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쓰며 구멍 메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브루노 페르난데스는 약 765억 원에 맨유로 이적하며 이번 겨울 세계에서 가장 비싼 몸값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부자 리그’ 프리미어리그는 이번 겨울 선수 영입에만 3000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돈을 쓴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토트넘 홋스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셰필드 유나이티드, 울버햄튼 원더러스, 아스톤빌라, 리버풀이 그 뒤를 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은 전반기를 보낸 이후 팀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기회다. 도드라지는 약점을 보이는 팀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갈 길 바쁜’ 맨유와 토트넘 등이 투자에 나선 것이다.
맨유는 포르투갈 출신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데려오는 데만 4950만 파운드(약 765억 원)를 지출했다. 여름에 비해 지출 규모가 작은 겨울에 거금을 쓴 이유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부임 이후 꾸준히 1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격 작업을 이끄는 전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올 시즌 그 자리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활약이 하나같이 신통치 않다. 후안 마타, 제시 린가드,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등이 돌아가며 활약했지만 이들이 리그 25경기에서 합작한 공격 포인트는 단 6개(1골 5도움)에 불과하다. 특히 린가드는 20경기 890분을 소화하며 단 1개의 공격 포인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맨유는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에서 주로 활약하는 페르난데스에게 손을 뻗었다. 기존 자원으로는 4위 이내 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비록 활약 무대는 다르지만 그는 이번 시즌 포르투갈 리그에서 스포르팅 소속으로 17경기에 나서 8골 7도움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맨유는 중국 상하이 선화에서 오디온 이갈로를 임대로 데려오며 최전방을 보강했다. 중앙 공격수 위치는 맨유의 또 다른 약점이기도 했다. 마커스 래시포드가 리그에서만 14골을 넣으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그는 중앙보다 측면이 어울리는 자원인 데다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맨유는 이갈로의 영입으로 급한 불을 끄게 됐다.
#무리뉴 체제에 힘 싣는 토트넘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토트넘은 이번 시즌 급격한 추락을 경험했다. 선두권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중위권으로 순위가 떨어졌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7이라는 이례적인 점수차로 패하기도 했다. 결국 현재의 토트넘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결별하는 강수를 뒀다. 핵심 전력이었던 크리스티안 에릭센도 팀을 떠났다.
신입 공격수 스티븐 베르바인(가운데)이 토트넘 소속으로 첫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꿈 같은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토트넘 홋스퍼 페이스북
구단으로선 전력 공백을 메우고 신임 조세 무리뉴 감독에게도 힘을 실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에 ‘짠돌이’ 이미지가 강한 토트넘은 이번 겨울 3명의 선수에게 자신들의 유니폼을 입혔다.
미드필드에서는 임대로 보유하던 지오바니 로셀소를 완전 영입했다. 에릭센이 빠진 상황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로셀소의 기량에 확신을 가진 것이다. 미래를 대비하는 움직임도 보였다. 1999년생(만 21세) 어린 미드필더 제드손 페르난데스를 영입했다.
공격진도 보강했다. 주포 해리 케인이 허벅지 부상을 당해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여름 백업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를 떠나보낸 탓에 공백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있다. 토트넘은 공격진에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 출신 스티븐 베르바인을 데려왔다. 추정 이적료는 2700만 파운드(약 417억 원), 맨유 페르난데스에 이어 이번 겨울 잉글랜드에서 두 번째로 비싼 선수로 등극했다. 그는 토트넘 데뷔전에 강팀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데뷔골을 넣으며 기대에 부응했다.
#얼어붙은 상위권
이들 외에도 강등권 탈출이 절실한 웨스트햄,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상위권 순위를 호시탐탐 노리는 셰필드와 울버햄튼 등이 1000만 파운드를 훌쩍 넘는 돈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반면 4위 이내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리버풀, 맨시티, 레스터 시티, 첼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리그 선두 리버풀은 이적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일본 출신 미드필더 미나미노 다쿠미를 영입했지만 이후 추가 영입에는 나서지 않았다. 2위와 승점차를 20점 넘게 벌린 상황에서 보강보다 전력 유지에 초점을 맞췄다.
2010년 1월 유럽으로 간 기성용의 국내 복귀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리그 4위 첼시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의외라는 평가다. 이들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지만 선수 영입이 필요한 팀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다. 유소년 선수 영입 관련 문제로 팀에 내려졌던 영입 금지 조치도 해제됐기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았지만 이들은 한푼도 지출하지 않았다. 이에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나서기도 했다.
#기성용 향후 행보에 관심 집중
이번 겨울은 어느 때보다 한국인 선수들의 이적이 기대됐다. 유럽 현지에서 황희찬(레드불 잘츠부르크)과 김민재(베이징 궈안)의 빅리그 이적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가 이어졌다. 기성용도 팀 주요 전력에서 제외되며 이동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이적시장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석현준의 프랑스 내 이적(스타드 드 랭스→트루아), 정우영의 독일 내 임대(프라이부르크→바이에른 뮌헨)를 제외하면 기대했던 선수들의 이동은 없었다. 황희찬, 김민재, 이재성 등이 모두 기존 팀에 남았다.
그럼에도 기성용에게는 여전히 기회가 남아 있다. 전 소속팀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계약을 해지하며 자유의 몸이 됐기 때문이다. 유럽 대부분 리그의 이적시장이 마감됐지만 자유계약(FA) 선수는 계약이 가능하다. 기성용은 국내 복귀설까지 퍼지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당초 ‘높은 연봉에 국내 복귀는 시기상조’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K리그행을 타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