허위 자료 제출, 세포 문제 은폐 등이 확인되면 모두 환수 조치된다. 국내 인보사 투약 환자들에 대한 장기추적 조사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회사는 향후 15년에 걸쳐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3707명을 장기추적 조사하기로 했다. 필요한 비용만 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주주와 인보사 투여 환자들이 제기한 소송도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인보사를 투약한 환자, 코오롱생명과학 소액주주,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국내 10개 손해보험사들이 소송을 냈다. 이들이 청구한 금액이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질 경우, 코오롱생명과학이나 티슈진이 자체적으로 이를 부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밖에 임직원들의 혐의가 입증될 경우 코오롱티슈진 상장폐지 가능성도 높아진다.
코오롱생명과학 쪽은 “이우석 대표는 현재 구속돼 수사 중이지만, 혐의와 관련해 현재까지 확정된 사실은 없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은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