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에 들어선 창원중앙역사 모습.
[일요신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창원중앙역을 운영하면서 부지를 지목변경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역사 개통 후에 해당 부지를 운영주체인 코레일이 이전받아야 하지만 오히려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소유하는 이해하지 못할 정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두 가지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지목변경을 적법하게 하지 않음에 따라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공간정보관리법)을 어겼으며, 국토부가 코레일에 부지를 넘겨주지 않았으므로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도 위배된다.
국토부와 공기업인 코레일의 이 같은 행태는 정부의 기본 방침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 및 신체, 그리고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철도안전에 필요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국민의 교통편의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바로 이 같은 철도시설 운영의 기본적인 기조에 어긋나는 엇박자를 정부와 공기업 스스로가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나 공공기관 등이 국민을 위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해서 공간정보관리법 위반 행위에 대해 면책사유가 생기는 것은 아니므로, 해당 법률에 따라 철도구역의 토지를 지목변경을 해야 하나 코레일은 그러지 않았다.
지목변경을 해야 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지목은 세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로 세액을 산출하는 근거가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목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고 재원을 마련한다. 코레일 소유의 부지는 과세 대상이지만, 국토부 소유의 땅은 과세가 되지 않는다.
창원중앙역은 2010년 12월에 문을 열었다. 햇수로 10년이 넘도록 아직도 국토부 소유의 전·답·임야 위에 역사가 서있는 아이러니가 현재진행형이다. 게다가 더욱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당초 철도시설관리공단 소유였던 해당 부지를 역이 문을 연 지 5년 후인 2015년에 코레일이 아닌 국토부로 소유권이 넘어간 대목이다. 이는 국토부와 코레일이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보고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는다.
두 기관의 불법행위는 유명무실화된 공간정보관리법의 현주소와 맞물린다. 공간정보관리법은 지목변경을 강제화하고 처벌 조항까지 명시돼 있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바로 이 때문에 제일 먼저 지키고 감독해야 할 공기업과 자치단체마저 이를 도외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목변경을 하지 않는 사례는 일반 국민에게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지자체가 개발행위 준공 시에 지목변경신청서를 함께 제출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기관 및 공기업에서 시행하는 사업에서는 신청서를 미제출해도 준공허가를 받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 일반 국민과의 형평성에 있어 확연히 차이가 나는 바로 이 부분에 대한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한 창원시민은 “국가기관 및 지자체 소유의 토지는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코레일은 토지세 납부대상자다. 지속적으로 철도용지의 지목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시에 그 피해는 관할지자체가 본다. 수익사업을 하는 코레일이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이익만 보는 행태는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코레일 측은 본보로 보낸 공문에서 “국가로부터 철도자산을 이관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전달했다. 국토교통부 철도운영 부서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토록 하는 대목이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