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오전 중국 우한시와 인근 지역에 고립돼 있는 우리 국민들이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한 교민이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건강 상태는 어떤가.
“양호하다. 처음엔 정서적으로 불안했다. 갇혀 지내다 보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지금은 많은 분들이 챙겨주고 도와주셔서 괜찮아졌다.”
─신종 코로나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많이 불안했을 것 같다.
“이런 일이 처음이다 보니 다들 걱정이 컸다.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모습도 미숙해 보였다. 마스크 쓰고 손 씻으란 게 전부였다. 그래서 더욱 불안이 컸다.”
─한국에서 걱정하는 연락이 많이 왔나.
“원래 학업을 마치고 2월 3일 귀국하는 비행기 표를 끊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통제조치로 취소됐다. 가족들로부터 전화가 계속 왔다.”
─한국 정부가 전세기를 보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감정이 궁금하다.
“뉴스를 접한 순간 ‘한 줄기의 희망’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감동적이었다. 고국을 갈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다.”
중국 우한에서 우리 교민 367명을 태우고 돌아온 정부 전세기가 돌아온 1월 3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서 구급차들이 공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우한에서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셔틀 버스를 타고 보니 거리 곳곳에 공안들이 서 있었다. 공항으로 들어가기 전 톨게이트를 지나야 하는데, 보통은 요금만 내고 통과를 한다. 하지만 그날은 허가받은 사람만 통과할 수 있었다. 여권도 검사했다. 모두 평상시엔 볼 수 없었던 장면들로,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행기 안의 상황은 어땠나.
“몇몇 언론을 보니 띄엄띄엄 앉았다고 했는데 아니다. 원래 전세기가 4대였다가 2대로 줄지 않았나. 빈 좌석 없이 꽉 채워 앉았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최대한 접촉을 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대화는 전혀 없었다.”
─불안하지는 않았나.
“불안보다는 너무 피곤했다. 다들 긴장 상태에서 비행기를 타기까지 오랫동안 대기하고 검사를 받느라 지친 상태였다. 나도 마찬가지고. 거의 잠을 잤다고 보면 된다.”
─현재 아산에 머물고 있다.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는지.
“전혀 없다. 오히려 정말 잘 챙겨줘서 고마울 뿐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수시로 방송을 통해 어려운 게 없는지 물어본다. 하루에 세끼를 주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를 위해 일해주시는 분들 역시 어떻게 보면 위험을 무릅쓰는 것 아니냐. 그분들께 너무 감사드린다. 우리 교민들이 ‘포스트잇’을 통해 감사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1인 1실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힘들진 않나.
“다른 교민들과 교류는 아예 안 된다. 방 안에만 계속 머문다. 그래서 너무 답답할 때도 있긴 하다. 이곳에서 전화로 심리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그나마 나는 유학 생활을 해서 괜찮은데 출장자나 여행객은 아마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식사를 비롯해 모든 것을 방 안에서 해결하는 것인가.
“식사는 문 앞에 두고 가면 가지고 들어와 먹는다. TV는 설치돼 있지만 컴퓨터는 없다. 개인 노트북이나 휴대폰을 이용한다.”
─최근 공동 세탁기를 사용한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됐다.
“그 뉴스를 접하고 많은 교민들이 분노했다. 100% 사실과 다른 이야기다. 방 안에 세탁기가 설치돼 있다.”
─격리 시설이 위치한 주민들 일부가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처음엔 약간 섭섭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었다. 지금은 아산과 진천의 많은 주민들이 마음을 열어 주셔서 너무나 감사하다. 아산 주민 분들이 물품도 많이 보내주셨다.”
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