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무사증(무비자) 입국제도 시행이 중단된 지 이틀째인 2월 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국제선 도착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이유로 제주지역 시민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다중이용시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커지며 면세점·대형마트·재래시장·상가 등에서는 고객수가 예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 제주 관광객 급감으로 관광업계가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2015년 메르스 당시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제주 무사증 입국제도가 2월 4일부터 일시 중단되면서 제주 관광이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에서도 여행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내국인 관광객 방문이 절반으로 줄었다. 실제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제주를 방문한 내국인 관광객은 1만 9209명으로 지난해 같은 날짜 3만 9827명에 비해 51.77%로 절반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여파로 인해 내국인 관광객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숙박업소, 소매업소, 실내 중소형 관광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서귀포시 중문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강 아무개 씨(52)는 “지난해와 비교해도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는데 확진자가 5일 또 나왔다는 소식을 들으니 손님이 아예 끊길까 걱정”이라며 착잡해 했다. 또 인근 관광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윤 아무개 씨(53)도 “며칠째 개점 휴업 상태”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더했다.
유통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지하상가에서 근무하는 김 아무개 씨(48)는 “오전 출근해 지하상가 곳곳 매장을 둘러보면 눈으로 봐도 손님이 줄어든 게 보인다”며 “안 그래도 매장이 어려운 상황인데 더 큰 악재가 겹쳤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 확산 여파로 불황을 겨우 버텨내던 도내 중소기업들 역시 경영난 악화가 우려돼 울상을 짓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2월 5일 발표한 ‘2020년 2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2월 도내 중소기업들의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80.2로, 전월(91.2)과 비교해 11.0포인트나 급락했다.
제주도는 신종 코로나 확산과 제주 무사증 일시 중지, 국‧내외 관광객 감소 등에 따른 지역경제 어려움이 예상됨에 따라 위기 대응을 위한 긴급 민관 공동 협력에 나섰다.
도는 민관 공동 협력은 분야별 기관단체 및 자생단체와 출자출연기관, 특행관련기관, 금융 등 도내 경제 산업계를 총망라한 경제협력기구로 구성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경제 전문가로 구성한 합동 전문연구 TF팀을 구성, 운영하는 등 경제위기 사각지대가 없는 총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이와 함께 예약 취소 및 고객 감소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업계와 소상공인, 외식업계 등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특별지원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무사증 일시 중지 조치로 외국인관광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관광객 유치 타깃을 내국인관광객으로 확대‧집중해 업계 위기를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지사는 “당분간 관광객이 줄어들 것을 대비해 자연재난에 준하는 수준의 강력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기존 통계와 예상 문제점, 전망 등을 정밀하게 분석‧연구할 수 있는 금융, 경제 등 실물경제 전문가들과 함께 대응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사태 진정 후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도 방역당국은 12번째 확진환자(중국인, 일본 확진자의 접촉자)의 접촉자 A 씨가 업무 차 제주도에 입도한 사실을 2월 5일 오전 11시 50분께 경남 진주시 보건소로부터 전화 통보받고 즉각 격리 조치했다. 경남진주시 보건소는 이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A 씨의 신상을 통보받고 전화 연락한 결과 이미 제주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제주시보건소로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A 씨는 12번째 확진환자와 함께 1월 23일 12시 30분 강릉발 KTX를 이용해 오후 2시 27분께 서울역에 도착했다. A 씨는 2월 2일 업무를 위해 제주에 입도 했으며 A 씨 본인도 경남 진주시 보건소로부터 11시 24분께 본인이 격리대상이라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A 씨는 최대잠복기 14일이 경과하는 7일 자정 이후 격리가 해지될 예정이며 현재까지 호흡기 증상 및 고열 등 특이 증상은 발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성식 기자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