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중국인들 사이에서 떠돌고 있는 ‘바이러스는 개한테서 전염되니 애완견을 멀리해라’ ‘소금물로 목구멍을 씻어라’ ‘트럼프가 기적의 약을 보내줄 테니 조금만 참아라’ 등과 같은 소문이 대표적이다. 이렇다 할 치료법이 나타나지 않자 스스로를 치료하기 위해 대체요법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소문과 민간요법들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까.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중국에선 정체불명의 괴담까지 퍼지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천안문 광장에서 근무를 서고 있는 경비요원. 사진=AP/연합뉴스
만일 이동에 제약을 받거나 심지어 외부와 격리된 채로 몇날 며칠을 지내야 한다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패닉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런 공포감이 확산되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방법이라는 근거없는 소문들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 또다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주로 ‘웨이보’나 ‘웨이신’ 같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는 이런 주장들은 사실 모두 검증되지 않은 거짓말들이다. 다만 그게 무엇이든 감염증만 예방할 수 있다면 시도해보려는 중국인들의 갈망 속에 진실인 양 퍼지고 있을 뿐이다. 수억 명의 사람들이 일을 쉬고 집안에 갇혀있다시피 한 나라에서, 그리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새로운 정보에 목말라 있는 나라에서 이런 거짓된 정보와 가짜 뉴스는 삽시간에 퍼질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에 효험이 있다는 쌍황련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약국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쌍황련’이라는 물약이다. 요컨대 중국의 전통의학에 따라 제조한 쌍황련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인민일보’가 중국과학원 상하이 약물연구소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과학자들이 인동초 덩굴꽃, 황복령, 개나리 등 세 가지 꽃을 주재료로 하는 쌍황련 내복약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보도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쌍황련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약국마다 북새통을 이뤘으며, 일부 약국에서는 몰려든 사람들이 이 약을 사재기해가는 통에 금세 동이 나기도 했다. 또한 ‘타오바오’나 ‘징동닷컴’ 등 중국의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쌍황련이 품절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지난 2월 3일 홍콩증권거래소에서는 쌍황련의 생산업체인 ‘푸셴제약’의 주가가 개장 직후 순식간에 120%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쌍황련의 효과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의 많은 매체들이 쌍황련이 독감, 호흡기 질환, 그리고 다양한 질병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어떤 효과도 입증된 바 없다.
쌍황련은 그나마 안전한 편에 속한다. 자칫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가짜 정보도 있다. 가령 담배를 많이 피우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헛소문이 그렇다. 이런 주장을 중국의 한 블로거는 “흡연은 모든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한다”고 말하면서 “담배를 피울 때 내뿜는 연기 속의 기름막이 폐를 ‘나노미터’ 수준으로 코팅해서 바이러스가 폐 세포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한 “이는 폐 세포들에 10억 분의 1로 촘촘하게 짜여진 마스크를 씌운 것과 거의 유사하다”고도 말했다. 물론 이런 주장은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또 다른 유언비어로는 애완견과 관련된 것이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개에 의해 퍼진다는 주장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 전염병은 개에서 개로 옮겨지는 질병이다. 그리고 다시 개에서 인간으로 전염된다. 개는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병에 걸리지 않지만 인간은 병에 걸린다. 인간이 병에 걸린 후에는 다시 개에게 전염시키고, 이렇게 악순환은 계속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개들을 멀리해야 한다. 개를 키우는 가정은 개를 집안에 가둬야 하고, 절대 같이 놀아선 안된다”며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이 역시 명백한 가짜 뉴스다.
애완견이 신종 코로나를 옮긴다는 소문도 명백한 가짜뉴스다. 중국 애견카페의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이밖에도 밖에 옷을 걸어두거나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로 옷이나 소지품을 닦으면 자연히 소독이 된다는 거짓 정보도 있다. 가령 외출 후 집에 돌아온 즉시 외투를 밖에 걸어두어 바람을 쐬이고, 술로 손과 휴대전화, 소지품을 닦아서 소독시키라는 것이다. 또한 외출하기 전에는 머리와 옷에 술을 뿌리라고도 주장한다.
그런가 하면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곧 비밀의 치료약을 보내줄 테니 조금만 참고 버티면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2일, 다수의 웨이보 이용자들이 공유한 이 가짜 뉴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치료할 수 있는 ‘미국산 기적의 치료제’가 존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곧 이 치료제로 중국 내 감염증 확산을 막아줄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 블로거는 “대단히 효과적인 치료약이 미국에서 개발됐다. 트럼프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이 약의 공식 출시를 요구한 상태다. 우리 연구원들이 곽향정기산이나 쌍황련에 집착하지 말고 대신 이 약을 빨리 복용하길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거짓이다. 이는 미국의 우익성향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들을 바탕으로 했으며, 주로 트럼프 지지자들이 퍼뜨린 헛소문이다. 이를테면 트럼프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을 어떤 음모론자들이 살을 붙여서 옮긴 것일 뿐이다. 지난 1월 22일, 트럼프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 바로 그렇다. 당시 트럼프는 “우리는 이번 사태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만일 중국에서 입국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그를 통제할 것이다. 모든 게 괜찮을 것이다. 우리에게는 계획이 있고, 이 문제가 잘 처리되리라 생각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당시 트럼프는 비밀스러운, 혹은 신속한 효과가 나타나는 치료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일부 전문의들이 추천하는 민간요법 역시 그 효과에 대해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다. 사스 위기 당시 국가적 영웅으로 떠올랐던 저명한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중난산 박사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매일 아침 저녁으로 목구멍과 콧구멍을 따뜻한 소금물로 몇 번씩 헹구어라”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 방법이 과연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금물 구강세척은 때때로 인후염이나 감기에 대한 민간요법으로 쓰이고 있긴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아무런 효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도 “식염수 용액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예방한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우한의 한 의사는 닭국물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한연합병원의 장진농 박사는 자신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가 닭국물을 마시고 나았다고 주장했다. ‘창장일보’와 ‘우한이브닝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식사를 할 때 닭국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뜨거운 닭국물을 마시면 땀을 흘리게 되고, 이로 인해 체온이 상승하면 바이러스 퇴치에 도움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인도에서는 소의 배설물을 먹으면 신종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는 황당 주장까지 나왔다.
더욱 황당한 주장은 인도에서 퍼지고 있다. 인도의 정당인 ‘힌두 마하사바’의 당수인 차크라파니 마하라즈는 “소의 오줌과 똥을 먹으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단, 불 앞에서 행하는 ‘야그나(힌두교의 종교의식)’를 행하면서 섭취할 경우에 그렇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가운데 확실한 예방법이나 치료법은 하나도 없다. 가장 확실한 예방 수칙은 잘 알려져 있듯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비누로 손 씻기’ ‘옷소매로 가리고 기침하기’ ‘마스크 착용하기’ 등이다. 이 세 가지만 잘 지켜도 충분히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