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렌트 사업을 총괄하는 국제에프엑스렌트 본사는 서울 강남구에 있다. 국제에프엑스렌트는 건물 두 개 층을 사용하고 있는데 모두 굳게 잠겨 있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무실이 문을 닫은 것으로 보아 실제로 운영이 되지 않는 듯해 보였다. 건물 관리인은 “일주일 전만 해도 사람들이 드나들었는데 최근 며칠 아무도 사무실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FX렌트 거래 주의보를 냈지만 영업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금재은 기자
지점을 살펴봤다. 우선 서울의 FX렌트 오프라인 실내체험장을 찾았다. 인터넷으로 주소를 검색해 찾아갔지만 주소지에는 체험장이 없었다. 실내체험장 연락처로 전화해보니 주소지가 이전됐다. 체험장 관계자는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OO가게 있는 건물 3층으로 30분 후 방문해 달라”고 말했다.
건물에는 간판이 없다. 대신 ‘FX렌트’ 문구가 적힌 작은 스티커가 건물 입구 유리문에 붙어있다. 사무실에도 간판은 없다. 불투명한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문이 나온다. 문 두 개를 열고서야 실내체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작은 사무실에는 컴퓨터 대여섯 대가 놓여있고, 안쪽에는 응접용 테이블과 소파가 있다. 50대 남성 A 씨는 본인을 체험장 대표라고 소개했다. 그리고는 주소, 나이, 직업, 계좌, 누구 소개로 왔는지 등을 물어왔다.
A 씨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FX렌트 매니저들은 20~30대가 대부분이다. 금융이나 경제관련 지식이 전무해도 누구나 매니저가 될 수 있다. 오프라인 지점 운영권을 얻기 위해선 본사에 3000만 원을 지급해야 하고, 온라인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2000만 원을 내야 한다.
A 씨는 “젊은 사람 중에 월 1억 원을 버는 사람도 있다. 잘 하면 그렇게 된다. 혹시 관심 있으면 나를 통해 말하면 좀 저렴하게 운영하게 해 주겠다”며 “금융이나 경제를 몰라도 된다. 레저로 생각하고 재미로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 씨는 본사가 수사를 받고 회장이 구속된 점에 대해서 묻자 대답을 회피했다.
FX렌트는 주요 국가 통화의 환율차 등락에 따라 돈을 거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10분마다 베팅할 수 있는데 외환 환율변화 지수가 오를 것 같으면 매수, 내릴 것 같으면 매도에 걸면 된다. 투자자가 등락을 맞히면 투자금의 두 배에서 수수료 14%를 뗀 돈을 받는다. 틀리면 투자금 전액을 잃는다. 통상 일반인이 환율 추이를 보고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여전히 국제에프엑스렌트의 FX렌트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사진=오픈채팅방 캡처
온라인 오픈채팅방에서는 FX렌트 거래가 더 활발히 이뤄졌다. 전국 영업직원이 개설한 채팅방은 수십 개에 달한다. FX렌트 투자자들은 24시간 내내 투자를 하고 있다. 또 오픈채팅방 매니저는 ‘1:1로 리딩방’을 열어 ‘픽’을 준다. 매수매도를 고민하는 투자자에게 어디에 걸면 좋을지 정해주는 셈이다. 채팅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별다른 생각 없이 베팅을 하고 있다. “이번엔 (매)수로 가봅니다”, “(매)도에 올인했는데 잃었네요”와 같은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한 투자 피해자는 “회원가입을 하고 투자 매니저가 알려준 대로 베팅을 했는데 이틀 만에 300만 원을 잃었다”며 “단 몇 분 만에 외환 차트를 분석한다는 것이 불가능한데 매니저가 금융 전문가인지 궁금하다. 피해자가 많은데 모두 개인이라 업체를 상대로 죄를 따져 묻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FX렌트는 사다리 홀짝과 같다. 50% 승률을 믿고 투자자들이 걸어보는 게임이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한 매니저는 “유사업체가 많아져서 이미지가 나빠졌는데 FX렌트는 합법이고 특허까지 받은 업체라 믿고 이용해달라”고 설명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