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경영권을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지난 1월 31일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최대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 그리고 반도건설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호소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전문경영인 제도의 도입을 포함한 기존 경영방식의 혁신,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 효율화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조현아 전 부사장 쪽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지분 대결에서 조 전 부사장 쪽이 조원태 회장 쪽보다 유리한 것으로 계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지분 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가 지난해 12월 25일 이른바 ‘크리스마스 폭행 사건’ 탓에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 터다.
하지만 지난 4일 이명희 고문과 조현민 전무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 전문경영인의 체제를 지지한다”며 조원태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고문과 조 전무 등이 ‘조원태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조원태 진영이 지분 1.47%p가량 차이로 조현아 진영에 앞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총 표대결을 가를 캐스팅보트는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 소액주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 지분 약 4%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은 지난해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고 조양호 회장의 최측근인 석태수 사내이사 선임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라왔기에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진칼 주주인 KCGI는 지난해 주주총회를 앞두고 ‘전자투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사진=일요신문DB
또 다른 주요주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한진칼 지분을 3.61%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는 강성부 KCGI 대표와 서울대 투자연구회 동기로 개인적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 만큼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역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상황이 이렇자 조원태 회장으로서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절실하다.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회사를 무난하게 이끌어온 점,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등의 사건으로 이미지를 훼손한 점 등을 고려해 소액주주들이 조원태 회장 편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는 “조원태 회장이 ‘크리스마스 사건’으로 곤욕을 치렀지만, 그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갑질 사건에 휘말리며 평판이 더 좋지 않다”며 “조원태 회장이 소액주주들을 의식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은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임에도 중국 우한 교민을 태우는 전세기에 동승했던 것도 그 일환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서지용 교수는 “한진칼에 소량의 주식을 보유한 한진그룹 직원들의 평가도 중요한데, 직원들은 조원태 회장에 우호적일 것”이라며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